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땅에서 외면 당하고 있는 ‘추석’ |
보스톤코리아 2007-09-24, 23:36:59 |
▲ 올스톤 미림식품, 한 학생이 신고배를 들여다 보고 있다.
바쁜 일상에 치어 일부 한인들은 기억조차도 못해 조직적인 추석행사 개최, 휴일제정 등 노력 필요 “추석이 언제인데요?” 추석을 약 1주 남겨둔 시점에서 회사원 김 모씨(38)는 이와 같이 반문한다. 추석이 이국땅에서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추석이 미국사회에서 명절이 아닌 여느 하루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지키기 쉽지는 않지만 한인들의 기억에서조차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인 사업을 하는 한인들에게 추석은 더욱 멀기만하다. 윌밍턴에서 세탁소를 경영하는 손 모씨는 “추석은 특별히 공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지내기 어렵다. 이곳에 대가족이 살아도 평일날 만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추수감사절(Thanksgiving) 때 모여서 추석을 대신한다”고 밝혔다.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차례 대신 예배를 보는데 이마저도 추석때는 힘들다”는 것이다. 뉴햄프셔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김동기 세탁협회장은 “미국사회에서 무슨 추석이냐”고 한마디로 딱 잘랐다. 가을은 세탁소에 특히 바쁜 계절인데다 세탁협회 일까지 중복적으로 하기에 더욱 바쁜 것을 감안하면, 추석이 언제인지 안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이민사회에서 경제를 이끄는 가장들이 이같이 추석 날짜도 잘 모르고 있는 상황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추석을 지키는 것은 더욱 어렵다. 민유선 노인회장은 “몇해전만 해도 추석에는 집앞에 텐트를 치고 미국사람들에게 송편을 대접하곤 했다. 하지만 노인회장을 하면서 눈코틀새 없어 추석을 지내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민회장에 따르면 일부에서는 아직도 차례를 지내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노인들은 추석을 잊고 살아가고 있다. 민 회장은 추석은 거의 한인 식품점에서 행하는 ‘추석 세일’정도로 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건너온 기간이 정착 이민사회에 비해 짧은 유학생들에게도 추석이 별 의미를 가지지 못하고 있다. 보스톤에서 어학연수를 하고 있는 김봄 (22)씨는 “추석이 9월말 또는 10월 초 아닌가요?”라고 답해 그래도 어렴풋이 추석날짜에 대한 감을 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긴 추수감사절을 더 챙기니까… 잘 신경 안쓰게 되죠. 그래도 추석날에는 부모님께 전화 드릴꺼에요”라고 밝혔다. 미국에서 유학한지 3년째 되는 문명선(24) 씨는 “(미국에)오래 있다보니 명절개념을 거의 잊어버렸다. 이제까지 추석땐 교회에서 나눠주는 송편이나 먹고 했던 것 밖에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BU에 재학중인 황지희(24)씨는 “25일부터 시험이라 틀별한 (추석)계획이 없다. 저번 추석때는 사람들 만나서 감자탕 먹었다. 그래도 추석이니까 떡 먹고 싶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곳 한인 식당 업주들의 반응은 달랐다. 특별히 송편이나 떡 등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 이구동성이다. 그나마 캠브리지 코리아나식당은 추석당일 송편과 수정과를 후식으로 제공할 예정이며, 하버드 스퀘어에 소재한 신라 식당도 후식으로 송편을 제공한다. 브루클라인 소재 민속횟집도 후식으로 송편을 내놓을 예정이다. 보스톤 코리아가 인터뷰한 업소 중에는 이들 3개 업소만 추석관련 후식을 내놓는 곳이다. 대부분의 식당은 과거에도 추석관련 음식을 준비하지 않았으며 올해에도 마찬가지로 별다른 음식을 준비하지 않을 예정이다. 다모아 식당은 예년에는 후식으로 송편을 준비했으나 올해는 포기한 경우. “예전에는 그래도 송편을 찾는 손님들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찾는 사람마저 거의 없어 준비하지 않는다는 것”이 다모아 이원철 대표의 설명이다. 대부분의 업주들도 ‘손님들이 찾지 않아서’추석 특별 메뉴를 서비스하지 않고 있다. 추석을 꼭 챙기는 식품점의 경우도 최근에는 추석 손님들이 줄고 있다고 말한다. 쌍둥이 식품점 김 대표는 “명절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매년마다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농장식품점 주정대 대표는 “손님들이 가게 와서 물건 보고 ‘추석이구나’하고 느끼는 것 같다. 제수용품을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추석이 잊혀진 이유 차이나 타운의 August Moon Festival은 대내적으로나 대외적으로 유명한 추석 페스티벌이다. 베트남 커뮤니티 센터에서도 23일 추석잔치를 연다. 그러나 한인사회 내에서 자체적으로 개최하는 커다란 추석잔치를 찾아보기 힘들다. 가끔 추석맞이 경로잔치를 갖는 게 전부다. BU에 재학중인 강효정씨(24)는 “추석이 평일이라 뭐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죠. 한국사람들끼리 하는 행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중국사람들은 페스티벌도 하던데 우리도 그런게 있었으면 좋겠어요. 미국에 있으면서 명절을 제대로 못 센다는 게 너무 아쉬워요”라고 밝혔다. 유대인들의 명절인 Rosh Hasanah(유대인 설날)가 13일, Yom Kippur(속죄일)가 9월 22일이다. 이들에게는 이 두 날 모두가 휴일이다. 미국사회에서도 이날을 휴일로 지정한 곳이 많다. 미국사회내 유태인 인구보다 분명 아시아 계 인구가 많지만 추석은 아직까지 미국의 휴일로 지정되어 있지 않다. 휴일도 아니도 또 이를 기리기 위한 커다란 행사도 없는 추석이 미국사회의 힘든 생활속에서 잊혀져 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자신들의 명절을 미국사회 속에도 심어 놓는 유태인의 저력을 새삼 느끼는 대목이다. 장명술, 고정은, 오다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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