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이 영원임을…
보스톤코리아  2008-08-11, 23:28:32 
딸아이는 말해온다.
"엄마, 내가 열여덟 살이에요!" 말간 표정으로….
만 열여덟이 된 아이에게는 세상보다 더 커져 버린 듯, 즐거운 마음으로 행복에 겨워한다. 그래, 나도 그랬으리라. 저 나이 또래에는 저렇듯 세상이 모두 내 것 같았던 때가. 맘껏 만나고 누리고 경험해서 더 깊은 생각이 되길 엄마는 소망한다. 때로는 딸아이 속에서 어린 나를 만난다. 그리고 내 속에서 내 어머니의 모습을 또 만난다. 이렇게 내 어머니와 내 딸의 사이에서 우리로 자라고 키우고 있다는 생각을 가끔 해본다.

한 2년 전, 큰 녀석이 풋볼을 하다가 쓰러져 급한 상황이었다. 동네 병원에서 헬리콥터를 타고 시내 병원으로 옮겨진 상태에서 중환자실에서 이틀을 깨어나지 않았던 기억은 아직도 떨린 가슴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그 다급한 상황에서 엄마 이전의 '나'를 만날 수 있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 자신의 무기력함에서의 고백"은 나를 늘 새롭게 하는 또 하나의 삶의 철학이 되었다. 무슨 일이든 급하지 않은 마음으로 차근차근 대처하려는 것도 아마도 그 일을 겪고 난 후의 마음에서의 시작일 것이다. '찰나'라는 말이, '순간'이라는 말이 그렇게 가슴에 오래 와 닿았었다. 그래, 그 순간과 찰나의 길이는 얼마만큼일까. 그렇다면, 영원이라는 길이는 또 얼마만큼을 말하는 것일까.
불교에서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그리고 순간과 찰나가  영원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만나 본다.

오늘도 말간 아침 햇살이 창가를 찾았다. 영원을 위해 마련된 순간과 찰나의 빛은 참으로 아름답다. 순간과 찰나를 위해 준비된 영원의 빛은 신비롭고 경이롭다. 우리는 순간을 살고 찰나를 살고 영원을 사는 것이다. 어찌 '천국'을 따로 놓고 말할 수 있을까. 여기에서의 나눔이 바로 천국이 되어야지 않을까.

'새 하늘과 새 땅'은 바로 여기에서의 누림이어야 한다. 지금의 사랑하는 사람이 고맙고 감사한 나의 분신이듯 지금에 나누는 사랑이 행복한 시간임을 깨닫는 것이다. 내 어머니가 살아서 내 몸과 마음에서 자라는 것처럼 내 딸아이의 몸과 마음에서도 엄마인 내가 자라고 있다. 세포 하나하나에 순간과 찰나의 꿈들이 자라 꽃을 피우고 열매 맺어 영원으로의 길을 열어 놓는 것이리라.

어느 날 문득 작은 것이 소중함으로 다가와 가슴에 오래도록 남을 때가 있다.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가족이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임을 깨닫는 날이 있다. 그런 감사가 마음에서 일렁거리면 이런 고백을 한다. "내가 미치도록 너를 사랑하는 이유이고, 죽도록 사랑하는 이유이며, 견딜 수 없을만큼 사랑하는 이유인 이유야! 이유없는 이유가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야!" 하고 말이다. 깊은 마음에서 솟아오르는 참 기쁨은 견딜 수 없는 행복이다. 그 기쁨의 에너지가 가족에게 그리고 또 다른 곁의 사람들에게 나눠지는 것이다. 특별하지 않은 일상에서의 특별함은 바로 이렇게 작은 것에서의 큰 기쁨을 찾는 일이다.

가끔 한국에 있는 형제들이나 친구들에게 안부를 묻는 전화를 한다.
"잘 지내고 있나요?" 하고 물으면….
"매일 똑같지 뭐!" 하는 너무도 밋밋한 상투적인 대답에 정말 재미없었나 싶다.
"참 이상한 일이다" 하면서 나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정말, 내 생활이 그렇게 밋밋하다면 싫증이 나서 단 하루도 못살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의 일상의 대답이다. 어쩌면 마음속의 얘기를 표현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하지 않는 이유일 게다. 여하튼, 하루의 삶 속에서 많은 것을 만나고 누리고 표현하며 살 수 있기를 소망한다. 설령, 그 하루 중 어려운 일로 고통스러워할지라도 그 시간이 소중한 시간임을 깨달을 수 있다면 행복이 아닐까 싶다.

오늘을 맞아 호흡하는 지금의 감사가 흘러넘치는 이 아침. 혼자이지 않은 또 다른 이유와 사유로 남는 우리의 나눔이다. 오늘도 살아 있어야 할 이유는 나 자신을 위함이고, 살아가야 할 이유는 또 다른 나 자신(사랑하는 이)을 위함이다. 순간과 찰나 속에 영원이 들어 있음을 깨닫는 귀한 이 아침. 내가 너를 사랑하는 마음은 神이 내게 주신 최고의 선물이다. 또한, 너의 사랑을 받는 나의 존재를 깨닫게 해주는 기쁨이다. 순간순간을 사랑하며 살기를 소망하는 이 아침의 고백이다. 순간에서 영원으로의 여행이 우리의 아름다운 소풍 길이길….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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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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