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화상경은 백제왕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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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톤코리아  2023-05-22, 11:40:07 
백제 무령왕이 일본 게이타이 천황에게 보내는 인물화상경(일본 국보)
백제 무령왕이 일본 게이타이 천황에게 보내는 인물화상경(일본 국보)
일본 와카마야현 하시모토시에는 스다 하치만으로 불리는 유서 깊은 신사가 있다. 오사카부와 나라현의 접경지역에 있는 곳으로 이곳에서 서기 503년에 백제 사마왕(斯麻)과 왜국의 오호도 왕자(후일의 게이타이 천황) 사이에 있었던 한일 고대사의 비밀을 간직한 유서 깊은 곳이다. 일본에는 4만여개가 넘는 수많은 하치만 신사가 있다. 여기서 하치만 신은 일본 황실의 종묘신으로 오진 천황을 모시고 있다. 1834년 스다하치만 신사에서 기와를 만들려고 흙을 채취하다 진귀한 청동 거울을 발견했지만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신사의 수장고에서 75년이라는 긴 세월을 잠재우고 있었다.
그러다가 1910년 한일합방이 나던해 도쿄 제실 박물관 감사관이며 역사부장이었던 다카하시 겐지(1871-1929) 박사에 의해 처음으로 청동 거울의 면모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름하여 "인물 화상경"으로 불리어지는 청동 거울로 일본 국보 2호로 지정되어 있다. 참고로 일본 국보 1호는 교토 광륭사에 보관된 "미륵 보살 반가상"으로 신라에서 만든 것이다. 인물 화상경은 거울의 바깥쪽 테두리를 따라가며 48개의 한자로 된 명문이 쓰여져 있는데 벡제왕을 비롯한 9명의 인물들이 주조되어 있어 "인물 화상경"이라고 칭하게 되었다.
화상경의 원문을 그대로 옮겨 적으면 아래와 같은데 원문에는 백제 무령왕이 아니고 사마왕으로 되어 있으니 착오가 없기를 바란다.
"503년 8월 10일 대왕(백제 사마왕) 시대에 오시사카궁에 있는 오호도 왕자(게체왕)에게 사마왕(무령왕)께서 아우의 장수를 바라시면서 개중비직과 예인 금주리 2인을 파견하여 거울을 보내는바 이 거울은 좋은 구리쇠 200한으로 만들었노라"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본문의 내용은 백제 사마왕이 동생 오호도 왕자에게 인물 화상경을 하사했다는 사실이 주제인데 예국 사람 금주리라는 장인이 거울을 만들어 왜국땅에서 비직 벼슬을 하고 있는 백제 관리를 시켜 거울을 보내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비직은 가와치에 정착한 백제 도래인으로 동경 제작 당시에 왜왕과의 매개 역할을 하였다고 추정하고 있다. 백제 사마왕 시절에는 백제, 왜국 양국간에 외교관계가 활발하여 상주 공관이 있었다고 한다. 화상경을 직접 제작한 장인 예인은 삼한시절에 강원도 영서, 경기도 북부지역에 살던 사람들을 말하는데 이는 삼한, 예, 맥족들을 모두 합쳐 우리 한민족으로 통칭하였다.

백제 25대 사마왕(무령왕) 묘지석 copy
무령왕과 왕비의 금제 장식, 왼쪽이 왕의 금관 copy
무령릉 목관, 재료는 일본의 금송 copy
와카야마 현 스다하치만 신사 copy

"무령왕과 게이타이 천황"
무령왕과 게이타이 천황의 치세 중에는 수많은 역사 기록들이 일본서기에 실려 있는데 이들 두사람의 관계를 밝히는 것이 한일 고대사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인물 화상경은 서기 503년 사마왕이 47세때 그의 동생 오호도 왕자에게 하사했으며 4년후에는 그가 왜국의 26대 천황으로 즉위하게 된다. 그의 나이 22세때의 일이다. 이 청동 거울은 1,500년이라는 오랜 기간동안 귀한 명물로 보전되어 왔으며 동경을 만든 인물이 사마왕이라는 것과 백제 장인들의 이름까지 일일이 거명한 것은 한일 고대사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유물이라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서기 499년에 왜국의 무열(武烈)천황이 즉위하였고 2년뒤 501년에 백제 사마왕(무령왕)이 40세를 넘기는 중년에 즉위하였는데 두사람에 대한 성가가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무열천황은 역사상 유례가 없는 폭군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었고 이로인해 양국간의 밀월관계는 파국을 맞이하게 되었다. 다만 무열천황의 학정중에도 게이타이가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사마왕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무령왕 즉위 원년인 501년 왜국의 객관에 파견되어 있던 백제 왕족 "의다랑"이 원인 모르게 사망했는데 그의 죽음이 무열천황에 의한 것임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었다. 이에 무령왕은 "마나"라는 또다른 왕족을 왜국에 파견하였고, 그 다음에는 자신의 3째 아들 "사아"를 파견했으니 이같은 움직임은 오호도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또한 503년에 무령왕이 오호도에게 "인물 화상경"을 전해준 저의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으며 가장 적합한 시기에 적절한 선물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507년 12월 아주 갑자기 일본서기에 무열천황이 열성궁에서 급사하였다. 그가 어찌되어서 죽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문제는 대를 이어갈 후손이 한명도 없다는 것이었다. 어느 누구도 감히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내놓고 천황이 되겠다고 나서지 못하였다. 그래서 게이타이(오호도)가 새로운 왕조를 시작하는 개조(開祖)가 된것이다. 새 왕조는 게이타이로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1,500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무령왕의 부친 곤지왕의 생애를 다룬 역사 다큐 소설 "백제왕 곤지왕"에서 한일 고대사 연구자이자 작가인 정재수 선생이 무령왕릉과 인물 화상경에 관련한 흥미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어 이를 소개한다.
무령왕릉 유물중에 목관 파편이 있었는데 나무의 재질은 금송(金松)이었다. 그런데 이 금송은 한반도에서는 발견된 적이 없었다. 더구나 목관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다년생이 필요하였다. 다년생 나무는 통상 군락지에 서식한다. 대표적인 금송 군락지는 와카야마현 고야산(高野山)이었다. 다시 말하면 사마왕의 목관은 일본에서 백제로 가져와 제작한 것이다. 고야산은 인물 화상경이 발견된 스다하치만 신사의 남쪽에 위치한다. 이곳이 바로 사마왕의 아버지 곤지왕이 살던 곳이었다. 결론적으로 사마왕과 야마토 왕실의 친연성이 아주 높은 것이다. 스다하치만 신사의 화상경과 사마왕의 목관이 이를 증명하는 고고학 증거인 것이다. 또한 이 두 유물은 동성왕과 사마왕 두 형제가 일본에서 태어나 함께 성장한 내용과 사마왕이 야마토 왕실과 돈독한 우의를 다진 사실을 잘 설명해 주고 있는 것이다.

서기 815년에 간무천황의 왕자가 일본 고대 황족과 귀족들의 계보가 적혀있는 신찬 성씨록이라는 족보를 만들었는데 이 책에서 게이타이 천황의 손자인 30대 천황 비타츠가 대원진인이라는 백제인으로 기록되어 있다. 비타츠가 백제 사람이라면 그의 조부 게이타이 천황도 백제 사람이 아니겠는가? 비타츠의 손자는 34대 죠메이 천황으로 이어지는데 백제궁과 백제 사찰을 만들었고 장례를 백제 대빈에서 치루었다고 한다. 곤지왕의 가와찌 왕조를 연구한 역사학자 가도와끼 데이지 교수는 5세기말 하비키노시의 이사가와 골짜기에 곤지왕이라는 백제 왕족이 5명의 아들과 종족들을 거느리고 나타나면서 이들이 한일 역사에 크나큰 반향을 일으키게 된다. 그의 아들중 2명의 아들이 24대 동성왕과 25대 무령왕이 된 것이다.

일본에는 오꾸찌키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즉, 천황과 귀족, 황족들이 죽은 다음에는 자신들의 본관에 묻힌다는 풍습을 말한다. 하비키노시 태자정 무덤군에는 게이타이 천황의 손자 비타츠 천황, 성덕태자의 부친 요메이 천황, 비타츠의 부인 스이코 천황, 효덕천황이 묻혀 있고 성덕 태자를 모신 상태자역이 바로 이곳에 있다. 그외에 오쓰황자와 수많은 소가씨 일가의 묘가 이곳에 있다. 우리가 확실하게 알아야할 사실은 이곳에 곤지왕 신사가 생겨나면서 이들 왕족들의 무덤군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김은한 
보스톤코리아 컬럼니스트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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