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새내기 유학생 보스톤 생활 들여다 보기 |
보스톤코리아 2007-09-24, 23:43:52 |
▲ (위)부부 싸움 후 갈 곳이 없어지면 김 얼씨는 밀린 빨래를 하기위해 세탁실을 찾곤한다.
▲ (아래)음식을 만드는 것이 둘 모두에게 어려운 일이지만 하루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라고. 올 해에도 어김없이 새학기를 맞이하여 많은 유학생들이 교육도시 보스톤을 찾았다. 보스톤 생활이 오래된 사람들이라면 이미 잊어버렸을만한 새로운 삶에 대한 두근거림, 적응을 하는데 느껴지는 어려움, 학업에 대한 부담과 각오 등이 이들의 마음속에는 생생히 살아있다. 보스톤코리아는 삶의 여정의 닻을 보스톤에 막 내린 유학생들의 보스톤 생활을 엿보는 특집기사를 마련했다. 보스톤코리아와 인터뷰를 한 김얼(25), 박지혜(24) 씨는 올해 여름 결혼을 하자마자 공부를 하기 위해 태평양을 건너 미국을 찾은 신혼부부이다. 박지혜 씨는 올 가을 하버드 석사과정에 입학했고, 김얼 씨는 제대를 하자마자 사회에 적응할 틈도 없이 사랑하는 아내를 쫓아 미국으로 온 경우다. 이들 새내기 신혼부부가 들려주는 보스톤 체험기를 소개한다. (정리 : 김진혁 기자) ▶ 유학을 보스톤으로 오게 된 이유는? 얼: 지혜는 하버드 디비니티 스쿨 석사과정에 합격해서 공부를 하기 위해 왔습니다. 저는 1년이나 2년 후에 결혼을 하고 오려고 했으나 결혼을 생각보다 일찍 하게 되어서 올해 지혜와 함께 오게 되었습니다. ▶보스톤 생활의 장단점을 간략하게 말씀해 주세요. 지혜: 우선 단점부터 말하자면 집세가 비싸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학생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인들이 그다지 많지 않은 지역이라 한인들이 운영하는 가게가 이곳 저곳에 퍼져 있어서 처음에 한국 식료품을 파는 곳이 집 근처 어디에 있는지를 알기까지 힘들었습니다. 장점은 미국 다른 도시에 비해서 치안이 좋다는 것입니다. 간혹 위험한 곳이 있다고는 하지만, 밤에도 비교적 안전하게 걸어다닐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은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차가 없어도 이동하기 어렵지 않다는 것 역시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는 듯 합니다. 차가 없으면 T나 버스를 통해 곳곳에 닿을 수 있어서 처음 살림을 꾸리는 데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습니다. 또한 가장 좋은 점은 의류와 식품에 세금이 붙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식비가 비용 지출에 있어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식품에 세금이 붙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주의 도시와 비교할 수 없는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도시에 있는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하더군요. ▶ 보스톤 생활의 힘든점은 무엇인가요? 적응하기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지혜: 요즘 갑자기 날씨가 너무 많이 추워져서 놀랐습니다. 한국에 비해서 기후변화가 격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감기에 걸리기도 쉬운 것 같고요. 물론 제일 힘든 점은 언어겠지요. 저희 둘 다 해외여행은 해 보았으나 어학연수와 같이 해외에서 체류하며 영어를 배워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많이 긴장했습니다. 또 힘든 점은 아직 SSN이 없어서 겪는 어려움입니다. 핸드폰을 개설하는 데 있어서도 Deposit을 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케이블을 신청하는 것도 전화나 인터넷 상으로 신청할 수 없어서 먼 지역 사무실까지 직접 찾아가야 하는 불편함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집에 조명이 없다는 점도 처음에는 정말 어색했지요. ▶ 보스톤의 첫 인상이 어떤가요? 얼: 처음 공항에 내려서 저희를 데리러 온 분께서 보스턴 시내를 구경시켜 주셨습니다. 그 때 그분께서 보스턴을 서울의 지리에 비교해서 강남, 강북으로 나누어 설명해 주셨는데 그 설명이 참 잘 들어맞고 재미있어서 보스턴이 익숙한 곳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리고 찰스강변의 야경도 아름다웠지요. ▶ 출국 전에 불안했던 요소들은 무엇인가요? 지금은 그러한 불안이 사라졌나요? 미국생활 시작 후 생겨난 불안이 있나요? 얼: 새로 들어가는 집이 어떨까에 대한 불안함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집이 마음에 들어서 그런 불안함은 사라졌죠. 그리고 도착해서 학업을 시작하기 전까지 생활을 어떻게 정비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갈피를 잡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하나하나 서로 노력해서 집안 살림을 정비하고 나니 뿌듯하기도 하고 기분도 좋았습니다. 미국생활을 하면서 불안함까지는 아니더라도 느껴지는 두려움은 부모님들을 떠나서 모든 가정 일들을 서로 해나가는 것과 동시에 학업도 열심히 도모해야 한다는 것, 그 둘 모두를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입니다. ▶ 지금 한국에 갈 기회가 있다면 미국생활과 한국생활 중 어느 것을 선택하겠어요? 이유는? 얼: 미국생활입니다. 일단 다시 한국에서 생활하게 된다면 이곳에 오면서 다짐한 새로운 도전 과제와 각오들이 쉽게 잊혀질 것 같습니다. 또한 한국에서 신경 써야 하는 모든 사회적인 관계들, 이를테면 가족, 친구, 선후배 , 등으로부터 벗어나 학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도 한국에서는 사라지게 될 것 같습니다. 익숙한 환경에 머물기보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새롭게 각성하고 긴장을 늦추지 않고 사는 것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 한국에서 가졌던 미국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는데 이 곳 생활을 통해 사라지거나 변한게 있다면요? 이유는? 지혜: 미국에 가서 영어를 잘 하지 못하면 생활하는 데 아주 힘들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그렇지 않은 점에 놀랐습니다. 물론 학교생활에서는 영어 능력이 중요하지만, 일상 생활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는 아주 많이 불편하지는 않다는 것이 여기 와서 새롭게 알게된 점 중 하나이죠. 매장이나 레스토랑에서 만났던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어느 정도의 의사소통만 가능하더라도 별 문제 없이 넘어가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이것은 아마도 미국에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또 찾아오다 보니 특히 서비스 직종에 있어서는 이런 상황에 많이 익숙해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미국/보스톤이 ' 유난을 떤다'고 생각하신다고 했는데, 어떤 면에서 그렇고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얼: 유난을 떤다는 말을 하게 된 이유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떤 부분은 지극히 허술한데 어떤 부분은 유난을 떤다고 생각할 정도로 과민한 모순적인 부분들이 많이 발견되기 때문입니다. 공항에서의 입국심사와 같은 안보에 관한 사항에는 심하게 민감한데 비해 총기 소유는 자유로운 점이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 곳 학교에는 손에 세균을 씻어내기 위한 젤이 나오는 기계가 많이 설치되어 있어서 다소 결벽적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는데 비해 공중 화장실이나 카펫이 깔린 사무실 같은 곳은 가끔 너무나 지저분한 점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눈에 보이는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 물이 길에 흘러갈 정도로 스프링클러를 틀고 잔디를 깎고 하면서 정작 비닐봉투나 종이봉투를 과하게 사용하고 분리수거도 제대로 하지 않는 점도 그렇습니다. ▶미국/보스톤이 은근히 보수적이라고 느끼기도 했다는데 , 어떤 면에서 그렇고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지혜: 미국이 더 개방적이고 자유로울 것이란 생각은 아마도 한국 사람들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생각일 듯한데, 이 곳에 와보니 꼭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물론 옷차림 등은 한국보다 자유롭기는 하지만, 그것은 개방적이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남의 시선에 덜 신경쓰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하지만 이 곳 사람들이 우리 나라 사람들보다 더 경계를 하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안전이나 안보와 같은 문제와 직결되는 부분에 있어서 미국 사람들은 더 열린 자세를 취하지 않는 듯합니다. 건강과 연결되는 부분도 마찬가지이고요. 그것은 아무래도 미국 사회가 유럽이나 아시아 지역보다 짧은 역사 동안에 이루어지다 보니 사회를 좀 더 공고히 건설하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특성이 아닐까 합니다. 아직도 '인종 차별'이라는 용어가 가끔 등장하는 것도 이런 측면의 하나라고 볼 수 있겠지요. 우리 나라에서 드러나는 가부장적인 분위기나 유교 문화와 같은 보수성과는 다른 측면이라서 그것이 보수적인지 깨닫기 쉽지는 않은 듯한데, 그것은 우리 나라의 보수성이 개인적인 사안에 더 치중되어 있는 것에 비해(예를 들자면 , 개인의 성적 기호) 미국 사회의 보수성은 사회적인 사안에 더 치중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일상생활/미국생활에서 뭐가 가장 귀찮나요? 얼: 아직 할 줄 아는 음식이 몇 가지가 안돼서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 다소 힘겹습니다. ▶ 유학 후 부부싸움을 처음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부부싸움을 하게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혜/얼: 처음으로 하게 된 큰 부부싸움은 아주 사소한 말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심층에는 개강 일주일 전인 아내와 영어공부에 대한 모호한 걱정을 하고 있던 저의 스트레스가 깔려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부부싸움을 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서로 각자가 처한 상황에 적응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를 잘 조절하지 못하고 예민해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 여자가 공부하고 남자가 집을 지키는 (?) 약간 특이한 구조를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구조에서 느껴지는 독특함이라든지 힘든 점이 있나요? 얼: 저는 전통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니고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지 크게 상관하지 않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별로 특이한 일이라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지금까지 남성중심적인 생각이나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왔고요. 하지만 실제로 겪어보면서 느끼는 점은 제 안에 아직 평범한 한국인 남성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이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러한 특이한 구조를 몸소 체험하면서 제 내면에 있는 가부장적인 면들을 더 깎아버릴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그리고 집안일을 하면서 어머니에 대한 감사함을 몸소 느낄 수 있어서도 좋고요. 힘든 점이 있다면 다른 이들의 시선보다는 제가 아내에 비해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다고 느낄 때가 간혹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온지 오래된 유학생이나 이민자들을 보고 이해 안가는 점이 있거나 정말 싫은 점이 있다면? 지혜: 한국인과 미국인에게 이중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가장 이해가 안가는 점입니다. 미국인에게는 훨씬 관대하지만 한국인에게는 더 엄격한 가치판단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한국인들이 오히려 한국인에 대한 시선이 굉장히 차갑다는 것을 느낍니다. 저 사람은 또 여기 무엇을 하려고 왔나 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으로 저를 아래위로 쳐다보고 가는 동양인은 거의 100% 한국인이라는 것을 보스톤에 와서 알게 되었습니다. ▶ 한국과는 다른 미국 학교생활의 특징이 있다면요? 개강 전 일주일 동안 오리엔테이션을 했는데, 한 가지 저를 놀랍게 한 일이 있었습니다. 4회에 걸쳐 이틀 동안 교수들이 직접 나와 1년 동안 자신들이 개설한 코스의 내용과 취지 등에 관해서 직접 설명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정말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니까요. 특히 젊은 교수들이나 강사들 뿐 아니라 세계적인 학자들도성실히 설명을 직접 하는 모습에 참 놀랐습니다. 그 중에는 80대이신 노학자도 계셨거든요. 한국에서는 인터넷에 올라온 수업계획서만 보고서 수업을 결정하곤 했었는데, 학생들을 위한 이런 배려가 참 부럽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개강 전에 수강 신청을 완료하는데, 이곳은 개강 후 일주일동안 'shopping period'라는 기간을 두어서 학생들이 여러 수업을 돌아다니면서 가장 적합한 수업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참 색다르게 보였습니다. 물론 한국에도 수강 변경 기간이 있기는 하지만, 학부의 대형 강의 같은 경우에는 다른 수업을 신청하는 것이 어려워서 변경의 폭이 넓지 않거든요. 개강 후 며칠동안은 영어 때문에 참 좌절을 많이 했었는데, 이제는 마음을 편히 갖고 즐겁게 생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다른 지역으로 유학을 간 친구들 말에 의하면, 미국 학생들이 참 따뜻하고 친절하게 대해준다고 하던데, 이 쪽에 있는 미국 학생들은 그렇게 따뜻하고 친절한 것 같지는 않아요. 물론 좋은 친구들도 있지만, 학교 분위기는 조금 차가운 편이라고 생각합니다.아직 제가 적응을 다 하지 못해서 그렇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앞으로 즐거운 마음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고 생활해나가다 보면 이곳에 온 것이 보람차게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가장 먹고 싶은 것 혹은 그리운 것이 있다면요? 지혜/얼: 추석이 가까워서 그런지 송편이 먹고 싶습니다. 전도 먹고 싶고요. 과일 중에서는 특히 한국에서 지금쯤 많이 나올 배와 홍시가 많이 먹고 싶습니다. (정리 : 김진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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