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복덕방
보스톤코리아  2021-09-13, 11:35:30 
작은 탁상용 달력이다. 내 모교 것인데, 8월달 사진이 눈길을 잡았다. 우리집과 비슷한듯 보였기 때문이다. 사진속엔 크지 않은 주택과 잔듸밭이 있고, 푸르른 나무들이 주위를 둘렀다. 주택은 총장공관으로 쓰였던 집인데, 뉴잉글랜드식 모델이라 해야할까. 이름하여 Cape Cod 스타일처럼 보였던 거다. 

부동산不動産과 동산動産. 일본사람들이 만든 말일 게다. 초급 상업시간에 배웠다만, 내겐 도무지 이해불가였다. 집과 건물을 부동산이라 하고 현금과 주식따위를 동산이라는 건 한참후에 알았다. 

지난 봄인가 보다. 보스톤코리아에 실렸다. 보스톤 지역에서도 집값이 가파르게 오른다고 전했다. 과열임에 틀림없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이유를 나야 할턱이 없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문제가 심각한 모양이다. 덕분에 부동산 중계인들은 바쁠것인가. 예전엔 복덕방이라 불렀다. 

복덕방이란 말이 재미있다. 생기복덕生氣福德에서 유래 한다고 했다. 복과 덕이 생긴다는 말인가. 하긴 집이나 건물엔 복이 들어야 마땅하다. 그럴적에 집이나 방을 구하는덴 복덕방을 찾는게 먼저였다. 복과 덕을 데려다 줄테니 말이다. 복덕방은 동네 대소사까지 훤히 꿰고 있었다. 

옛적에 듣던 말이다. 싸움은 말려야 하고, 흥정은 붙인다. 그럴적에 복덕방은 거래가 성사되면 거간비居間費인 복비福費를 받았다. 복비는 담배값 만한 구전口錢이라고도 했다. 복덕방엔 주로 노인분들이 앉아 있었다. 오죽하면 복덕방영감님이라 했을 텐가. 영감님이야 오고 가는 손님을 기다리기에 지루했을텐데, 장기를 두고 있던 장면도 자주 봤던 기억이다. 이사철이 아닌 한가할 적이다. 

이사가고 이사오는 계절은 봄이다. 한국이라면 삼륜차가 동원될 수도 있다. 정호승 시인이다.

아직 봄은 끝나지 않았는데,
이삿짐 트럭에 실려가는 힘없는 나무 뒤를
까치들이 따라간다
아슬아슬 아직 까치집이 남아있는 나무 뒤를
울지도 않고
(정호승, 이사 중에서)

한국 고관대작들은 모두 집을 몇채씩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청문회에선 그게 제법 큰 이슈가 된다. 그 양반들은 복도 많고 덕도 큰가 한다. 

이번엔 유망한 국회의원이 걸려들었단다. 자진사퇴했다던가. 듣는 나야 입맛은 쓴데, 아쉬운감이 없지 않다. 

가옥에 가옥을 이으며 전토에 전토를 더하여 (이사야 5:8)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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