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기고 > 실향민 고국방문단
보스톤코리아  2012-06-25, 12:37:32 
북한에 고향을 두고 온 해외거주 동포들은 두번 고향을 잃어버린 실향민들이다. 1.4후퇴 피란길에 고향을 잃어버렸고 그뒤 정붙이고 살던 남한의 두번째 고향을 이민길에 또 잃어 버렸다.

한국정부가 이 실향민들을 위로하고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 1996년부터 올해까지 18회에 걸쳐 총 3,240명의 국외 이북도민을 초청한 고국 방문단 사업은 고맙고 잘하는 일이다.

2012년 N.E.지역 이북도민 고국방문단의 인솔 책임을 맡아 한국을 다녀왔다. 공식일정은 5일간이었고 우리 일행은 북한에서 태어나신 70대 어른 두분과 6.25전쟁을 잘 모르는 20대 세명을 포함 모두 8명이었다.

첫 공식일정으로 국립 현충원을 참배했다. 조국과 민족을 구하기 위해 전선에서 이름없이 죽어간 젊은 넋들이 누워있는 곳이다. 진혼의 나팔소리에 눈물이 흐른다.

지난 2006년 5월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 중부전선 철의 삼각지대에서 국군 유해 한 구가 발굴되었다. 참호속에 쓰러진 전사자는 포탄을 맞은듯 으깨어진 두개골과 팔,다리 뼈가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유해 주변에는 철모, 수류탄, M1소총, 대검 그리고 수통등 유품 30여점도 있었다. 밀폐된 수통 속에는 전사자가 마시다 절반 쯤 남긴 55년된 물이 들어 있었다.

흐르는 계곡의 물을 펐을까? 아니면 피란 가고 텅빈 농가의 우물 물을 퍼 담았을까? 그리고 55년간을 추운 산언덕에 방치되어 있던 유해와 그 영혼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리다.

우리는 왜 이렇게 생각이 느리고 행동이 굼뜬가? 휴전이 되고 47년의 세월이 흐른 지난 2000년에 육군 유해 발굴단이 창설되었다. 전쟁중 포로로 끌려가서 아직도 북한땅에 불법 억류되어 있는 400여명의 우리 국군들... 그렇게 퍼 주면서 왜 그들을 데려오지 못했는가?

다음날 우리는 천안함과 해군 제2함대를 견학했다. 파도를 가르며 서해 최 북단섬 백령도 해상을 초계근무중이던 천안함, 바다에서 태어나 바다를 지키던 천안함은 두 동강이 난 채 그렇게 뭍에 올라와 있었다.

끊어진 채 너덜거리는 수많은 전선줄과 처참하게 휘어진 선체를 보면서 분노가 끓어 올랐다. 애함과 함께 피끓는 젊은 생명을 바친 승조원 46명의 명복을 비는 묵념을 올렸다. 평택 해군 제2함대 사령부를 돌아보고 제2 연평해전 전적비에 모국 방문단을 대표하여 헌화하였다.

이후 우리 모국 방문단은 청와대 예방과 국가 정보원, 용산 전쟁기념관 그리고 경복궁과 청계천을 돌아 보면서 5일간의 모국 방문 일정을 무사히 마쳤다.

해단 후 나는 조국 분단의 아픔이 아직도 남아있는 강원도 속초의 아바이 마을을 돌아 보았다.

6.25전쟁중 공산치하를 벗어나 피란 내려온 함경북도 주민 1000여명은 속초 앞바다 모래톱에 움막을 쳤다. 빠르면 15일, 길어봤자 3개월이면 고향에 돌아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토록 고향 돌아 갈 날을 기다리던 아바이들은 하나 둘씩 모두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열 댓명 남은 아마이(어머니)들만이 오늘도 북녁 땅을 바라보며 모질게 징한 세월을 힘겹게 살아내고 있었다.

며칠 있으면 우리는 6.25전쟁 62주년을 맞는다. 우리민족의 이 슬픈 역사는 언제나 아물려는가?


홍 성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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