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씨 이게 뭡니까?
보스톤코리아  2009-06-22, 14:59:35 
요즘 한국신문을 보기가 부끄럽다. 연일 나오는 기사들을 읽기가 무척 민망하다. 20년전 정부가 군사시대 였다면 요즘은 막말의 시대같다. 누가 더 원색적이고 자극적인 말을 하는 사람이 세상의 주목을 받을까? 라는 내기를 하는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이러한 언어들은 한국언론에 신상품으로 등장 하였다. 변화가 빠르고 교체에 민감한 한국민의 정서에 신상품은 빠른 속도로 팔려 나갔다. 이러한 현상이 쉽게 받아 드려졌던 것은 지난 군사시대의 억압된 언론에 대한 반감도 있었겠지만 문화의 변화라고 생각된다. 서태지, 인터넷, 진중권, 글로벌 시대도 한몫 하였다.

김동길씨의 노무현씨에게 "자살 이라도 해라" 라는 발언이 현실화 되었던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너도 자살해라" 라는 말이 요즘 섬뜩한 무드를 내고 있다. 몇일 전 김대중씨는 11일 6•15 남북공동선언 9돌 기념 특별연설에서 "과거 50년 동안 피 흘려 쟁취한 민주주의가 위태로워 걱정”이라면서 “방관하면 악(惡)의 편”이라고 말하였다.

현 정부가 악이고, 이를 타도하기 위해 나서지 않으면 마찬가지로 악의 편이라는 말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현직 대통령을 ‘독재자’로 규정하고 “독재자에게 고개를 숙이고 아부하는 것은 용서 안 된다”고 역설했다.

더 나아가 “행동하는 양심이 돼서 모두 들고 일어나야 한다”고 몰아쳤다. 현정부에 대하여 쓴소리를 한 것이다. 이에 많은 사람들의 반론이 터져 나왔고 여파도 일만파 펴져 나갔다. 그중 전여옥 모임의 회장 최정수씨는 홈을 통해 김대중씨에게 "20년 이상이 지난 휠체어를 타고와 바짝 찌그러진 모습과 잘돌아가지 않는 혀로 지금 외치는 모습은 노인 치매를 떠나 저승의 문턱에서 과거의 필름 한장면을 다시 뒤새김질하는 모습이다" "한무리들의 굿판이 경복궁앞에서 벌어져 또한명의 자살열사가 될수 있으니 말이다." "김대중씨도 차라리 노무현 전대통령처럼 자살을 해라" "자살을 통하여 본인의 뜻을 지지자들에게 전하여야 할것이다." "자살을 하기위하여 바위에 올라갈 힘이 없으면 본인 자택 2층 옥상에서도 가능할것이다." 라는 발언을 하였다.

"자살해라"라는 언어가 한장의 A용지에 무려 네번이나 사용되어 강조되고 있으니 누구의 잘못을 떠나 문장의 표현에 눈쌀이 찌쁘려지지 않을 수 없다. 자살이 무엇인가? 인위적으로 목숨을 끊는 누구도 해서는 안되는 극단이다. 입에 오르 내리기도 섬뜩한 말이 휴지처럼 던져지고 있다.

독설과 신변잡기의 언어는 다르다. 김대중씨 언어가 독설이라면 최정수씨의 언어는 신변잡기이다. 김대중씨 글에 대한 최정수씨의 반론은 내용이 없고 거친언어의 표상에 괴어 있다.

2층에서 떨어져 자살이나 해라는 인터넷 댓글 수준의 발언과 신체의 불편함을 지적하는 인신공격의 발언은 전달하는 내용이 없는 바람든 무우이다. 씹어도 맛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더 바람든 구멍난 무우 같은 것은 이러한 모습이 이 나라를 대표하는 한당의 모습인가 하는 허망함이다.

즉 바짝 찌그러진 모습과 혀로 지금 외치는 노인네란 표현속에서 한 당의 정치의 모습이 상상 되는 것이다. 최정수씨 글은 김대중씨의 쓴소리를 나무라지만 떼쓰는 글이 된 것이다.

글이란 묘하다. 문장을 따라가지만 그림자를 밟고 띄어쓰기는 숨을 고르지만 가슴을 두드린다. 눈에는 영상이 그려지고, 귀로는 내리지 않는 빗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때로는 글쓴이를 곁에 두지 않고도 느끼며 작은 어휘 하나로 정원을 만들어 낸다. 글은 의미를 강조하기 위하여 표현하기도하고 표현을 강조하여 의미를 전달하기도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전달 하느냐이다.

전여옥의 모임 전사모는 정치적 모임이다. 이들이 공식적으로 표현하는 글들은 방안에서 이야기하는 잡담이나 수다의 수준이 아니다. 온 국민이 이들의 뜻에 반응 한다.

김대중씨에게 반론을 하려면 그의 주장이 왜 타당하지 않은지 설득력있게 반박해야 한다. "민주주의가 위기에 있다고 말을 하면 어떤 면에서 그러한지 냉정하게 따져보고 집권자의 태도가 잘못된 것이 없는지 따져보는 게 성숙한 권력이며, 정론의 언론이다."(미디어 오늘)

그의 생각이 적합하지 않다면 왜 그의 생각이 적합하지 않은 것을 글을 읽는 이에게 전달하여야 한다. 그러나 인신공격성 발언만 있을 뿐 전달하려는 '무엇'이 없다. 얼마전 노무현씨 자살은 자살을 부추기는 행이었다고 걱정하던 논객들의 질타가 이번에는 "자살이나 해라"라는 말을 스스로 사용하는 모순을 낫고 있다.

그곳에는 김동길씨의 "자살해라" 라는 언어가 인연이 되어 한용지에 네번이나 나타나는 배우로 등장하고 이를 보던 네티즌 이란 관객들은 "전여옥 너나 자살해라" 라고 상식을 벗어난 영화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뭡니까?

정치는 대중을 상대한다. 대중은 이들의 표현에 울고 웃는다. 그리고 울고 웃기는 수단은 언어이다. 반듯하고 정제된 언어속에서 정치의 옥수(鈺水)를 마실수 있다. 비열하고 저속한 언어를 사용하는 정치는 생명이 없다. 맑은 정치, 생명있는 정치를 하려면 할말과 안할말을 구별해야 하고 쓴말과 속어도 구분해야 할 것이다. 말은 하는 것보다 안하는 것이 어렵다.

최혜현(렉싱톤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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