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신영의 세상 스케치 824회
보스톤코리아  2022-01-10, 11:16:08 
시작했다, '홀로서기'를 2022 임인년(壬寅年) 새해 새 아침 산행을 하며 한 발짝 한 발짝을 옮기면서 소원하며 기도했다. 이제는 시작이라고 말이다. 지난해 3월에 남편을 떠나보내고 홀로 겪었던 힘겹고 버거웠던 어려운 시간들이 올해에는 내 인생의 디딤돌이 되어 더욱더 단단하고 견고해져 남편의 몫까지 잘 살아가리라고 다짐을 했다. 매일 남편의 묘지를 찾으며 이런저런 삶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마음이 평안해진다. 이 어려운 시간 지금까지 인도하시고 동행해주시는 하나님의 보살피심에 감사한 오늘이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니 바쁘게 보냈다. 3월에 남편을 떠나보내고, 8월에 '알라스카' 크루즈 여행을 다녀왔고, 10월에 포르투갈 '리스본'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을 좋아하고 사진 담기를 좋아하는 글쟁이라 이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뎠는지도 모를 일이다. 매일 아침 기도 노트에 일기를 쓰면서 내 속의 아픔과 슬픔과 고통과 그리움을 토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움은 정말 어쩌다 한 번씩 파도처럼 밀려와 마음에 긴 포말의 여운을 남기고 떠난다. 그렇게 한 번씩 토해내는 그 파도의 포말에 내 마음도 씻어 내곤 한다.

남편이 중환자실에 2달을 있는 동안에도 나는 여전히 일주일에 3회의 Zoom요가에 참여했으며, 매일 2시간씩 동네를 걸었다. 그것은 나의 기도였으며, 나의 평정심의 중심점이었다. 매일 그 루틴을 애써 벗어나지 않고 계속적으로 했다. 내가 그 상황에서 울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에서 최선을 다했으며, 세 아이와 며늘아이까지 네 아이들의 슬픔에 함께 머무를 수가 없었다. 엄마라도 든든히 서 있어야 무엇인가 제대로 바라볼 수 있고, 바르게 결정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밝고 맑은 성격은 타고난 태생이라는 생각을 한다. 물론, 마음의 깊은 얘기들은 한국의 친정 언니와 화상통화를 하며 나누고, 어릴 적 친구가 곁에 살아 둘이 함께 나누곤 한다. 그래서일까. 주변의 가깝게 지내는 지인들에게 내 슬픔이나 아픔 등은 그렇게 쉬이 나누지 않는 성격이다. 만나면 그 시간이 '최고의 고마운 시간'이라고 생각하며 즐겁게 보내는 편이다. 어쩌면 주변의 분들은 남편을 잃고도 어떻게 저렇게 밝고 환하게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지낼까 싶은 분들도 계실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나인 걸 어쩌랴.

어찌 슬프지 않고 아프지 않고 고통이 없을까. 모두가 각자의 방법으로 풀어내는 것일 게다. 그렇게 다 온 동네 사람들 만날 때마다 눈에 눈물을 그렁이며 매일을 산다는 것은 나 자신이 싫어 못 하거니와 아니 안 한다. 어차피 그것은 '내 몫'임을 안 까닭이다. 부모와 자식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한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서로의 슬픔을 누구보다 잘 아는데, 얼굴 마주할 때마다 슬픔을 토해낸다면 서로에게 버거운 일이기도 하다. 서로 한 번씩 만나 슬픔을 토해내기도 하지만, 서로의 슬픔은 서로의 몫으로 풀어야 한다.

'홀로서기'를 위한 첫 번째 시작은 예전처럼 여행을 계속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땡스기빙과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 생각을 했다. 그것은 남편과 아빠를 떠나보내고 처음 맞는 행사이기에 그랬다. 딸아이와 큰아들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는데, 막내아들이 지난 6월에 '스몰웨딩'을 하였다. 그래서 며늘아이에게 먼저 의견을 내었다. 땡스기빙에는 시댁 가족은 우리 가족과 만나고, 크리스마스는 친정 가족들과 만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다. 그랬더니 흔쾌히 그렇게 하겠노라고 답을 주었다.

'홀로서기'를 위한 두 번째 시작은 '크리스마스 여행'이었다. 이렇게 막내아들과 며늘아이와 의견을 주고받은 후 크리스마스이브 24일 저녁을 며늘아이 가족들과 함께 일식집으로 예약을 하고 대접을 하였다. 그리고 25일 오전에 미리 딸아이와 큰아들이 준비해놨던 '버먼트 여행'지로 출발해 2박 3일을 보내고 27일 저녁에 도착했다. 참으로 좋은 시간이었다. 아빠와의 추억과 남편과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아이들도 고맙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엄마랑 아빠가 친구처럼 함께 살아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해준다. 나도 고마웠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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