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아이들의 어머니, 로즈마리
보스톤코리아  2008-02-10, 12:39:12 
김영애(브루클라인 거주)

새해는 인종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이 좀 더 나은 삶이 펼쳐지기를 기원했고, 또기대한다. 로즈마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주까지도 모든 것에 만족하며 올 해는 자신의 다이어트 계획을 세워 몇 달 후에는 날씬하고 멋진 여자로 재탄생할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 월요일 아침, 가게에 가보니 로즈마리가 울상이다. 자다 깨어 아들이 있나 확인해 보니 없어 가슴 조이고 있는데 일요일 새벽 5시에 경찰이 와 당신의 아들이 차를 훔쳐서 연행되었다고 알렸단다. 로즈마리는 14살 된 아들이 훔친 차를 가지고 친구들과 번갈아 가며 운전을 하다 경찰에 발각이 되었단다. 새해에 일어난 첫 케이스란다.

로즈마리는 우리가게에서 일하는 스페니쉬 여자다. 키는 작고 뚱뚱한 편이고, 영어와 스페니쉬를 쓰는, 강하고 일 잘하며 동작이 빠른 여자다. 단점이라면 자신 보다 주변사람들로 인해 법정에 자주 가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일하는 날짜를 자주 바꿔, 가게 주인의 입장에서는 일 시키기를 꺼리는 여자다. 38살이고 첫 번째 남편은 군대에 가 죽고, 두 번째, 세 번째남자는 형제관계였으며 이혼이 안 된 상태에서 네 번째 남자를 파티에서 만나 살고 있는데 젊은 남자다. 여러 스타일의 머리를 디자인 할 수 있는 헤어드레서지만, 불확실한 신분으로 일해 요사이 이민국 단속이 강화되어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어 속상해 하며, 자신의 신분 때문에 가끔 숨어서 운다고 나에게 얘기한 30살의 키크고 잘 생긴 스페니쉬 남자다.

로즈마리는 4명의 아들을 두었으나 한 명은 죽었다. 첫째 아들은 21살이고, 자기보다 나이가 많고 애가 있는 여자랑 결혼해 살며, 아들은 여자 말을 잘 듣는단다. 로즈마리랑 여자는 관계가 안좋단다. 그러니 큰 아들과의 관계도 소원하다. 둘째 아들은 2년 전 집 앞에서 총을 맞아 죽었단다. 로즈마리 얘기로는 집 앞에서 총소리가 나 창문으로 보니 흑인 3명이 뛰어가고 있었고, 자신의 아들이 땅바닥에 쓰러져 있었단다. 로즈마리는 지금까지 누가 그랬는지 몰라 가슴이 답답해 한다. 우리가게에서 일하는 처음 얼마 동안은 십대인 흑인 아이들을 보면 다 의심이 가 힘들었단다. 셋째 아들은 아무런 말썽 없이 잘 지낸다고 내게 얘기했으나, 다른 사람 얘기에 의하면 16살인 아들은 학교도 그만두고 여자친구가 집에 같이 산다고 한다. 넷째 아들은 14살이고 작년에도 2달간 소년원에 갔다와서는 올 해도 일을 냈다. 다들 자는 시간에 왜 친구들과 어울려 다녔는지 이해가 안 간다.

로즈마리는 우리가게 근처에 살고, 가게에서 일하는 시간에 경찰차, 앰블런스차, 소방차 소리가 나면 어느 방향으로 차가 가고 나오는지 확인하고는 혹시 자신의 아들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았나 하는 불안감 때문에 확인전화를 하고, 모든 것이 자기 뜻대로 되어 주길 바라는 분 같은 성격을 가진 여자다. 남편 복이 없으면 자식복도 없다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로즈마리에게 딱 맞는 말이다.

셋째, 넷째 아들의 아버지는 우리가게 앞을 자주 지나 다닌다. 몇 년 전 교통사고로 정신상태가 나쁘다는데도 여자만 보면 어쩔 줄 몰라 한다. 언제나 한 손에는 술병이 있고 옷차림은 말쑥하다. 14년간 한번도 아이들을 위해 돈도 안주고 가끔 로즈마리를 보면 빈말이라도 아들들은 잘 지내냐고 묻지도 않는단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 우리가게에 와서는 로즈마리에게 무엇인가를 주는 것을 보았는데 조금 있다간 서로 언성을 높이고 하더니 남자가 가버리고 난 뒤 로즈마리 얘기가 아들들에게 선물을 사주라고 돈을 주길래 받고 보니 단돈 10불이란다. 너무 어이가 없어 돌려주니 스페니쉬 말로 욕을 하더란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여자는 남자를 잘 만나야지 남자를 잘못 만나면 평생 고생인 것 같다. 마음고생!

인생이 뒤죽박죽인 로즈마리는 언제나 생각이 많아 신경안정제를 복용한다. 군대에서 죽은 남편 때문에 나오는 연금과 우리 가게에서 이틀간 일해 받은 돈으로 살면서 동거남과 아들에게 쓸 돈은 있어도 자신을 위해 쓸 돈은 없다는 여자다. 내가 알고 있는 로즈마리에 관한 것은 이렇다. 더 자세한 내막은 모른다. 내 인생도 만만치는 않다. 그래도 참 내 말을 잘 이해하는 착한 아들이 있어 살지만 로즈마리는 언제쯤 안정되고 편안한 삶을 살까? 다음주 화요일에 로즈마리의 넷째 아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지불해야 집에 올 수 있는지, 돈을 지불 못하면 몇 개월을 소년원에 있어야 되는지 판결을 받는 날이다. 한 번 우리가게에 온 14살 된 아들을 보았는데 14살 치고는 큰 키에 잘생기고 착해 보였으나, 자기 주장을 강력하게 표현 못하는 나약한 성격을 가진 아이인 것 같았다. 로즈마리는 매일 밤 잠을 설친단다. 로즈마리는 이번 일로 아들이 깨달은 바가 많을 것이라며 아들 걱정을 하고 있다(로즈마리! 정신차려, 이번이 두 번째야. 지난 번 일도 다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잖아).

피부색은 달라도 자식을 생각하는 엄마들의 마음은 똑 같은 것 같다. 그러나 무슨 일이 일어나면 자식을 감싸주기 보다 정확한 판단을 갖고 훈계하고,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마음가짐을 갖게 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식들은 부모들의 마음을 알까? 언제나 잘 되길 바라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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