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송이 성장보고서
보스톤코리아  2022-12-05, 11:43:23 
스팟이나 렉스라 한다. 미국에서 흔한 강아지 이름 이라던가. 우리집 강아지 이름은 송이다. 녀석이 벌써 여섯 살이다. 우리집에 온게 엊그제 같은데, 제법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몸집이야 이젠 자랄 만큼 자랐고, 꾀만 늘었다. 

녀석이 제법 머리가 컸기 때문일게다. 벗어 놓은 슬리퍼를 물고 달아난다. 뛰어 봤자  카우치 위일텐데, 자기를 봐달라는 표현이다. 뭔가 입맛 다실 것, 주전부리를 달라는 요구인게다. 관심끌기 작전이고, 조그마한 머리에서 어찌 그런 묘책이 나오는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슬리퍼를 물고 달아날 적엔 발자국 소리도 다르다. 급하긴 급할테니 소리는 콩콩콩. 아마 녀석 심장역시 콩당 콩당 뛸것이고, 땀깨나 흘릴 지도 모른다. 참, 강아지는 땀을 흘리지 않는다지. 

물고 있는 걸 돌려 받는 건 쉽지 않다. 눈치 빠른 녀석은 요리조리 숨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망다니는 녀석을 붙잡을 수도 없다. 재빠르기 때문이고, 강제로 압박한다면 좋지 않은 트라우마라도 생길 수있을지도 모른다.

요령이 생겼다. 관심이 없는 척 몇분 기다리는 거다. 그럴적엔 송이는 제풀에 스스로 포기한다. 그걸 놓칠리 없는 나야 냉큼 집어 낸다. 대신 군것질 거리를 던져 주는 것은 잊지 않는다.

송이가 자주 짖는 건 아니다. 그런데 우체부 아저씨가 올적엔 다르다. 아이가 사나운건 아닌데, 우체부에게 미안 할 뿐이다.  아내의 멋적은 말이다. ‘아니, 안그러던 아이가 왜 그럴까.’ 아니긴, 짖는 걸 내가 아는데. 

마음이 가난한 개는                                                   
울지 않는다                                                   
천국이 그의 것이다 
(정호승, 유기견遺棄犬중에서)

이북에선 뭔가 자꾸 쏘아 올린단다. 미사일이라던가. 서해며 동해를 향해 날려보낸다더니 봐달라는 표현인가. 뭔가 달라는 요구인가?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마태 5:3)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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