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 창업주 "기후변화 싸워달라" 회사 통채로 기부
더 이상 불편한 억만장자 아냐, 자본주의 변화해야
비영리재단, 트러스트에 30억달러 상당 지분 넘겨
1천750만달러 달하는 증여세도 가족이 납부
보스톤코리아  2022-09-15, 14:08:52 
억만장자의 타이틀이 불편한 파타고니아 창업주 이본 쉬나드 회장, 허름한 차림을 즐겨입고 스바루 자동차를 운전하는 그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창립한 회사를 통채로 기부했다
억만장자의 타이틀이 불편한 파타고니아 창업주 이본 쉬나드 회장, 허름한 차림을 즐겨입고 스바루 자동차를 운전하는 그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창립한 회사를 통채로 기부했다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한새벽 기자 = 암벽 등반가이자 세계적인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창업주 이본 쉬나드(83)씨가 회사의 소유권을 통째로 넘기며 증여세까지 자신의 돈으로 납부해 감동을 주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4일 쉬나드씨 부부와 두 성인 자녀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과 환경보호를 위해 약 30억달러에 달하는 소유권을 특수 설계된 트러스트와 비영리재단에 넘겼다고 보도했다.

트러스트와 비영리단체는 회사의 독립성을 유지하고 한해 약 1억달러에 달하는 수익 전액을 기후변화와 지구 전역의 비개발 지역의 보호에 사용하도록 특수한 목적으로 설계됐다. 

뉴욕타임스는 수많은 억만장자들이 입으로는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며 번드러지게 말하고 때론 이들의 기부금액이 자신들이 해결하겠다는 문제를 오히려 부추기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귀감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쉬나드씨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기부 결정에 대해 "소수의 부자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가난한 사람으로 귀결되는 자본주의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 형성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벤추라에 본사를 둔 파타고니아는 매년 10억달러에 달하는 자켓, 스키복, 모자 등을 판매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영리회사로 남아 운영된다. 쉬나드씨는 지난 8월 지분을 모두 정리했으며 이 지분은 다시는 되찾을 수 없도록 하는 기부다. 

주식 의결권이 있는 2%에 달하는 주식은 새로 설립된 파타고니아목적트러스트(Patagonia Purpose Trust)에 넘겨졌다. 이 트러스트는 가족과 고문단이 트러스티로 회사의 운영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이익을 기후변화에 대응하도록 쓰이는지 감독하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주식 증여로 발생한 1천7백50만달러의 증여세도 가족이 직접 부담한다는 점이다. 

또 나머지 98%의 주식은 홀드페스트콜렉티브(Holdfast Collective)라 불리는 신규 설립 비영리단체에 넘긴다. 이는 파타고니아의 수익을 기부변화에 사용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이 단체는 비영리단체이지만 정치적 목적의 기부를 무한대로 할 수 있는 501(c)(4)이기 때문에 세금 감면을 받지 못한다. 100%를 기부하고 세금 한 푼 감면받지 않는 그와 그의 가족이다. 

쉬나드씨와 부인 말린다 그리고 40대의 두자녀는 대부분의 재산을 기부함으로써 더 이상 억만장자로 남아있지 않는 진정한 삶의 용기와 솔선수범의 모습을 보였다. 

1938년 미국 메인주에서 태어난 쉬나드씨는 60년대 요세미티 국립공원 암벽 등반의 선구자였다.자동차에서 잠을 자면서 5센트에 손상된 고양이 사료용 통조림을 먹는 가난한 생활을 이어갔다.

지금도 허름한 옷을 입고, 미국에서 저가 자동차로 분류되는 스바루를 직접 운전한다. 벤추라와 와이오밍주의 잭슨에 있는 평범한 집을 오가며 생활한다.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휴대전화도 사용하지 않는다.

1973년 파타고니아를 설립했다. 천연소재 면으로 옷을 만들고 직장내 차일드케어를 실시하는가 하면 자켓을 구입하지 말라는 광고로 유명하기도 하다. 회사는 1%의 수익을 환경보호가들에게 기부해 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960년대 주한미군으로 근무하던 시절 북한산의 암벽 등반로를 개척하기도 했던 쉬나드씨는 제대 후 '쉬나드 장비'라는 회사를 설립해 등산 장비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경쟁사보다 원가가 높은 만큼 소비자 가격도 높았지만, 매출은 꾸준히 늘어났다.

계속 재산이 불어나는 것에 불편해진 쉬나드씨는 자신의 지분을 정리하겠다는 결심을 한 뒤 주변사람들과 여러가지 방법을 고려했으며 이 선택지 중에는 파타고니아를 매각하거나 특수목적회사를 통한 기업공개를 하는 방안도 있었다. 친구의 회사인 노스페이스가 걸었던 길이었다.  

비상장 회사의 지분을 기부하는 것보다 매각이나 기업공개를 하는 것이 더 많은 자금을 마련해 기부할 수 있었지만 쉬나드씨는 매각과 기업공개 방안을 거부했다. 기업공개 시 수익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직원 복지와 환경보호라는 기업 문화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이다.

회사 지분을 비상장 상태로 100% 기부하는 것이 파타고니아의 기업 문화를 지켜나가면서도 지구를 보호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이라는 것이 쉬나드씨의 설명이다.

쉬나드 회장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내 삶을 정리하게 돼 큰 안도감이 든다. 우리에겐 이것이 가장 이상적인 해법이었다"고 마무리 지었다. 

(이 기사에는 연합뉴스의 기사 일부가 사용됐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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