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시어머니
보스톤코리아  2008-12-19, 17:47:29 
김영애 (브루클라인 거주)
만나고 헤어지고, 헤어지고 만나고…
아들이 Thanksgiving 일주일 방학을 집에서 보내고 다시 대학교로 돌아갔다. 사람이 들어온 자리보다 나간 자리가 크다고 하더니 아들이 대학교로 돌아간 뒤의 내 작은 집은 넓고 텅 빈 느낌이었다. 아들이 다니는 대학교를 지도로 볼 때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건만 (몇 주 건너 있지만) 한번에 오고 가는 비행기를 찾기 힘들어 매번 갈아타야 한다. 휴가 때마다 국내선 비행기가 자주 연착이 된다는 뉴스를 들었는데, 이번에 아들이 집으로 올 때 비행기가 한 시간 늦게 오는 바람에 다음 비행기를 놓쳐 공항에서 자는 상황이 벌어졌다 .일이 꼬이려고 그랬는지 다른 때는 갈아 타는 시간이 두 세시간의 여유가 있었는데 이번엔 한 시간이나 늦는 바람에 다음 비행기를 놓쳤다. 비행기보다 날씨로 인해 비행기가 늦게 와 비행사측 잘못이 아니기 때문에 잠자리를 못 마련해 준다니 지리도 알지도 못하는 곳에서 꼼짝없이 공항에서 자는 수 밖에. 늦은 시각이라 다른 비행기도 연결도 안되고. 난 아들이 자는데 춥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에 잠도 제대로 못자고, 아들은 아들대로 낮선 곳에서 잠이 안 와 한 시간 밖에 못자고 아침 비행기를 타고 무사히 집으로 왔다고 일하는 가게로 전화를 했다. 대학 일학년 때는 몰랐는데 두 번째 해 부터는 대학 휴가 때마다 짐을 쌓다 풀었다.비행기 연착,시간, 돈… 매년 Thanksgiving 다음주 부터는 일학기 기말 시험… 엄마 입장에선 아들이 안쓰러워 집에서 가까운 대학에 보낼것을 하는 후회도 조금 든다. 이번 일주일 방학이 내겐 짧았다.
대학 일 학년땐 대학교에서 일주일 내내 식사를 제공 했지만 이학년 부터는 금요일 오후식사, 주일식사를 학생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니 학생이 무엇을 만들어 먹을까 고작 냉동 음식 사 놓고 필요 할때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던지, 사먹는게 그만 이겠지 하는 생각에 해주고 싶은 음식도 많았고 , 여자친구도 생겼다고 하니 멋진 옷도 같이가 고르고 사주고 싶었는데 일한다는 관계로 시간이 없어 마음만 바쁘게 보냈다. 아들이 돌아오는 다음날이 내 생일이니 가족끼리 간단한 저녁을 먹기로 한 식당에 일을 끝내고 가 보니 아들은 내가 좋아하는 장미꽃 한 다발을 가슴에 안고 날 반긴다. 아들은 날 위해서 음식을 만들어 주려고 생각했는데 비행기로 인해 계획이 어긋났다고 투덜투덜거리면서 음식을 못 만들어 주니 꽃으로 대신 한다는 아들!
형제 없이 자란 아들은 친구들을 잘 챙기는 것 같은데 식구들에게 받는 것 만 알지 주는 것 엔 익숙하지 않아 옆구리 찔러 절 받기 식으로 내 생일을 아들이 기억하기 쉽게 음력에서 양력생일로 찾아 아들이 특별한 날엔 가족에게 주는 것을 가르치고자 내 생일을 바꿨는데…
이번에 제 눈에 맞는 여자친구가 생기니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차를 만들어 준다고 인터넷에서 만드는 법을 찾아서는 밖엔 강한 비가 오는데도 차를 담을 예쁜 병을 찾으러 달리질 않나, 차 재료를 이것 저것 사와선 믹서기로 재료를 돌려야 재료가 잘 섞여 차 맛이 제대로 난다고 하는짓을 보고 난 은근히 부럽고 샘이 나서 볼멘 목소리로 “야 엄마한테나 잘해라” 아들 왈” 엄마 생일에 꽃 사줬잖아 앞으로 잘 할게” 하고는 능글맞게 웃는다.
내가 벌써부터 홀 시어머니 티를 내나 하는 생각에 내 자신이 우습기도 하고, 나만은 며느리를 내 딸처럼 잘 해줘야지 다짐 했건만. 옛날부터 며느리와 홀시어머니 관계가 나쁘다고 했던가. 하나 있는 아들 잘 되라고 온갖 정성을 들여 키워 놓았더니 엄마 생각엔 아들이 엄마가 해준 것은 조금도 생각도 않고 여자한테만 잘 한다고 느낄 때 아들보고 뭐라고 하기보다 며느리를 괜히 밉게 생각하여 며느리를 구박하는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에 홀시어머니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러나 아들! 걱정마.
엄만 홀시어미 노릇 안 하려고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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