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17년만에 금리인상 금융정책 대전환, 미 증시에 타격?
보스톤코리아  2024-03-19, 07:53:37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19일 마이너스 정책금리를 해제, 일본의 금융환경이 일대 전환기에 들어섰다.

일본은행은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단기 정책금리(무담보 콜금리)를 0∼0.1%로 유도하기로 결정했다.

2016년 2월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서 8년 만에 벗어나는 것이자, 2007년 2월 이후 17년 만의 금리 인상이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시중은행이 돈을 맡기면 -0.1%의 단기 정책금리(당좌예금 정책잔고 금리)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시중은행들이 중앙은행에 예치할 때 적용하는 금리인 예금금리가 마이너스대로 떨어지면 시중은행들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기면서 이자를 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면에서 마이너스 금리는 은행들이 보유한 현금을 중앙은행에 예치하기보다 기업이나 가계에 풀 수 있게 유도할 수 있다.

일본은행은 또 2016년 9월부터 국채 수익률을 0% 수준으로 유도해온 국채수익률통제(YCC)도 종료했다.

자국 기업 주식을 사들여 증시를 떠받쳐온 상장지수펀드(ETF)와 리츠(J-REIT) 매입도 멈추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단기 정책금리를 중심으로 정책을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은행도 이제는 다른 중앙은행들과 유사한 방식으로 통화정책을 운영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야말로 일본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에서 출구를 찾아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우에다 총재는 마이너스 금리 같은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이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오랫동안 '금리가 없던 세상'에서 살아온 일본이 사실상 다른 세상으로 발을 내밀고 있는 셈이다.


◇ 금융완화 정책 부작용 적지 않아…물가·임금 상승 선순환 '판단'이 배경

일본은행이 이번에 금융정책 전환에 나선 배경에는 물가와 임금 상승이 있다.

우에다 총재도 기자회견에서 "물가와 임금 상승의 선순환 강화가 확인됐다"고 현 시점에서 정책 전환을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자산 거품이 터지면서 1990년대이후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려온 장기 경제 침체에 허덕여온 일본은 그동안 물가가 제자리를 걷는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의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에 대응한 대표적인 정책이 대규모 금융완화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는 3.1% 오르며 198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외형적으로는 일본은행이 내세우는 2%의 물가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하지만 지난 1월 실질임금은 22개월 연속 감소, 경제의 선순환을 확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일본은행은 올해 춘투(봄철 임금협상)의 상황을 주시해왔고 비교적 높은 임금 상승률을 확인했다.

일본 최대 노동조합 조직인 '렌고'(連合·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가 지난 15일 집계한 평균 임금 인상률은 5.28%로 작년 같은 시점보다 1.48%포인트(p) 높았다. 앞서 렌고가 최종 집계한 지난해 임금 인상률도 평균 3.58%로 1994년 이후 약 30년 만에 처음으로 3% 선을 넘었다.

결국 물가와 임금 상승의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일본은행은 판단했다.

다만 이날 회의에서도 마이너스 금리 해제에 7명은 찬성하고 2명은 반대하는 등 소수의견이 나왔다. 중소기업들의 임금 추이 등 아직은 불확실한 요인들이 있어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았던 셈이다.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언제까지고 계속할 수 없다는 점도 일본은행이 판단을 더는 늦추지 못한 요인으로 보인다.

유례를 찾기 힘든 금융완화 정책의 부작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당장 최근 물가 상승도 경제 활성화에 따른 수요 증가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엔화 약세에 의한 수입 물가 부담이 작지 않다.

일본은행은 돈을 찍어내 대량의 국채와 주식을 사는 식으로 경제를 떠받쳐왔다. 애초에 지속가능한 방식이 아니었던 만큼 일본은행은 그동안도 몇차례 정상화를 위한 시도를 한 적이 있다.

1999년 정책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낮춰 운용하다가 2006∼2007년에는 이를 0.5% 수준으로 올렸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실패해 다시 금리를 낮췄다.

그 뒤 2012년 재집권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아베노믹스'와 맞물려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 등 한층 더 강한 완화책을 동원했다.

◇ '금리 있는 세계' 불안감도…日 엔화·증시 영향 주목

일본에서는 이번 금리 인상을 두고 불안 섞인 반응이 적지 않다. 2006∼2007년 전후로 극히 짧은 기간을 제외하고는 1999년 이후 일본은행의 정책금리가 '제로'나 '마이너스'인 시대를 살아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본 언론들은 금리인상론이 대두되고서 주택 대출, 예금금리 등 실생활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알려주는 정보를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14일부터 3회에 걸쳐 게재한 '금리 있는 세계로'라는 시리즈 기사에서 "40대이하는 금리 상승의 감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주택론 이용자나 은행 자금을 빌린 중소기업에 새로운 부담이 가해질 것이라고 주의사항을 소개했다.

일본은행의 정책 전환은 주가, 환율 등 금융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에 따른 글로벌 달러 약세 속도에 영향을 받겠지만 엔화 가치는 기본적으로는 일본 금리에 좌우된다.

금리 인상에 따른 엔화 강세는 일본의 수출 기업 실적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 결정을 더 늦추지 않고 이번에 내린 배경에도 정책 전환에 따른 충격을 줄이기 위함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시장에서는 그동안 연준이 금리 인하를 할 때 일본은행이 같은 시기 금리 인상에 나서면 양국간 금리차 축소 속도가 빨라 충격이 클 수 있는 만큼 미리 인상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다만 일본은행은 금융시장 관측대로 이날 금융완화를 축소하는 결정을 내렸지만, 당분간은 추가로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우에다 총재도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해도 "상당 기간 완화적인 금융환경이 계속될 것"이라며 "금리 인상 속도는 경제 물가의 전망에 달렸지만, 현재 전망을 전제로 하면 급격한 상승은 피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 일본은행은 이번 회의에서 종전과 비슷한 규모로 장기 국채 매입을 계속하고 장기 금리의 급격한 상승이 발생하면 기동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가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종합연구소(NRI)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일본 경제를 크게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엔고 등 금융시장에는 예상외로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다"고 예상했다.

또 ETF 정책의 본격적인 정상화는 일본은행의 밸런스시트(보유자산)를 줄이는 것이라며 2025년 후반 이후를 그 시기로 예상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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