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단테 혹은 알레그로
보스톤코리아  2012-06-25, 12:34:18 
웨딩, 돌잔치 등 다양한 행사사진을 찍다 보면, 그 날 컨디션에 따라 촬영작업이 매끄럽게 진행되는가 하면, 촬영 포인트를 못 잡아 헤매거나 힘이 배로 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야외촬영은 스튜디오에서 모델과 차분하게 대화하며 포즈를 잡거나, 조명을 조정하고 혹은 카메라 설정에 변화를 주며 촬영하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다. 이번 컬럼에선 변화무쌍한 이벤트 촬영에서 고려해야 할 것들과 이상적인 작업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악보에 보면, ‘빠르기표’라는 것이 있다. 이는 빠르기 정도를 나타내는 표로, 악곡 첫머리에 멜첼(J.N. Malzel)이 만든 메트로놈(박자기)의 빠르기를 기준으로 하여 1분 동안에 해당 음표를 치는 숫자로 표기한다고 한다. 음악가는 아니지만, 촬영 컨셉이나, 아이디어 도출시에 자주 음악을 들으면서 작업을 하곤 하는데, 기분에 따라 안단테(Andante, 천천히 걷는 빠르기로), 알레그로(Allegro, 빠르게), 혹은 렌토(Lento, 느리게) 등의 다양한 빠르기의 음악들을 듣곤 한다. 한 곡에서도 부분에 따라 다양한 속도가 적용되는 것은 마치 감정의 기복과 높낮이에 관계가 있어 보인다.

전체적으로 서로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 특이한 점인데, 사진도 이러한 부분을 갖고 있진 않을까? 개인적으로, 이벤트 촬영시 음악과 같은 다양한 빠르기로 촬영에 임하는 것은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에 매우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벤트 촬영은 애초에 순진하게 생각한 것처럼, 같은 빠르기로 끝나지 않는다. 이벤트는 그 행사의 성격에 따라, 식순에 따라 혹은 주제가 되는 모델에 따라 다양한 빠르기로 흘러간다. 이러한 환경에 빨리 익숙해 지기 위해선, 많은 촬영 경험을 쌓아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지하게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고, 다양한 빠르기로 촬영에 임하는 태도가 중요하니, 다음 내용을 참고하자.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오래 기다리자. 촬영하기 전에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늘 실천하지 않는 부분이다. 피사체가 장소든 사람이든 적당한 기다림을 갖게 되면, 대부분의 경우 뷰파인더에 처음 들어오는 피사체를 보고 바로 찍는 것보다 휠씬 좋은 사진을 얻게 된다. 피사체를 보자 마자, 마구잡이로 사진을 찍는 대신 기다렸다가 찍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으면, 가장 좋은 사진이 어디에서 나오고 무엇이 좋은 사진인지 분명히 알게 된다.

때론, 본능적으로 빨리 찍어라. 앞의 내용과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이 기다렸다가 찍는다는 지침의 이면을 보완한다. 어디든 곁눈질을 하거나 걸어가면서 어깨 너머로 순간적으로 보이는 장면들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곧바로 찍어야 할 사진들도 있다. 빠르고 직관적인 사진은 뉴스나 스포츠 사진 작가에게는 일상적인 이미지이겠지만, 일반인들에겐 직관적인 촬영은 익숙하지 않다. 그러나 이벤트 촬영시 자연스러운 순간을 포착하려면 장면을 놓치지 않으면서 카메라 설정과 구도를 최상으로 맞추는, 글자 그대로 보고 바로 찍는 방법을 반드시 적용해야 한다. 사진가를 위해 행사가 다시 열리거나, 자연스럽던 모델들의 포즈는 시시각각 변하므로, 항시 만반의 준비를 해두고 순간에 몰입하는 집중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다양한 빠르기의 촬영을 의식하고 촬영을 했다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촬영 후 결과물을 다른 사진과 비교하고, 이를 통한 새로운 시도를 해 보는 것이 좋다. 잡지나, 인터넷 등에 나온 다양한 사진들을 범주 별로 정리해서 자신이 촬영한 사진과 비교해 보자. 유명한 사진가의 방식을 단순히 모방하는 것은 지양하고, 비교를 통해 나름의 새로운 구도를 생각해내고, 독창적인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생각을 할 때도 다양한 빠르기의 음악감상이 도움이 된다. 아무리 간단해 보이는 사진도 조금만 생각해보고, 다른 빠르기로 접근해 보면 의외로 자연스러운 사진이 많이 나온다는 것을 기억하자. 이벤트 촬영을 할 때는 음악의 빠르기를 적용하자. 기억하자, 이벤트 촬영은 안단테 혹은 알레그로.


Nabis Studio Creative Director 양성대 ozic@hotmail.com

* 디지털카메라와 포토샵, 그래픽 디자인에 대한 개인튜터링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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