한담객설閑談客說: 눈이 녹으면
보스톤코리아  2021-12-20, 11:18:35 
지난 여름엔 소나기가 잦았다. 시도 때도 없이 천둥치고 번개마져 번쩍였다. 덕분인가 가뭄들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비가 넉넉히 온 덕분이다. 

보스톤엔 겨울 초입이다. 아직 큰 눈은 없었다만, 뜬금없는 눈타령 일수도 있겠다. 나역시 예외는 아닌바, 눈이 많은 겨울이면 지레 겁을 먹는다. 그리고 혼자 투덜거린다. ‘올 겨울 눈은 몇년만의 기록적인 폭설일껄.’그렇다고 내가 마냥 멋없는 사람은 아닌듯도 하다. 눈내리는 광경을 창문을 통해 본다면, 보기엔 그럴듯 하기 때문이다. 영락없이 삼삼한 풍경인게다. 

겨울에 눈이 내리는 거야 극히 정상이다. 보스톤에서야 더욱 그러하다. 눈대신 비가 내리면 그건 이상기후라 말한다. 그런데 몇해전 겨울인가 보다. 강설량이 낮았다. 덕분에 스키장을 제때 개장할 수없었다. 스키장엔 눈이 쌓여야 하고 눈이 없다면 스키를 탈수없기 때문이다. 인공으로 눈을 만들어 뿌렸다던가. 

작년 겨울에 눈이 왔었나 기억에 가물거린다. 내 기억엔 눈대신 비가 자주 내렸지 싶다. 하지만 강우량이건 강설량이건 더도 덜도 내리지는 않았지 싶다. 겨울 가뭄걱정은 없겠다 싶은 내 얄팍한 기억이다. 닥쳐올 올겨울 역시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하던데. 글쎄 두고 봐야 하겠다. 

지난 겨울에 내렸던 눈은 녹아 강물이 되어 바다로 나갔을 터. 이미 증발되어 하늘에 머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글 한토막이다. 쉽게 씌였는데, 시처럼 읽힌다.

선생님이 물었다. 
눈이 녹으면 무엇이 되는가. 
다들 물이 된다고 말했다.
소년은 봄이 온다고 답했다.

글이 재미있다. 같은 눈雪인데, 아이는 인문학적 상상력을 동원했다. 한편 다른아이들은 모두 탐구생활에 탁월한 점수가 나왔을게다. 평범한 대답이다만 옳은 대답이다. 국어시간이라면 봄이라는 대답이 옳고, 자연시간이라면 물이라는 대답이 맞다. 

곧 동계올림픽이 열린단다. 올림픽 스키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나라는 어느 나라인가. 캐나다가 였던가. 캐나다엔 눈이 많을텐데, 스키는 눈이 있어야 한다. 

올겨울엔 보스톤에 눈이 올것인가 (보스톤코리아 10-8-2021). 아마 그럴것이다. 허망한 바램이다만 폭설만은 아니길 빈다. 집 마당에 눈을 치우는건 반갑지 않기 때문이다. 내린 눈이 녹기를 바라는바 마음만 지레 앞서간다. 

얼음이 녹으면 물이 검어지며 (욥기 6:16)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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