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윤아 "거침없는 변신에 놀라지 마세요"
보스톤코리아  2008-01-12, 23:18:27 
SBS '온에어'서 위풍당당한 드라마 작가로 변신


송윤아(35)는 다정다감하고 사근사근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 때문에 주변에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동료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아주 높다. 이날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배우 엄지원이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앞뒤 안보고 큰소리로 반가움을 표시하며 끼어든 것도 같은 이유.

그런 그가 안면몰수(?)하고 달라진다. 1998년 SBS TV '미스터Q'에서 보여줬던 악역 연기, 영화 '광복절 특사'의 발랄한 연기 정도를 제외하면 아마 최고의 변신이 아닐까 싶다.

송윤아가 2월27일 첫선을 보이는 SBS '온에어'(극본 김은숙, 연출 신우철)에서 자신감으로 충만한 특급 드라마 작가 서영은 역을 맡아 위풍당당하고 거침없으며, 시쳇말로 엄청나게 '까칠한' 캐릭터를 선보인다.

"이런 신이 있어요. 잘나가는 배우가 캐스팅 제안을 거절하기 위해 몸소 작가를 만나 양해를 구하는 장면인데 서영은은 대뜸 '출연 안할 거면 뭐하러 보자고 했느냐'며 불쾌해해요. 배우로서는 최대한 예의를 차린 것이었는데 말이죠. 그만큼 콧대 높고 까칠한 캐릭터예요(웃음)."

겨울답지 않게 포근했던 7일 오후 청담동에서 송윤아와 마주 앉았다. 외투를 벗게 할 만큼 따사로운 햇살 아래 송윤아는 '변신' 전의 모습으로 화사하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러나 '온에어' 촬영장에만 가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는 그다.
"굉장히 재미있어요. 캐릭터 자체가 너무 솔직하고 거침없으니까 속이 시원할 때가 많아요. 서영은이라는 인물은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일단 뱉어내고 보는 성격이에요. 지금까지 제가 주로 보여줬던 캐릭터들과는 전혀 다르죠. 게다가 작가라고 하면 대개 수수할 것이라 여겨지지만 일반적인 통념을 깨고 아주 스타일리시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도 특이해요."

'온에어'는 방송국을 배경으로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리기 때문에 작가와 배우, PD, 매니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파리의 연인' 등 '연인' 시리즈를 잇달아 히트시킨 김은숙 작가-신우철 PD가 손잡는 작품이라 기대치가 높은 상태. 송윤아는 바로 김은숙 작가의 분신이다.

"처음 김은숙 작가를 봤을 때 대본에서 느껴지던 캐릭터가 바로 김 작가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말투부터 딱 김 작가인거예요. 극중 서영은의 친정 엄마가 감자탕집을 하는데 실제로 김 작가의 어머님이 일산에서 감자탕집을 하시는 것도 그렇고, 서영은의 언변이 좋은 것도 딱 김 작가 자신이에요(웃음)."

서영은의 까칠한 성격은 자신과 작업하는 톱배우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필요에 의해 함께 작업하지만 그는 자기 작품의 주인공 오승은(김하늘 분)과도 사사건건 부딪치며 각을 세운다.

"촬영장에서 스태프가 많이 놀라요. 처음에는 제가 이 캐릭터를 연기하기에 굉장히 어려워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혹시 원래 성격이 그런 것 아니냐'고 물어보곤 해요. 평상시에도 자연스럽게 서 작가의 말투가 나오니까 제 본 모습이 뭔지 헷갈려하시는 것 같아요(웃음)."

그의 작가 연기는 이번이 두 번째다. 2000년 영화 '불후의 명작'에서 시나리오 작가를 연기했다.
"에이…'불후의 명작'에서는 좀 어수룩한 애였구요. 이번에 서 작가는 정말 달라요. 방송 며칠 전까지도 대본을 안 내놓으면서도 '구성 잡는 게 어렵지 대사 쓰는 건 쉬워요'라고 자신 있게 쏘아붙이는 캐릭터예요. 그만큼 실력도 있구요. 사실 이전까지는 작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 '온에어' 대본을 보면서 작가의 대본 쓰는 능력에 감탄하고 있어요. 김 작가가 그만큼 재미있게 쓰기 때문인데 이런 식의 글을 쓰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지기까지 하더라구요."

'온에어'가 화제가 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실제 연예계와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일어난 일들을 상당히 많이 반영했기 때문이다. 김 작가는 "에피소드마다 실제 모델이 누구인지는 절대 모르게 포장할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방송이 시작되면 '네티즌 수사대(?)'의 활동이 활발해질 듯하다.

"진짜로 실제 일어났던 일들이 많이 반영되고 있어요. 지금 7회를 찍고 있는데 현실에서 많이 차용을 했어요. 그중에는 연예인인 제가 몰랐던 에피소드들도 있는데 이번에 알게 됐죠(웃음)."

하지만 극의 재미를 위해서는 아무래도 아름다운 이야기보다는 악명 높았던 각종 스캔들이 주로 반영됐다. 이 때문에 제작진으로서도 자칫 제 얼굴에 침 뱉기가 될까 우려하며 수위 조절에 신중을 기하고있다.

"아무래도 안 좋은 사례들이 부각되니까 잘못하면 모든 배우, 모든 작가가 그런 것으로 생각할까봐 걱정이 되기도 해요. 연예계의 일부를 반영하는 것일 뿐이잖아요. 하지만 그럼에도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은 앉은 자리에서 4회 분량의 대본을 바로 다 읽어버릴 정도로 이야기가 재미있었기 때문입니다."

(연합뉴스=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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