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감염 우려로 2003년부터 식용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된 '앉은뱅이 소'를 도축한 쇠고기 업체인 웨스트랜드-홀마크 미트사(Westland/Hallmark Meat Packing Company)는 17일 도축장에서 출시된 냉동 쇠고기 64,350톤에 대해 자발적인 리콜 조치를 취했다. 이러한 리콜 규모는 지난 1999년에 비해 약 5배 가량되는 역대 최대 규모다.
에드 셰퍼(Ed Schafer) 미 농무장관은 17일 성명을 통해 "캘리포니아 치노(Chino)의 웨스트렌드-홀마크 미트사가 보건규정을 어기고 정기적인 수의사의 검사를 받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셰퍼 장관은 특히 "소들이 적합한 검사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농무부 식품안전감독국(FSIS: Food Safety and Inspection Service)이 식용으로 부적합하다고 판정한 쇠고기에 대해 리콜 명령을 내렸다"라고 발표했다. 그는 다만 "여러 단계의 안전조치가 있는 만큼 해당 쇠고기들이 광우병에 감염될 우려는 극히 적다"면서도 "이번 조치는 위생상 우려가 적은 2등급 조치"라고 강조했다. 농무부는 "리콜 명령을 받은 웨스트랜드-홀마크 미트사에서 생산된 냉동 쇠고기는 그동안 주로 학교 급식용으로 공급돼 왔다"라고 전하고 "아직 이 쇠고기를 먹고 질병이 발생했다는 보고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와 워싱턴주의 많은 학교는 18일 냉동쇠고기에 리콜조치가 내려진 직후 학교 점심식단에서 쇠고기를 제외하는 추세다. 또한, 지난 20일에는 문제가 된 쇠고기 상당량이 학교 급식용으로 전달됐고 그 중 대부분은 이미 학생들이 시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하여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미 농무부 측에 의하면 "리콜된 쇠고기 중 3,700만 파운드가 학교 급식 프로그램의 목적으로 전달됐고, 이들 중 대부분이 이미 식사용으로 소비된 것으로 믿고 있다"라고 전했다. 농무부 예산을 쥐고 있는 미 하원 농업 식품의약세출소 위원장인 로사 들러우로(Rosa L. DeLauro) 의원은 전날 딕 레이먼드(Dick Raymond) 농무부 식품안전차관에게 서신을 발송, 내달 3일로 예정된 청문회에 앞서 리콜 대상기업인 홀마크/웨스트랜드사에 대한 질문서에 답변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레이먼드 차관은 "얼마나 많은 쇠고기가 공급됐는지 현재로선 정확히 알 수 없다"면서 "그러나 아직 국민 건강에 큰 문제가 발생했다고는 생각되지 않기 때문에 신속한 리콜조치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현재 미 전역 약 150개 학군이 쇠고기 사용을 즉각 중단했고, 잭-인-더-박스( Jack-In-the-Box), 인-앤-아웃(In-N-Out) 등 패스트푸드 체인점 두 곳도 리콜대상 기업인 홀마크/웨스트랜드사 제품 사용중단 계획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위험한 쇠고기가 많은 지역에 유통됐을 가능성과 자녀 학교급식에 사용되지 않았을까라는 불안감을 표출하면서 농무부가 과연 고기 생산 시설에 대한 감독능력이 있는지 강력한 의문을 표시했다.
한편, 이번 쇠고기 리콜 문제는 시민운동단체인 휴먼 소사이티(Human Society)가 웨스트랜드-홀마크 밑트사의 정육업자들이 병들고 부상당한 소를 발로 차거나 지게차로 밀어 도살장으로 모는 장면이 담긴 비디오를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세라김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