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 '낙태권 입법' 실패, 맨신의 이탈로 과반수도 못넘어
찬성 49표·반대 51표로 표결 무산…바이든, 민주 지지 호소 성명
보스톤코리아  2022-05-11, 21:15:01 
미 의회 앞에서 열린 낙태권 보장 시위
미 의회 앞에서 열린 낙태권 보장 시위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미국 연방 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는 것을 다수 의견으로 잠정 채택한 가운데, 미 상원에서 여성의 낙태권을 입법을 통해 보장하려던 시도가 일단 무산됐다.

미 상원은 11일(현지시간) 본회의에서 여성의 낙태권한을 보장하는 '여성의 건강 보호법안'에 대한 표결을 시도했으나 표결 여부에 대한 찬반투표에서 찬성 49표, 반대 51표로 집계돼 법안에 대한 표결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투표에서는 50명의 공화당 의원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고, 민주당에서도 그간 주요 의제마다 반기를 들어온 중도 성향 조 맨신 의원이 반대에 가세해 찬성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여당인 민주당은 법안에 대한 심의를 종결하고 표결을 강행하려고 했으나, 필리버스트(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요구하는 공화당의 조직적인 반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미 상원에서 필리버스터를 피해가기 위해선 60표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로써 1973년 이후 사실상 50년간 미국에서 법과 같은 역할을 하며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해 온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연방대법원이 공식적으로 폐기하기 전에 여성의 낙태권을 연방 법률에 명문화해 보장하려던 민주당의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여성의 낙태권 문제는 수십년간 미국에서 진보 대 보수를 가르는 논쟁적 주제 가운데 하나다.

특히 연방대법원이 낙태 가능 기준을 임신 15주로 좁힌 미시시피주의 법률을 심의하면서 최근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는 초안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에서는 낙태 논쟁이 다시 뜨겁게 불붙었다.

민주당의 입법화 시도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진작부터 예견됐던 일로, 민주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를 쟁점화하기 위해 표결 강행을 시도한 측면이 강하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낙태권을 보호하기 위해선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의석을 하나라도 더 확보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법원 초안 공개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낙태권 지지가 압도적으로 높을 정도로 이 문제에 대한 여론 지형이 민주당에 우호적이어서 실제로 중간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상원에서 입법 시도가 무산된 직후 성명을 통해 "여성의 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해 유권자들은 11월 중간선거에서 이를 지지하는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며 "우리는 여성의 출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와 관련해 "이번 표결은 민주당이 향후 낙태권과 관련해 취할 첫 걸음이자 상징적 제스쳐"라면서도 "민주당이 아직 대중의 분노를 끌어들여 중간선거에서 표를 확보할 전략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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