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남측과 '결별 선언'…남북관계, 백척간두에 서다
보스톤코리아  2020-06-13, 11:02:37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13일 남측과 '확실한 결별'을 선언함에 따라 남북관계가 백척간두 위기에 내몰렸다.

북한이 문제 삼아온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청와대까지 나서 엄정한 대응을 밝혔지만, 북한은 되려 '연속적인 행동으로 보복'하겠다고 초강수를 두며 남북관계 개선의 여지를 없애버렸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이날 담화를 내고 "말귀가 무딘 것들이 혹여 '협박용'이라고 오산할 수 있는 담화를 발표하기보다 이제는 연속적인 행동으로 보복해야 한다"며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하다"고 못 박았다.

김 제1부부장은 "곧 다음 단계의 행동을 취할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음번 대적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며 군사적 도발 가능성까지 암시했다.

특히 김 제1부부장은 자신이 대적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 동지와 당과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남북관계 단절을 압박하는 첫 담화를 낸 이래 현재까지 북한의 반응을 되짚어보면, 북한은 남북관계 단절의 길을 택했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또 지난 4일 첫 담화에서 탈북자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거세게 비난하며 금강산 관광 폐지, 개성공단 완전 철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언급했다.

이 담화가 발표된 날 통일부는 4시간 만에 대북전단 살포를 규제하는 법률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다음 날인 5일 북한은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북관계 단절도 불사하겠다며 첫 조치로 연락사무소의 완전한 폐쇄를 공언했다.

이어 북한은 실제로 지난 9일 정오부터 연락사무소를 비롯해 남북 정상 간 핫라인까지 모든 통신 연락선을 차단했다.

그러나 10일 통일부는 '무리한 법률 적용', '저자세 대응'이라는 일각의 비판을 무릅쓰고 대북전단 살포 탈북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 2곳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을 경찰에 수사 의뢰하겠다고 발표했다.

청와대 역시 1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대북 전단 및 물품 등의 살포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고 위반 시 법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을 약속하며 남북 간 합의를 계속 준수해나갈 의지를 확인했다.

하지만 북한은 전날 장금철 통전부장 담화를 통해 "신뢰는 산산조각이 났다"며 "이제부터 흘러가는 시간들은 남조선당국에 있어서 참으로 후회스럽고 괴로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이날 오전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이 남측 외교부가 '북미대화 조속 재개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낸 것에 대해서도 "비핵화라는 개소리는 집어치우는 것이 좋다"고 거친 담화를 냈고, 이날 밤에는 김 제1부부장이 '결별'을 언급하며 쐐기를 박은 것이다.

이처럼 북한은 그동안 남측이 어떤 입장을 내거나 대응에 나설 때마다 더 거칠게 대응하며 행여나 대화여지를 애초에 차단하고 있다.

통일부를 비롯한 정부에서는 북한의 거친 태도에 당혹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김 제1부부장이 이날 언급한 대로 북한이 앞으로 연락사무소 건물을 허물고 군사적 도발을 일으켜 9·19 군사합의를 명시적으로 파기한다면, 현 정부의 남북교류협력 성과가 백지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남북관계는 파국을 걱정해야 할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 전문


   『나는 어제 우리 통일전선부장이 낸 담화에 전적인 공감을 표한다.

    2년 동안 하지 못한 일을 당장에 해낼 능력과 배짱이 있는 것들이라면 북남(남북)관계가 여적(여태껏) 이 모양이겠는가.

    언제 봐야 늘 뒤늦게 설레발을 치는 그것들의 상습적인 말에 귀를 기울이거나 형식에 불과한 상투적인 언동을 결코 믿어서는 안 되며 배신자들과 쓰레기들의 죄행을 절대로 용납해서는 안 된다.

    우리 조국의 상징이시고 위대한 존엄의 대표자이신 위원장 동지의 절대적 권위를 감히 건드리고 신성한 우리측 지역에 오물들을 들이민 쓰레기들과 그런 망동 짓을 묵인한 자들에 대해서는 세상이 깨여지는 한이 있더라도 끝장을 보자고 들고 일어난 전체 인민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는 지금 날로 더욱 거세지고 있다.

    배신자들과 쓰레기들이 저지른 죗값을 깨깨(몽땅) 받아내야 한다는 판단과 그에 따라 세운 보복계획들은 대적 부문 사업의 일환이 아니라 우리 내부의 국론으로 확고히 굳어졌다.

    그것들이 어떤 짓을 했는지, 절대로 다쳐서는 안 될 무엇을 잘못 다쳐놓았는지를 뼈아프게 알게 만들어야 한다.

    말귀가 무딘 것들이 혹여 '협박용'이라고 오산하거나 나름대로 우리의 의중을 평하며 횡설수설해댈 수 있는 이런 담화를 발표하기보다는 이제는 연속적인 행동으로 보복해야 한다.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하다.

    우리는 곧 다음 단계의 행동을 취할 것이다.

    나는 위원장 동지와 당과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나의 권한을 행사하여 대적 사업연관부서들에 다음 단계 행동을 결행할 것을 지시하였다.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다.

    남조선당국이 궁금해할 그 다음의 우리의 계획에 대해서도 이 기회에 암시한다면 다음번 대적 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

    우리 군대 역시 인민들의 분노를 다소나마 식혀줄 그 무엇인가를 결심하고 단행할 것이라고 믿는다.

    쓰레기는 오물통에 가져다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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