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은 21세기의 한국전?
보스톤코리아  2007-12-03, 22:41:54 
이라크전도 한국전처럼 거시적으로 평가해야?


이라크전에 대한 비판이 연일 뜨겁다. 이라크전에 대한 미국인의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이라크전 추가 예산을 요구하던 조지 부시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 각지에서 반전시위가 열리고 있으며, 대선후보들도 이라크전이라는 뜨거운 감자가 토론회 테이블에 올라오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심지어 이라크전이 미국에 치명적 상처를 안겨준 제2의 베트남전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그러나 US News의 칼럼니스트 마이클 배런 (Michael Barone)이 거시적인 안목으로 볼 때 이라크전이 성공한 전쟁일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해 관심을 끌고 있다. 배런은 자신의 주장 근거를 한국전 이후 한국의 발전상에서 찾고 있다.
배런의 아버지는 한국전에 참전한 군의관이었다. 배런의 아버지는 한국에서 돌아와 전쟁으로 초토화된 한국의 사진을 보여 주었다. 이 사진을 회상하며 배런은 "당시에 누군가 우리에게 미국인이 언젠가 한국에서 만들어진 차를 타고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면 크게 웃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배런은  전쟁 직후 한국의 모습만 본 사람이 현재 세계 13번째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을 상상하는 것이 힘들 듯, 언론을 통해 보이는 이라크전의 현재 모습만으로 이라크전을 실패한 전쟁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말한다.
배런은 이라크전을 반대하는 이들은 이라크전을 단기적 시각으로 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라크를 2006년 상황에서만 판단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2007년 중반 이후로 넘어오면서 이라크의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AP 통신은 "(이라크의) 안보가 더 좋아지고 있다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 이라크에서 미군과 민간인 사망자 수가 감소하고 있으며, 바그다드로 이라크인이 다시 몰려들고 있으며, 이라크에서 활동하던 알카에다의 수도 감소했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의 언론은 이라크전 소식을 작년보다 적게 다루고 있으며, 민주당 대선후보도 이라크 철수 문제를 공론화하려 하지 않는다. 이라크의 안정화는 곧 이라크가 정치적 카드로 쓰이기에 매력적이지 않다는 의미이기에, 이란이 이라크 대신 정치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
배런은 2007년의 상황이 이라크전을 실패한 전쟁이라고 단정짓기에 무리가 있게 만들지만, 이라크 전을 거시적 안목으로 볼 때는 더더욱 그러하다고 주장한다. 장기적 안목으로 이라크전의 진행과정을 살펴보자면, 이라크전 발발 이후 미국은 성공적으로 후세인 정권을 몰아냈다. 그러나 미군은 2005년과 2006년에 이라크에서 심각한 반발을 경험해야 했다가, 2007년에 들어서면서 이라크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배런은 이러한 불안정한 이라크의 상황을 한국전에 비유한다. 북한의 압도적 공격에 밀렸던 한국군은 맥아더의 인천상륙작전 성공에 힘입어 압록강까지 북한군을 밀고 나갔다. 그러나 중공군의 개입으로 한국군과 연합군은 후퇴하게 되었고, 이후 38선을 놓고 공방을 계속하게 됐다. 따라서, 배런의 입장에서는 이라크에서의 정세의 불안정함도 한국전에서의 일진일퇴를 고려한다면 크게 다를 바가 없는 셈.
종전이 아닌 휴전으로 끝난 한국전이 완전히 성공한 전쟁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배런은 전쟁 후 한국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급속히 발전하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1970년대에 이미 한국은 동아시아 다른 나라의 기준으로 볼 때 이미 잘 사는 나라에 속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현재는 세계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나라로까지 성장하게 된 것.
마찬가지로 배런은 현재 중동의 여러 국가를 놓고 볼 때, 이라크의 상황이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라고 진단한다. 정세는 안정적이며, 민주주의가 성장할 가능성도 있으며, 경제적으로도 나쁜 상황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배런은 발전 가능성을 놓고 볼 때 이라크전이 이라크의 성장에 끼칠 영향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혹, 이라크전과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는 부시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문제 삼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배런은 "(한국전 당시의 미 대통령인) 해리 트루먼은 실패한 대통령으로 낙인 찍혔었고, 그의 대통령직 수행에 대한 지지율은 부시 대통령보다 더 낮았다"라며 "그러나 장기적 시각으로 볼 때 그의 한국정책이 올바른 정책이었다는 것이 증명됐다"라고 주장한다.
이라크전을 한국전을 모델 삼아 분석한 배런의 주장은 전쟁은 거시적 안목으로 봐야 한다는 중요한 시각을 제공해 주고 있다. 하지만, 이데올로기의 장막이 사라지고 경제논리가 이념을 우선하는 시점에 일어난 이라크전을 50년 전 한국전에 단순 비교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무리가 있어 보인다. 게다가 부유한 산유국인 이라크와 천연자원이 없던 한국이 전후 유사한 발전과정을 밟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게다가 거시적 시각을 강조하다 보면, 전장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병사들과 일반인의 처절한 절규가 흐려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런의 주장은  한국전을 성공한 전쟁으로 인식하는 미국인의 시각을 알게 해 줄 뿐 아니라, 대중여론과 언론의 취재경쟁에 휘말려 전쟁에 대해 너무 조급한 판단을 하는 현대인에게 전쟁을 바라보는 신중한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귀 기울여 볼만 하다.

김진혁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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