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것들의 가치
신영의 세상 스케치 799회
보스톤코리아  2021-07-12, 12:59:19 
늘 평범한 일상에서 만나는 것들과 가까이에 있는 것들에는 당연하다는 생각에 쉬이 지나치기 쉽다. 그것이 사람이 되었든, 자연이 되었든, 사물이 되었든 그 어떤 것일지라도 쉬이 생각하기 쉽다. 내 남편이, 내 아내가, 내 자식이, 내 부모가 늘 곁에 있기에 그저 함께 머무는 가족이라고 여기며 살 때가 얼마나 많은가. 서로 무심함으로 대하며 그 무심함을 가족이기에 예의 갖출 필요 없는 편안한 관계라고 여기며 살아오지 않았던가. 물론, 편안함이 있어 좋다. 그러나 그 편안함이 무관심이 될까 염려스러운 것이다.

우리가 COVID로 인해 1년 6개월을 얼마나 많은 상황에서 제약에 묶여 있었던가. 일상이 마비되어 온 가족이 가중된 스트레스로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어린아이들은 한참 뛰어놀아야 할 그 나이에 집안에서 있어야 하니 답답했을 것이고, 부모는 부모 대로 집 안에 있는 아이들과 남편과 가족을 위해 하루 세끼 반찬 걱정을 하며 지냈을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 온다. 이제는 조금씩 코로나 백신으로 마스크도 벗고 함께 식사도 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그러나 아직도 안전하지 않은 상황이니 서로 조심하며 지내야겠다.

여행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있던 여행객들이 여기저기 갈 수 있는 곳을 찾아 요즘 비행기 팃켓을 사기도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다. 먼 곳으로의 여행도 좋을 테지만, 가까이에 있는 자연들을 찾아갈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여행이 어디 또 있을까. 햇살 좋은 날 집 포치 의자에 편안하게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눈을 감고 바람 소리를 들어본 적 있는가. 이름 모를 새소리들과 파드닥 거리며 뛰어다니는 다람쥐와 토끼들의 움직임이 삶의 한 풍경이 되어 기분 좋은 하루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특별하지 않은 일상에서의 특별함이란 평범한 일상에서의 누림이란 생각을 한다. 요즘처럼 사람이 그립고 이야기가 그리운 날에는 특별한 음식이 아니더라도 마음 편안하게 만날 수 있는 지인을 불러 바깥 포치에 깔끔한 테이블보를 깔고 간단한 음식과 와인을 하나 곁들인다면 그 어느 레스토랑을 가지 않더라도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 마주한 음식도 음식이지만, 함께 나누는 서로의 이야기가 더욱더 맛을 돋우는 것이리라. 이처럼 특별하지 않은 일상의 특별함이란 평범함이 주는 선물인 것이다.

100세 시대에 오십 중반의 나이는 청년에 속한다며 친구는 말해온다. 그러나 오십 중반에서 느끼는 내 생각은 편안한 것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사람이나, 물건이나, 그 어떤 관계에서도 보채지 않을 만큼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편안하다는 생각을 거듭해보는 것이다.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고 말할 수 있고, 만나고 싶으면 만나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편안한 사이가 관계가 좋아졌다. 혹여, 만날 수 없는 거리에 있거나, 환경이 허락지 않는다면 기다림으로 기다려줄 수 있는 그런 넉넉한 마음으로 말이다.

삶에서 너무 특별한 것을 찾다가 보면 소소한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과 가치를 잃기 쉽다. 가끔은 한 번씩 주변을 돌아보며 살았으면 좋겠다. 나의 일상이 또 하나의 풍경이 되어 주변의 그 어느 누군가를 주인공으로 바라볼 수 있는 넉넉함이면 좋겠다. 그 상대가 누가 되었든, 오롯이 들어주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희망을 풀어 나눠주면 좋겠다. 언젠가 나도 그 누군가의 풍경으로 주인공이 될 날이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무엇이든 베풀 수 있을 때 나누는 것이 복된 일임을 깨달아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오늘이면 좋겠다.

하루는 24시간, 그러나 이 스물네시간은 모두에게 다르다. 평범함이란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참 난감하다. 언제나 내가 쓴 안경의 색깔과 내가 쥔 잣대로 바라보고 평가하고 결정짓는 일이 비일비재하지 않던가. 나의 평범함이 또 누군가에게는 특별함이 되기도 하고, 다른 이의 평범함이 내게 아주 특별함이 되기도 하지 않던가. 그렇다면 그 평범함을 그저 두리뭉실하게 말하기 쉬운 '기준치'와 '보편적'이라는 틀 속에 가두지 않기로 하자. 각자의 누리는 평범한 생각들 속에서 각자의 가치들을 꺼내 보는 것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작성자
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화랑도(花郞徒)와 성(性) 그리고 태권도(跆拳道) 2021.07.12
21세 풍월주 김선품은 608년 김구륜의 아들로 태어나서, 643년(인평仁平 10년, 선덕여왕 12년) 사신으로 당나라에 가서 병을 얻어 귀국한 후 곧 사망하였다..
휴가 시즌 2021.07.12
이제 그야 말로 휴가 시즌에 들어 섰다.특히 지난 16개월 동안 사람들이 코로나 사태로 사람들이 꼼짝할 수가 없었기에 지금 이 시기는 모든 사람들이 휴가를 떠나고..
평범한 것들의 가치 2021.07.12
늘 평범한 일상에서 만나는 것들과 가까이에 있는 것들에는 당연하다는 생각에 쉬이 지나치기 쉽다. 그것이 사람이 되었든, 자연이 되었든, 사물이 되었든 그 어떤 것..
한담객설閑談客說: 예측 2021.07.12
지난주 유월말엔 무척 더웠다. 보스톤에서도 한낮 기온이 100도에 가까웠다. 습하기에 더욱 덥게 느껴졌다. 바이러스는 잠잠해진듯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겠다...
한국, 191개국 무비자 방문…여권지수 세계 3위 2021.07.11
한국 여권으로 사전에 비자를 받지 않고 갈 수 있는 나라가 191개국에 달해 글로벌 여권 순위에서 3위에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11일 국제교류 전문업체 헨리앤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