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니 부통령도 다음날 바그다드 깜짝 방문


민주당이 치열한 대선후보 경선에 아직까지 온 힘을 쏟는 사이, 일찌감치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정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이라크를 방문하여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매케인 의원은 2003년 3월 개전 이래 바그다드를 무려 8번이나 방문했다.

매케인 후보는 이라크전 5주년을 앞둔 지난 15일 바그다드를 전격 방문, 재건 상황을 둘러보는 등 대통령을 연상케 하는 외교 행보에 나섰다. 매케인 후보는 자신의 지지세력이자 상원 군사위원회 동료인 린지 그래험(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조지프 리버먼(무소속·코네티컷) 상원의원과 함께 바그다드를 방문해,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미군 사령관과 라이언 크로커 대사 등을 만나 미군의 작전 성과 및 재건상황에 대한 보고를 들었다.
바그다드에서 매케인 후보는 미군 철수를 주장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후보를 비판하면서, 알카에다와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알카에다는 이라크 안전과 민주주의에 여전히 위협을 가하고 있다. 이라크에서 미국이 해야 할 일이 아직 남아있다"라며 미군 주둔을 옹호했다.
매케인 후보는 이라크전과 미군 증파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라크 문제가 앞으로의 대권행보에 자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그가 전쟁 5주년을 맞아 바그다드를 방문한 것은 한편으로는 미군 파병 효과를 긍정적으로 홍보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민주당 경쟁자들에 맞서 자신의 정치·외교적 경륜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매케인 후보는 이라크에 이어 미국의 중동 외교의 주요 국가인 요르단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을 방문한다. 그리고 귀국 길에는 프랑스와 영국에도 들러서 대통령 같은 대통령 후보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전세계에 보여줄 계획이다.
한편, 딕 체니 미국 부통령도 매케인 후보에 하루 뒤진 17일 이라크 바그다드를 깜짝 방문했다.
체니 부통령은 바그다드 도착 후 누리 알-말리키 총리와 잘랄 탈라바니 대통령 등 이라크 정치 지도자와 면담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지난 5년을 돌아본다면 아주 어려웠지만 이라크 전은 성공적 작전이었고 노력을 기울일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말했다.
체니 부통령은 지난 16일 10일간의 일정으로 오만과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터키 등 중동 5개국 순방에 올랐으나, 원 순방 계획에는 이라크 방문이 들어 있지 않았다. 그의 중동 순방의 목적은 산유국들에 석유 증산 압력을 넣는 한편, 이란을 고립시키기 위해 중동국가들의 협력을 얻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기에 체니 부통령의 갑작스런 이라크 방문은 더욱 큰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일부 외신은 체니 부통령이 이라크전 발발 5주년을 앞두고 매케인 후보와 비슷한 시기에 바그다드를 방문했다고 지적했다. 즉, 매케인 후보를 공식 지지한 부시 행정부가 체니 부통령의 바그다드 방문을 통해 매케인 상원의원에 대한 관심을 더 높이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진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