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소문
보스톤코리아  2019-06-26, 10:45:53 
오늘은 남의 글과 남의 말과, 남의 그림과, 남의 시로 채운다. 내 말은 거의 없고 인용이 전부인게다. 옮겨온 소문일 수도 있겠다.

첫번째 인용이다. 강준만교수 책에서 나온다.  ‘이어 정희진은 “이병주의 ‘지리산’이라는 소설에서, ‘서른 이전에 혁명가 아닌 사람없고, 서른 넘어 혁명가인 사람도 없다.’ 라는 말이 나온다.’ (강준만, 인간사색, p155). 작가 이병주가 말한 걸 정희진이 인용했고, 그 글을 강준만이 책에서 언급했다. 이걸 다시 내가 따왔다. 서너다리 건너서 보스톤까지 온거다. 

같은 책에서 나온다. 다시 그대로 옮긴다.  ‘한나라당 대변인 전여옥은 2004년 3월 22일 법무부장관 강금실이 전 민정수석 문재인과 서울 시내 한 호텔 비지니스센터에서 회동을 가진 것에 대해 ‘중년 남녀가 호텔에서 단둘이 한 시간씩이나 만났다는 것은 그들의 관계가 ‘불륜남녀’인지 ‘불순한 관계’인지 해명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같은 책, p32) 소문이 무서운건지, 옮기는 게 무서운건지. 무섭긴 무섭다. 오히려 황당하다 해야 겠는데, 너무 나갔다. 유쾌하지 않다. 

Norman Rockwell 작품이 떠올랐다. 제목도 그럴듯 하다. ‘The Gossips’. 그림에선 몇다리를 건넜던가 세어봤다. 열서너번 입소문을 거쳐 출발점으로 되돌아 왔다. 요샌 입소문대신 인터넷이다. 

세상소문은 무섭다 했다. 귀를 씻는다고도 했다. 정성수 시인이다. 소문이 이발소에서 퍼진건 아닐것이다. 
지구 밖으로 흘러내리는 개울물 퍼내어
어두워지는 눈을 씻을 것인가
세상 소문에 때묻은 귓바퀴를 
두어 번 헹궈낼 것인가
상처뿐인 손을
씻을 것인가
(정성수, 2월의 시 중에서)

몇주전 한국신문에서 읽었다. 아니, 굵은 활자체가 보이기에 무슨 일인가 했다. 지체높은 양반들 회식자리 였다는데, 기자도 동석했다는 거다. 신문에 난 기사일테니 밥만 같이 먹은 건 아닐터. 밥값은 각자 냈다던가? 신문은 오지랖도 넓고 빠르다. 

당사자들이야 곤욕스러울 게다. 발없는 말 천리를 간다 했다. 말이 눈깜짝 할 사이에 미국까지 왔다. 소문은 아닐지 언정, 기분좋은 뉴스는 아니다. 남의 말을 하는건 재미가 쏠쏠할 수도 있겠다. 뒷맛은 쓰다. 

세상엔 좋은 소문만 퍼졌으면 한다. 그럴리 없지만 말이다. 

그 소문이 그 온 땅에 퍼지더라 (마태 9:26)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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