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AEA 실무 대표단을 이끌고 방북한 올리 하이노넨 IAEA 사무 부총장

IAEA 실무 대표단 영변 핵시설 방문


국제원자력기구(IAEA) 실무 대표단이 26일 북한을 방문함에 따라 2.13 합의가 본격 이행국면으로 접어들었다.
2007년 초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 결과 북한의 핵시설 폐쇄, 경제적 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2.13 합의가 이루어졌으나, 마카오 은행 자금동결을 둘러싸고 북한의 2.13합의 이행이 늦어지면서 국제사회의 긴장 역시 고조되어 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하 현지시간) 올리 하이노넨 (Olli Heinonen) 사무 부총장 등 4명으로 구성된 국제원자력기구(IAEA) 실무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하면서, 북핵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번에 방북한 IAEA 대표단과의 협의를 통해 북한은 2.13 합의에 명시된 영변 핵시설 폐쇄 조치를 진행하게 된다. 영변의 핵 시설 폐쇄 작업이 진행되면 IAEA의 검증단이 북한을 방문하여 핵시설 폐쇄와 봉인 상태를 확인하게 되며, 이때를 전후해 남한이 중유 5만톤을 북한에 배송하면 2.13 합의에 명시된 초기조치 이행이 마무리된다. IAEA 대표단이 북한과 합의해 도출할 보고서는 다음 달 첫째 주나 둘째 주 열릴 것으로 보이는 IAEA 특별이사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북한에 머물고 있는 IAEA 올리 하이노넨 부총장은 비록 북한과의 협의 결과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자신을 포함한 IAEA 실무대표단이 28일 영변 핵시설을 방문한다고 평양주재 AP와 교도통신을 통해 전했다. IAEA가 영변 핵시설을 방문하기는 2002년 제2차 북핵위기가 고조된 이후 약 4년6개월 만이다. IAEA측은 2002년 이전에 영변의 핵시설을 파악한 상태라 이번 방문에서 얻을 추가 정보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지만 IAEA 대표단이 약 4년반 만에 영변에 가게 된 것 자체가 북한과 IAEA 간 관계 복원 차원에서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방북중인 IAEA 대표단이 28일 영변 핵시설을 방문키로 한 가운데 송민순 외교통상장관은 워싱턴에서 미 고위관리들과 연쇄 접촉, 2.13 합의 이행방안 조율에 나서고 있다. 한국 정부 또한 30일 군산항에서 남포항으로 쌀 3천 톤을 수송하는 것을 시작으로 쌀 차관 40만 톤을 북한에 보내기로 했다. 북한에 대한 쌀 차관은 지난 4월 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합의됐으나 영변 핵시설 폐쇄 등 2.13 합의의 초기조치가 늦어지면서 수송이 지연돼 왔었다
그러나 북핵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긴장이 완화되어 가는 와중에도 북핵의 잠재적 위험성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는 곳곳에서 들려왔다. 미 백악관은 오는 27일 북한에서 있었던 올해 세번째 미사일 발사와 관련하여 "북핵 6자회담 재개를 둘러싼 민감한 시점에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결정해 무척 당혹스럽다"며 북한의 추가 미사일 발사를 엄중 경고하였다.
또한 티모시 키팅 미 태평양군 사령관 역시 27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미군이 IAEA와 별도로 2.13 합의에 따른 북한의 핵시설 폐쇄 여부를 자체적으로 검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IAEA의 사찰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되 미군의 자체 검토 역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키팅 사령관은 그가 하와이에 있는 태평양 사령부를 떠나기 36시간 전에 북한 영변의 핵시설에 어떤 동향이 포착되었다는 정보를 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키팅 사령관은 영변에서의 움직임이 원자로를 폐쇄하는 움직임인지 아니면 일부 물질을 다른 시설로 옮기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분명히 말하지 않았다.
키팅 사령관의 발언이 지역군 사령관으로서는 부적절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인 가운데, 이러한 발언 이면에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복선이 깔려 있는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진혁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