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화 창 닫는 임진강 사건 침소봉대
보스톤코리아  2009-10-05, 16:25:35 
북한의 임진강 방류로 온나라가 떠들썩하다. 그러나 이 사건의 전적인 책임을 북에 돌리고 최근 북이 취한 잇따른 양보조치마저 무위로 돌리면서 남북관계가 경색으로 치닫는 것은 아무리 봐도 석연치 않다. 이번 사건에 대한 일부 언론과 강경보수 진영의 호들갑을 보면서 1995년 시아펙스호 인공기 게양사건을 떠올리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북에 줄 식량을 싣고 간 우리 배에 북측 관계자가 승선해서 태극기를 내리고 인공기를 게양케 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우리 사회는 삽시간에 ‘쌀 주고 뺨 맞을 수 없다’며 북한의 반민족성과 야만성을 성토했다. 후일 밝혀졌지만 인공기 게양 사건은 명확한 사실 확인과 균형적 판단 없이 국민의 감성을 자극해 대북 강경기조를 정당화하려는 일부 언론의 여론몰이 소재로 활용된 것이었다.

특수한 남북관계를 반영해 북에 입항하는 한국 배는 태극기와 인공기 모두 게양하지 않기로 합의했음에도 시아펙스호가 태극기를 그대로 걸고 북한 항구에 들어섰고, 이에 북측이 항의하면서 인공기를 게양하라고 주문한 것이었다. 사건 직후 북이 ‘아래 일꾼들의 실무적인 착오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이라고 해명하고 유감을 표명했음에도 반북정서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로 인해 한동안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을 지속했음은 물론이다. 사건에 대한 균형 잡힌 접근이 뒤로 밀린 채 북한의 후안무취한 잔인성만 강조되고 있는 임진강 방류 사건 역시 지금 조성되고 있는 남북대화 분위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탁월한 효과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 같은 여론몰이식 반북주의는 기본적으로 남북관계 정상화 움직임을 못마땅해 하는 강경 보수층의 정서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북한의 양보조치를 일관된 대북 제재와 압박의 효과라고 반기면서도 북이 주도하는 협상국면의 조성을 내키지 않아 하는 완고한 보수진영에서는 북이 내민 대화재개의 손을 잡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다.

지금 북이 유연한 입장을 보이는 것도 우리의 강경한 원칙적 입장을 견지했기 때문이라고 여기는 이들은 북이 확실히 굴복할 수 있도록 더 강력하고 강경한 대북 압박을 지속해야 한다고 여긴다. 여기에 이번 임진강 사건은 더없이 좋은 명분을 제공하게 된 셈이다.

사실 최근 북의 행보는 과거와 비교해볼 때 의아할 정도로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걸려 있던 현안을 북이 순순히 나서서 풀어주고 있다. 그것이 제재의 효과인지 북한이 주도하는 선제조치인지 분명하진 않지만 이명박 정부가 요구하는 방향을 조금씩 수용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임진강 사건을 침소봉대하여 북을 비난하고 북이 내민 손을 뿌리친다면 이는 분명 지금 열린 대화의 창이 마땅치 않은 것이고 남북관계의 개선이 달갑지 않은 것에 불과하다. 남북관계 개선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다음 수순은 이명박 정부가 나서서 어렵게 열린 남북대화의 창을 더 열고 북이 내민 대화의 손을 잡는 것이어야 한다.

김근식 교수
출생: 1965년 3월 31일 소속 경남대학교 (교수)
학력: 서울대학교대학원 정치학 박사
경력: 아태평화재단 연구위원 2007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경
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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