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가족이 변하고 있다 |
보스톤코리아 2007-10-20, 23:55:11 |
가족정책의 변화가 필요한 때인지 논란 가열
미국의 정치인이 가장 자주하는 말중 하나가 '가족'이다. 선거캠페인에 나온 대부분의 후보들도 '우리의 가족,' '전통적 가족상,' '가족의 가치'(family value)를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심지어 보수 정치인들은 '건강한 가족'이야말로 오늘날의 미국을 있게 만든 토대였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미국인이 가지고 있는 가족의 이미지란 무엇일까? 양부모와 자녀가 있으며, 아버지가 일해서 가족을 부양하는 전통적 가족의 이미지가 아직 미국의 대표적인 가족상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그런 가족의 이미지가 현대 미국 가정의 모습을 잘 대변해 줄까? USNews의 편집장 모티머 B. 주커만 (Mortimer B. Zuckerman)은 21세기 미국사회에서는 결혼하지 않은 남녀 커플과 자녀가 없는 부부의 수가 전통적인 가족의 수를 훨씬 넘어섰다고 지적한다. 그는 "(미국 가정의) 20%만이 아버지가 돈을 벌어오는 전통적 가족의 틀에 맞아 떨어진다"고 밝혔다. 미국의 전통적 가족상이 해체된 이유는 네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 1950년대에는 미국 성인의 80%가 결혼을 했다면, 지금은 약 50%만 결혼을 한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미루고 있어서 평균 결혼 연령대가 남자는 약 4년 여자는 약 5년 늦춰졌다. ▲ 결혼을 종교적 예식으로 보는 관점이 약해지면서, 미국의 이혼율이 1960년대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 수백만 명의 미국 젊은이들이 결혼 전에 동거를 하고 있다. ▲ 1960년대에 5%였던 미국의 미혼모 수가 오늘날은 35%가 되었다. 따라서 양 부모와 수많은 자녀로 구성된 '전통적 가족상' 대신 자녀가 한 두 명 있고 양부모가 모두 일하거나, 부모 중 한 명만 있거나, 부모와 자식간의 나이차가 많은 '새로운 가족상'이 현대 미국사회를 대변하게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현대 미국 정치가 새롭게 변화된 가족에 대한 사회학적 데이터를 근본으로 하고 있다기 보다는, 전통적 가족 이미지를 수 십 년 동안 이용하며 이를 정치화 하고 있다는데 있다. 전통적 가족 이미지가 파괴되고 있는 현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우선 결혼을 한 이들의 행복도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2배가 더 높게 나왔고, 결손가정의 아이가 감정적으로 훨씬 불안정 하다는 심리학적 조사 결과가 있다. 또한 부모가 있는 아이가 결손가정의 아이보다 학업성취도가 높다는 교육학적 조사결과가 있다. 결혼이 인종문제나 실업문제보다 빈곤과 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경제학적 조사 결과가 있다. 즉 전통적 가족상을 이루었는지 여부가 미국사회의 계층을 구분하는 새로운 지표가 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심리학적, 교육학적, 경제학적 지표가 전통적 가족상을 지지해 주고 새로운 가족상을 비판할 근거가 될 수 있을까? 오히려 정치인들이 '전통적 가족'을 정책적으로 강조하다 보니 현대 사회의 '새로운 가족'을 지원할 만한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데 소홀히 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주커만은 "문화가 분명 변하고 있다"며, 현대 사회에서 아버지 혼자만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결혼한 미국 여성의 81%가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70%는 부부 모두가 돈을 벌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어머니가 홀로 아이를 돌보는 시간도 주당 평균 30시간에서 17시간으로 떨어졌고, 70%의 여성이 어머니가 일한다 하여 자녀가 부정적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주커만은 "어떻게 사회보장제도와 복지체제가 남녀 커플의 결혼과 양부모 사이에서 자라난 아이를 지원하는데 쓰일 수 있을 것인가가 (오늘날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다른 말로 하자면 전통적 이미지의 가족을 지키고 그 수를 확대시키기 위해 국가가 예산을 쓸 것인가 아니면 결손가정이나 양부모가 모두 일을 해야 하는 가족을 위해 예산을 쓸 것인가의 딜레마를 미국 정치계가 풀어야만 한다.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왜냐하면 미혼모를 미국정부가 정책적으로 보조했을 때 남편을 갖기 보다 아이만 원하는 여성의 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연구조사 결과에 의하면 빈곤층 여성에 대한 지원 금액을 10% 상승시켰을 때 22세 이전에 미혼모가 되는 비율이 12% 상승했다. 즉, 미혼모나 결손가정을 정부가 보조해 줬을 때 사람들이 가족의 필요성을 더욱 못 느끼게 되어 결혼을 하지 않을 확률이 더욱 커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한 편으로는 결혼을 장려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미혼모와 결손가정을 보조하는 획기적인 정책적 대안을 내어 놓아야만 하는 곤란한 입장에 처해 있다. 현대 미국사회에서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는 '전통적 가정상'의 해체를 막아내거나 전통적 가족 이미지를 재생시키기는 일은 당분간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부시 행정부나 2008 대선후보들이 미국의 새로운 가정에 대한 제대로 된 정책을 내어 놓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가족'은 미국사회를 분열시키는 또 다른 요인으로 당분간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진혁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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