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도(花郞徒)와 성(性) 그리고 태권도(跆拳道)
화랑세기花郞世紀, 24세 풍월주風月主 천광공天光公(13)
보스톤코리아  2022-06-27, 12:53:32 
제48대 경문왕으로 즉위한 김응렴은 왕위에 오르기 전에 화랑의 수장인 국선國仙으로 있었다. 제47대 헌안왕이 왕위를 계승할 아들이 없자, 왕족과 귀족들을 모두 임해전에 모이게 하였다. 그 중에서 사윗감으로 마음에 든 김응렴을 불러 그간 나라 안을 돌아다니면서 본 일을 묻자 그는 선량한 세 사람을 말하였다. “남의 윗자리에 있을 만하나 겸손해 남의 밑에 있는 사람이요, 부호이면서 옷을 검소하게 입는 사람이요, 고귀한 세력가이면서 그 위엄을 보이지 아니한 사람입니다” 라고 하니, 헌안왕은 그의 어짐을 알고 사위로 삼기로 했다. 그리고 두 딸 중에서 한 명을 선택하라고 하였다. 김응렴은 못생긴 장녀와 미녀인 차녀를 두고 고심하다가, 흥륜사의 승려/또는 화랑의 우두머리 범교사의 조언을 받아드려, 장녀를 아내로 맞기로 마음을 굳히고 나서 최종 선택권을 왕에게로 넘겼다. 헌안왕은 장녀 문의공주와 김응렴을 혼인시켰다. 그로부터 약 4개월 후 헌안왕은 죽었고, 응렴이 왕위를 계승하니 그가 경문왕이다.  

김응렴은 불교에 관심이 많아, 국선의 위位에 있을때 그가 데리고 있었던 화랑도 중에는 승려들도 많이 있었다. 응렴이 누구를 아내로 맞을지 고심하다가 흥륜사의 승려를 찾아가 조언을 얻었다는 기록은 삼국사기에 전하고, 화랑의 우두머리 범교사에게 조언을 들었다는 기록은 삼국유사에 실려 있는데, 아마도 두 인물이 동일인일 개연성이 크다(역사의 해석은 상당히 주관적이고 시대에 따라 변한다). 응렴이 얻은 조언의 내용은 두 사서 모두 동일하다. 그리고 경문왕이 된 김응렴의 정치를 보좌한 인물들 중에는 국선(화랑도) 출신들이 많이 있었다. 특히 요원랑邀元郞과 예흔랑譽昕郞은 측근에서 도우기도 하였고, 전국을 유람하면서 왕의 업적을 노래하기도 하였다. 경문왕은 열의를 다해 치국에 임했지만, 그의 재위(재위 기간 861 ~ 875년) 중에도 여러차례 호족의 반란과 왜구들의 침입이 있었다. 게다가 지진, 홍수, 역병이 끊이질 않았다. 무엇보다 왕위를 노리는 역모 사건들도 계속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866년에는 이찬(2등급 관위)윤흥允興과 그의 동생 숙흥叔興과 계흥季興의 반역를 꾀했다. 사전에 발각되어 윤흥 일당은 대산군(현 경북 성주)으로 도주했지만, 잡혀서 참형을 당했고 일족은 몰살되었다. 868년에는 이찬 김예金銳와 김현金鉉이 모반을 하였지만, 그들도 진압해서 처형하였다. 874년에는 근종近宗의 역모가 있었다. 근종은 지지자들과 함께 궁궐까지 쳐들어왔다. 자칫 또 한번의 왕 시해 사건이 있을뻔 했다. 다행히 근종의 무리는 왕의 근위병들에 의해 일망타진 되었고, 근종은 거열형에 처해졌다.

경문왕은 재위 15년간 끊임없이 일어난 정치적, 사회적 혼란을 수습하지 못하고 사망하였다. 그에 관한 특이한 소문(사실은 소문이 아니라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있다, 제2권)들이 전해 오는데, 그는 언제나 산 뱀을 가슴에 품고 잠자는 습성이 있었고, 또 그의 귀는 당나귀의 귀처럼 컸다고 한다. 먼저 뱀 이야기를 보면, <왕의 침전에는 날마다 저녁 때면 뱀들이 수없이 모여 들었다. 궁인들이 놀라고 두려워하여 쫓으려 하니 왕은 말하기를 “나는 뱀이 없으면 편히 잘 수가 없으니 쫓지 말라” 했다. 왕이 잘 때에는 늘 뱀들이 혀를 내밀어 온 가슴을 덮어 주었다> 이것은 그저 해괴한 이야기가 아니라 임금의 고뇌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즉 잘못 물리면 죽을 수도 있는 권력을 품에 안고 자는(또는 밤을 지새우는) 최고통치자의 고뇌를 삼국유사는 뱀으로 기록한 것이 아닐까?
다음은 경문왕의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 귀’ 편이다. 

<왕위에 오르자 왕의 귀가 갑자기 길어져서 당나귀 귀처럼 되었다. 그러나 왕후와 궁인들은 모두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오직 복두장(임금의 왕관과 머리를 챙기는 사람) 한 사람 만이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평생 이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다가/않았다가, 죽을 때가 되어서야 도림사道林寺의 대나무 숲속에 사람이 없는 곳으로 들어가서 대나무를 향해 외쳤다. “우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처럼 생겼다!” 그 후로 바람이 불 때마다 대나무 숲에서 이런 소리가 났다. “우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처럼 생겼다!” 왕이 이 소리를 싫어해서 곧 대나무를 베어버리고 산수유를 심었다. 그러자 바람이 불면 다만 이러한 소리만 났다. “우리 임금님 귀는 길다”>

이 기록 역시 많은 것을 시사한다. 백성들의 말(원성願聲)을 들을 수 있는 크고 긴 귀를 가지는 것이 당연한지만 이를 숨기려 했다는 것과, 진실을 알리려고 한 본능과 알고자 하는 본능을 묘사한 것이 아닐까? 또한, 바람이 불면 유난히 사각거리는 소리를 내는 대나무 숲은 백성들의 여론이었을 것이고, 발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의미를 전하기 위해 기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임해전에서 치루어진 헌안왕의 ‘사위 간택’ 에서 합격한 김응렴은 당시 화랑의 우두머리 국선으로 나이는 18세였다(삼국사기 15세). 헌안왕은 4개월 후 사망하였고, 경문왕으로 즉위한 응렴은 문의왕후와 장남 김정金晸과 장녀 김명金明(제44대 민애왕과 동명이인이다)을 낳았다. 그리고 후비로 맞은 헌안왕의 둘째 딸 정화부인과는 차남 김황金晃과 차녀 김만金曼을 낳았다. 이들과 더불어 주목할 인물인 김위홍은 경문왕의 동생이다.

참고문헌: 삼국사기, 삼국유사, 화랑세기 – 신라인 그들의 이야기(김대문 저, 이종욱 역주해, 소나무), 화랑세기 – 또 하나의 신라(김태식, 김영사), 한국사데이터베이스(db.history.go.kr)


박선우 (박선우태권도장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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