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Major의 두 가지 맛
보스톤코리아  2009-11-16, 15:33:13 
사람들이 흔히 하는 재미있는 고민 중에 이런 것들이 있다. 자장면 과 짬뽕 중 어떤 것을 먹을까?산에 갈까, 바다에 갈까? 고민을 하게 되는 이유는 우위를 따지기 힘들 만큼 둘 다 놓칠 수 없는 매력적인 맛과 즐거움을 선사해주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한국에서는 짬짜면(짬뽕, 자장면이 합성된 신조어)이 탄생 했겠는가. 마찬가지로 산 과 바다에 대한 우리들의 고민은 산의 풍경과 바다의 풍경을 둘 다 즐기고 싶다는 열망에서 기인했을 것이다. 여기 그 두 가지 바램을 충족 시켜줄 기특한 산이 있으니, 바로 Mt. Major이다.

지난 주말 우리가 향했던 Mt. Major는 New Hampshire 의 Alton에 위치한 산으로써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아름답고도 특별한 풍경을 간직하고 있었다. 특히, 산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Winnipesaukee 호수는 연인 및 친구, 가족들의 나들이 코스로 부족함이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에서 보면 키팅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책상 위에 올라서서 주변의 사물을 다시 보라는 주문을 한다. 이는 똑 같은 사물을 익숙한 눈높이에서 벗어나 좀 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똑같은 사물도 기존과는 달리 보이게 할 것이라고 한다. 선생님이 바랬던 것은 그 활동을 통해 좀 더 다양하고, 열린 시야를 학생들이 가지길 원해서였을 것이다.

내가 Mt. Major 정상에 올라섰을 때 영화의 저 장면이 떠올랐던 이유는 비단, 시야를 온통 사로잡은 호수와 산의 조화로운 풍경 때문만은 아니었다.
차를 타고 오면서 보았던 Winnipesaukee 호수의 모습은 내가 아는 전부가 아니구나. 그저 고요하고 작은 호수라고 생각했던 모습은 Mt. Major 정상에 올라서니,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였다. 지상에서는 볼 수 없었던 오밀조밀한 섬모양의 육지들이 넓게 퍼져 있고, 작은 호수라고만 여겼는데, 끝도 없이 물길이 이어져 있었다. 지금은 고요하고, 잔잔하게 흘러 가는 듯 보이는 저 물도 강을 향해, 그리고 바다를 향해 가는 세찬 마음을 품고 있겠지.

겉으로 보이는 것, 혹은 내가 아는 한 단면만을 가지고, 어떤 사람이나 현상을 섣불리 판단하진 않았는지, 잠시 반성을 해보았다. 산의 정상에 올랐을 때 보이는 주변의 모습이 앞, 뒤, 위와 아래의 모양이 각기 다른 것처럼 세상과 사람에 대한 시야를 넓혀 가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Mt. Major는 높이가 1,786 피트(544m)로 가파르지 않은 트레일을 따라 가볍게 산책 하는 기분으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그 동안 소원했던 가족, 친구들과 함께 대화하며 오를 수 있고, 보너스로 산과 호수의 멋진 풍경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으니 이를 어찌 짬짜면의 즐거움과 비교하여 말할 수 있을 것인가. ^^

(보스톤 산악회 홈페이지 : http://cafe.daum.net/bostonmountaineers)

<산행후기/ 보스톤산악회원 김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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