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G-선상의 아리아
보스톤코리아  2020-08-10, 10:52:02 
한동안 클라식 음악 시디를 구입하느라 애쓴적이 있다. 모은 만큼 열심히 들었던건 아니다. 구입하는 것과 듣는건 전혀 다른 행위일테니 말이다. 오늘은 인터넷과 신문에서 찾아 읽었던 걸 모았다. 버무렸고, 비벼 넣었다.  아랫글은 인터넷에서 읽은 거다. 그대로 옮긴다.

‘1.4 후퇴 때, 남쪽으로 내려가는 피난 열차에 몸을 실었는데, … 축음기와 애청하는 레코오드 몇 장만을 옷과 함께 륙색에 꾸려 넣고 피난열차에 올랐었다. …  (덜컹이는 열차 안에서) 축음기에 레코오드를 얹고 바늘을 올려놓았다. 요한 세바스티안 바하 작곡인 ‘G선상의 아리아’ 였다. 고아하고도 명상적인 바이올린의 멜로디는 눈 온 뒤의 정결한 공간에 울려 퍼졌다. … (곡이) 여운을 남기고 끝났을 때, 서양 음악이라고는 전혀 모를 것 같은 한 노인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 곡을 한 번 더 들려 달라.” 고 했다. (박용구, 음악과 인생 중에서)

기차가 달리는 철로 주변은 논과 밭사이로 아직 눈이 쌓여 있었을 것이다. 화물칸일텐데, 매서운 바람이 더욱 들이닥쳤을터. 승객인지 화객인지 모두 굶주림과 피로감에 기진했을 것이다. 바이올린 연주곡 축음기 소리는 따뜻한 엽차일 수도 있었을 게다. 들리는 축음기 소리는 남녀노소를 차별하지 않았을 테고, 더욱 노인의 귀에 더 가까이 다가갔을 터. 

이 역시 신문에서 읽었다.  '70을 살아보니 어떻습니까?'라고 노인에게 질문했단다. 대답이 걸작이었다.  "처음 살아보는 나이라 잘 모르겠네요’. 노인이 되면 동작은 느릴 수 있을진대, 마음은 느리지 않다는 거다. 완고하게 비칠수도 있는데, 신중함의 다른 표현일거라고 덛붙였던 거다. 

지난 봄, 한국에선 위안부 할머니가 목청을 높였단다. 국회의원이 된 모씨를 향한 일갈이었다. 그의 대답은 서글프다. ‘연로해서 기억 할 수없을 지도 모른다’ 라 했다던가. 노인이라고 나이가 많다고 모르는 건 아니다. 기억력도 감성도 이성도 모두 그대로 일 뿐인게다. 

이번엔 헤밍웨이이다.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의 독백이다.  “I may not be as strong as I think, but I know many tricks and I have resolution.’ 몸은 늙어 힘은 없어도, 삶의 지혜는 늘어간다. 다시 읽는다. ‘서양 음악이라고는 전혀 모를 것 같은 한 노인이 부드럽게 청했다. ‘그 곡을 한 번 더 들려 달라.’

G-선상의 아리아를 찾아 들어야 겠다. 어디 궤짝속인가에 바하(바흐)의 시디가 있을 것이다. 이어폰도 아닌, 헤드폰을 끼고 들어야 제맛일 수도 있겠다. 

수금과 음성으로 노래할지어다 (시편 98:5)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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