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입장 발표에 전문가들 반응은 회의적


헨리 폴슨 재무부 장관은 3일 정부와 금융권은 고정 수입 및 상대적으로 깨끗한 지불 내역이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자들이 그들의 집을 잃지 않도록 하는 대책을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지방 정부가 주택차압사태를 막기 위한 기금을 조성할 수 있도록 비과세 채권 발행을 일시적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폴슨 장관은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주택관련 컨퍼런스에 참석, 주택경기침체가 미국 경제의 최대 걸림돌이라며 이번 대책이 주택차압에 직면한 200만 가구의 어려움을 덜어줌으로써 미국 경제의 위험을 줄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확대 추세에 있는 주택차압(foreclosure) 사태를 막기 위해 재무부는 금융권과 함께 일부 모기지의 금리를 동결하는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모기지 사태가 진정되면 모기지 대출자 보호 뿐만 아니라 모기지 업계 및 투자자들 모두에게 혜택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형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소형 금융기관도 참여함으로써 이번 대책의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동참을 촉구했다.
또한 그는 "지방 정부의 비과세 채권 발행이 허용되면 이번 대책의 비용을 줄이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택소유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폴슨 장관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자를 다음과 같이 4개의 그룹으로 분류했다.
▲첫째, 변동금리를 지불할 수 있는 그룹
▲둘째, 집을 지킬 수 있는 어떠한 재무적 수단도 없는 그룹
▲세째, 모기지 차환을 선택할 수 있는 그룹
▲네째, (계약 때 맺은) 초기의 금리는 갚을 수 있으나 변동 금리는 갚을 능력이 없는 그룹 등이다.
폴슨 장관은 "정부는 네번째 그룹에 대한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모기지 금리를 동결해 주면 주택차압을 모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그룹이라는 얘기다.
폴슨 장관은 하지만 "이번 대책이 세금을 투입하거나 모기지 산업 참여자나 주택소유자에 대한 구제금융을 포함하지는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폴슨 장관은 "미국 경제의 기초는 수출 호조 등으로 여전히 견고하며, 앞으로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미국 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한편 폴슨의 발언에 대해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뉴욕타임스는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을 인용, 폴슨의 대책효과가 아주 적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폴슨이 분류한 모기지 대출자 4개 그룹중 이번 대책의 혜택을 받는 대상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 이번 대책에 부정적인 최대 이유라 밝혔다. 바클레이트 캐피탈의 샤론 그린버그 모기지 전략 담당이사는 "비록 부시 행정부의 모기지 대책이 세부적인 사항까지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전날 발표된 내용을 캘리포니아 주에 적용할 경우 모기지 대출자의 12%밖에 구제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애널리스트들은 정부가 제시한 몇몇 원칙을 수천가지 케이스의 모기지 대출자 문제에 적용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현실성이 없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하고 주택담보채권(MBS) 등에 투자한 금융권이 이번 대책에 동의할 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지배적이다.
미국 재투자연합위원회(NCRC)의 존 테일러 회장은 "금리 동결은 효과가 있겠지만 이는 MBS 등을 보유하고 있는 월스트리트 투자사들이 얼마나 동조하느냐에 달렸다"며 "월스트리트와의 약속 없이는 대책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타임스는 특히 금리 동결 임시 기간을 정하는데 있어 정부와 은행, 투자사들간의 이견이 좁혀지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폴슨 장관은 전날 금리 동결 기간을 밝히지 않았지만 최근 3~5년 동결설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홍수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