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세상 - 자작나무 내 인생
보스톤코리아  2008-07-21, 19:27:20 
자작나무 내 인생
정끝별

속 깊은 기침을 오래하더니
무엇이 터졌을까
명치끝에 누르스름한 멍이 배어 나왔다

길가에 벌(罰)처럼 선 자작나무
저 속에서는 무엇이 터졌길래
저리 흰빛이 배어 나오는 걸까
잎과 꽃 세상 모든 색들 다 버리고
해 달 별 세상 모든 빛들 제 속에 묻어놓고
뼈만 솟은 저 서릿몸
신경줄까지 드러낸 저 헝큰 마음
언 땅에 비껴 깔리는 그림자 소슬히 세워가며
제 멍을 완성해 가는 겨울 자작나무

숯덩이가 된 폐가(肺家) 하나 품고 있다
까치 한 마리 오래오래 맴돌고 있다


해설이렇게 '제 멍을 완성해 가는 겨울 자작나무'앞에선 누구나 저절로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삶과목숨이란 끝없이 말라가며 제 멍이 터져 나오는 것이라 한다. 더욱이 내면에 '숯덩이가 된 폐가(肺家)를 품'지 않았는가. 경건한 빛을 뿜어내는 고행자인 자작나무여, 눈이 시리다.

정끝별 시인은 전남  나주 출생. 1988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자작나무 내 인생>< 흰 책><삼천갑자 복사빛> 시론집 <패러디 시학>평론집 <천 개의 혀를 가진 시의 언어>등이 있으며 소월시문학상을 수상했다.          

신지혜.시인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야구] 패펄본, 임신한 아내 뉴욕에서 “신변의 위협 느꼈다” 2008.07.21
올스타 게임에서 클로저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한 조나단 패펄본이 뉴욕팬들의 과도한 야유를 받았다. 임신한 아내와 같이 지난 14일 퍼레이드에 참가한 패펄본은 자신..
같은 영화 다른 생각 - 황진이 2008.07.21
황진이              &nb..
詩가 있는 세상 - 자작나무 내 인생 2008.07.21
자작나무 내 인생 정끝별 속 깊은 기침을 오래하더니 무엇이 터졌을까 명치끝에 누르스름한 멍이 배어 나왔다 길가에 벌(罰)처럼 선 자작나무 저..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에서 2008.07.21
요 며칠 어찌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지 덩치 큰 녀석 둘이 부엌의 냉장고 문을 여닫고 집 위 아래층을 오가며 뒹구는 모습이 엄마의 눈에 거슬린 모양이다. 온 가..
명문대학탐방 - Tulane University 2008.07.21
Tulane 대학은 1834년 처음 Louisiana주에 6명의 의사들에의해 설립된 의과대학으로 써, 1884년 설립된 University of Louisia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