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종을 강요하는 관계는 왜 항상 끝이 막장 드라마일까?' -좋은 습관은 행복으로 가는 직행선 VI-
보스톤코리아  2015-04-13, 11:44:41 
매서웠던 겨울의 추위와 폭설로 길고 길었던 겨울이었다.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봄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불과 몇 주일 전에도 꽁꽁 얼어 붙었던 세상이 봄내음의 따사로운 향기로 녹아들어 가고 있다. 그토록 강경했던 겨울의 자취도 자연의 순리 앞에서 선 고개를 숙이고 마는 것이다. 우리의 꽁꽁 얼어붙은 상처의 마음도 자연의 순리처럼 녹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 때, 이 세상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던 그 마음이 그 사람의 배신으로 바늘귀 틈조차 들어가지 못하게 오그라들었다. 이 오그라든 배신감의 상처를 제대로 치유하지 않고, 자존심 때문에 용서를 쉽게 하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배신한 사람에 대한 반복되는 증오와 의심으로 심신이 지쳐가기 시작할 것이다. 그 고통을 가리려 가면을 쓰고, 또 쓰고를 반복하면서 지키려 했던 자존심마저 파괴될 수도 있다. 이렇게 자존심이 파괴되면서 ‘역설적인 모순’ 현상이 일어난다.

사랑받고 싶은 열망이 계속 좌절되면서 그 사람을 파괴하고 싶은 욕망이 서로 엉켜지고, 배신자에게 사랑받고 싶은 집착을 더 크게 만든다. 집착이 커질수록 더 복종하고 싶어지는 달콤한 아픔에 빠져 들어간다. 그 이유는 고통을 느끼지 않게 해주는 베타 엔돌핀이 생성되면서, 고통을 받고 싶은 메조키스틱 쾌감이 자신도 모르게 생겨나기 때문이다. 매조키스틱 쾌감에 점점 중독이 되면, 더 고통을 주는 배신자의 새디즘에 자신도 모르게 복종하게 된다.  

한용운의 ‘복종’이라는 시에는 이 역설적인 모순성을 잘 표현해준다.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만 나는 복종을 좋아하지요. /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가 없는 까닭입니다.” 참고로, 한용운이 복종하려 했던 대상은 한 사람이 아닌 일제의 압제를 견뎌야 했던 ‘우리나라’ 혹은 ‘승려’ 로서 믿는 ‘부처 신’임을 알린다. 이 시 속의 ‘당신’이라는 대상을 자신이 사람하는 사람에게 적용시켜서 읽는다면, 한용운의 나라와 신에 대한 숭고하고 진지한 사랑 법이 매조키스틱한 사랑법으로 변하는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은 ‘권위에 대한 복종(Obedience to Authority)’이라는 그의 책을 통해, 인간의 복종 심리를 찾아냈다. 그는 실험을 통해 대부분의 인간은 비합리적인 권위일지라도 그에 복종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복종 심리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다. 하나는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 권위자에게 약속을 잘 지키면서 복종하면 저절로 착한 아이, 좋은 사람이 된다고 주입되었고, 어른이 되어서도 같은 현상으로 착각을 하게 된다. 두번째는 사회적 위계 구조 안에서 더 높은 지위에 있는 귄위자의 동기에 맞추면, 자신이 갈등하지 않아도 되고, 실수에 책임을 질 필요가 없기에 생이 편안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절대적 복종’과 ‘절대적 통제’가 합해지면, 완벽한 ‘하나’가 된다. 착각되어진 완벽하게 결합되어진 최고의 관계이다. 한용운의 시처럼 이러한 관계는 자유보다 달콤한 행복의 관계처럼 느껴진다.

이 ‘환상적인 절대적 관계’를 에릭 프롬은 ‘공생관계(Symbiotic Relationship)’라고 지칭했다. 한쪽은 절대적으로 군림하는 새디스틱한 사람이고, 한쪽은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매조키스틱한 사람이다. 이 둘이 합해지면 두 개의 퍼즐이 완전히 마추어진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 공생관계는 묘한 쾌감을 준다. 단 한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복종을 하면서 오는 대가는 용서가 필요 없는 절대자와 찬미자의 관계를 가져다 준다. 

막장 드라마를 연출하며 관계의 마무리를 짓는 ‘서세원 서정희의 서 씨 부부’의 32년의 결혼생활을 ‘공생관계’의 예로 들어본다. 인형처럼 예쁜 서 씨는 남편 서 씨를 조용히 내조하는 좋은 아내, 아이들을 잘 키우는 엄마, 알뜰살뜰한 살림꾼, 인테리어 책을 써 베스트셀러가 된 작가의 단아한 여성상의 본보기였다. 이렇게 잉꼬 부부를 과시하며 살아왔던 그녀가 결혼생활 32년 자체를 모두 부정하는 충격적인 진실을 터트렸다.

서 씨는 이렇게 말한다. “처음에 연애를 했을 때도 정말 로맨틱한 연애를 해서 시작을 했던 것이 아니라, 만 19살에 성폭행을 당하면서 시작이 되었고, 동거 3년 후, 첫 딸이 두 달이 된 후에야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다. 남편이 사회활동을 못하게 차단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한정된 집 안에서의 일들밖에 없었다. 실내의 인형이나 마찬가지였던 나는 인테리어가 유일한 삶의 위안이었다. 남들 보기에 지나칠 정도로 집에 집중하고 살림에 집중하게 된 원인이 거기에 있었다. 나는 30년을 넘게 언어 폭언과 신체적 폭언의 매 맞는 아내로 살았다. 그래도 모든 것을 참고 용서하며 살았다. 하지만 딸 같은 내연녀와의 관계를 버젓이 정당화하는 그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었다. ” 

서 씨는 남편과의 첫 관계를 ‘성폭행’으로 묘사한다. 서 씨의 남편은 여자가 순결을 잃으면 생명을 잃는 것이라 생각하는 시대에 살았다. 이 사실을 잘 아는 치사하고 비겁한 남편은 강간에 가까운 성폭행으로 그녀의 순결을 획득했다. 그녀의 몸을 유린하고도 미안한 마음대신, 정복했다는 새디스트틱한 쾌감에 젖었다. 그 시대의 서 씨는 생명같은 순결을 잃게 한 성폭행을 자신의 트라우마를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매조키스트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그 후 3 년간 동거를 하고 딸을 낳으면서 점점 더 복종에 빠져들어 가는 매조키스틱한 쾌감에 빠져 갔으리라 짐작한다. 

그리고 그녀의 완벽한 ‘공생 관계’의 조합을 환상 속의 ‘완벽한 커플’이라며, 나르시스틱 매조키스틱의 자기 방어에 빠져들어 갔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예로 서 씨의 남편에 대한 용서법을 말한다. 남편 서 씨가 실수할 때마다 교회에 가서 기도하면 용서했다고 한다. 또한, 남편이 목사가 되면 그가 변화할 것이라 굳게 믿었다고 했다. 서 씨는 하느님에 대한 자신의 무조건적인 믿음을 충만한 은총으로 연결시키고, 자신의 기도는 특별하기에 그녀가 기도하면 모든 것이 원하는대로 된다는 나르시즘에 빠져 자신의 고통을 방어했다.

남편 서 씨 또한 나르시스틱 성격 장애자의 성향이 많다. 남편은 자신에게 가득 쌓인 열등의식을 남에게 멋있어 보이는 ‘일’과 ‘서 씨’를 획득한 ‘성공’으로 대처하려 했다. 이러한 면 때문에 그는 똑똑하고 야무지고 성실하고 리더쉽마저 있어 보이는 서 씨를 온갖 수단을 사용해 정복했다. 그녀를 정복을 한 후, 자기에게 철처히 복종하게 만들었다. 
앞으로 30-40년의 서 씨의 생이 권위자의 복종이 아닌 자유로운 자신의 선택으로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 수동적인 동의만을 하는 복종하는 인형의 가면을 벗어던지고, 자신을 들어내는 그녀의 용기있는 삶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양 미아  Licensed Psychotherap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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