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감사입니다'라고 고백하는 오늘이...
신영의 세상 스케치 821회
보스톤코리아  2021-12-13, 11:41:03 
'모든 것이 감사입니다'라고 고백하는 오늘이 또 감사한 날임을 깨닫는다. 지난 12/4 토요일 오후 6시 뉴욕 플러싱 노던 블러바드 소재 '뉴욕 만나교회'에서 <해외기독문학협회> 신인 문학상 축하와 감사 예배가 있어 다녀왔다. 원로 목사님들이 주축이 되어 이루어진 해외기독문학협회(회장 이조앤)는 여느 문학 모임보다 안정되고 평안함이 감돌았다. 50여 명이 모여 신인상을 받은 시인들을 축하하고 감사하는 축하 예배로 시작되고 마무리 지어졌다. 나는 '모든 것이 감사입니다'라는 시를 낭송하며 축하와 감사를 전했다.

보스턴에서 출발 뉴욕까지는 보통 운전 속도로 3시간 30에서 4시간 정도의 거리이다. 30여 년을 뉴욕을 방문하게 되면 언제나 남편이 운전을 하고 나는 옆자리에서 재잘거리며 수다를 떠는 아내였다. 혼자서 뉴욕에 운전해본 기억은 몇 년 전 한국에서 친정 언니와 형부가 뉴저지 딸네 집에 놀러 오셨다가 보스턴에 사는 동생(처제)인 우리 집에 오셨는데 며칠 더 계시는 덕에 내가 뉴저지까지 운전해 모셔다드린 적이 있었다. 그리고 몇 년 만에 두 번째 혼자서 떠나는 뉴욕행 운전 길이었다. 

모든 것이 감사입니다

십이월의 캘린더를 들여다보며
열두 달의 징검다리를 안전하게 건너게 해주시고
사계절 샛길마다에서 오늘을 맞게 해주시니
모든 것이 감사입니다
맑은 바깥 공기를 들이켜게 하사 들숨을 주시고
그 들숨을 멈추지 않으시고 날숨으로 토하게 하사
순간을 호흡하는 들숨과 날숨의 신비를 깨닫게 하시니
모든 것이 감사입니다
계절 속에 피고 지는 꽃들과 열매를 보면서
무한할 것 같은 인생에 제어 장치를 달아주시고
유한한 생명에 대한 존귀를 배우게 하시니
모든 것이 감사입니다
외로움이 엄습할 때 찾아와 따뜻하게 안아주시고
혼자인 듯싶을 때 곁에 와 함께 걸어주시는 당신
고독의 문을 열게 하사 당신의 얼굴 보여주시니
모든 것이 감사입니다
시린 세상에서 더불어라는 단어처럼 고마운 것이
외롭고 쓸쓸한 사람에게 함께라는 말처럼 따뜻한 것이
엄마 잃은 아이에게 엄마라는 이름보다 더 간절한 것이
모든 것이 감사입니다
내 욕심으로 상처받은 사람이 있는지
용서하지 못해 마음의 앙금이 남아 있는지
풀어내지 못한 미움이 있는지 생각을 주시니
모든 것이 감사입니다
한해를 돌아보며 허락하신 호흡에 감사하고
지내온 시간 속에 챙기지 못한 이들을 떠올려 보며
다하지 못한 아쉬움보다 더해줄 준비를 시작하게 하시니
모든 것이 감사입니다

삶이란 어쩌면 불안과 걱정과 염려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염려한다고 해서 그 불안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또한 걱정과 염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도 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저 지금 내게 주어진 삶(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마음이며 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지금 숨을 쉬고 살아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신비하고 감사한 일인가. 지금 내가 호흡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조금은 욕심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 여기고 우리는 산다.

이 당연한 것 같았던 '호흡'을 깨닫게 된다면 우리는 한순간도 노래하지 않을 수 없다. 살아있음에 대한 감사가 절로 터져 나올 것이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리라. 우리는 소소한 일상에 대한 무의식적인 흘려버림이 있다. 이렇듯 지금 내가 숨을 쉬고 있다고 자신이 인지할 수만 있다면 조금은 자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내 삶에 있어 아주 특별한 사건인 까닭이다. 우리의 일상에서 아주 특별한 일은 이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호흡이 소중한 것이며, 소소한 것들이 큰 행복이며 아주 특별한 일인 것이다.

지금 내가 살아서 호흡할 수 있다는 것이 내 인생의 처음이고 끝이며 전부이지 않던가. 이렇듯 숨을 쉬고 있음이 너무도 감사한 일이 아니던가. 자연을 가까이 하다 보면 더욱 창조주에 대한 감사가 절로 나온다. "어찌 이리도 아름다운지요? "하고 창조주에 대한 감사와 함께 너무도 작은 피조물인 나를 고백하게 되는 것이다. 바로 그 기쁨과 감사의 고백이 시와 노래가 되어 찬송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것이 감사입니다'라고 고백하는 오늘이 또 감사한 날임을...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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