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 텃밭'에서 누리는 감사!!
신영의 세상 스케치 745회
보스톤코리아  2020-06-08, 11:00:54 
하루의 정해진 시간은 24시간, 그 스물 네시간은 모두에게 똑같지는 않다. 누리는 만큼의 시간이 각 사람의 시간이란 생각을 한다. 이제는 코로나19로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과 가족을 위해 최선이 무엇인가 생각하며 청결을 위해 노력하고 생활수칙을 준수하며 살고 있다. 재택근무를 하는 이도 있고, 부족하나마 비지니스 공간을 오픈하며 한숨 섞인 마음으로 하루를 맞고 보내는 것이다.

아내와 남편이 그리고 부모와 아이들이 한 공간에서 온종일을 함께 생활하는 것이 얼마나 버거운 일인지를 새삼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아이들도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으니 그 답답함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리라. 어찌 아이들뿐이랴. 엄마는 어떻겠는가. 집안에서 아이들의 세 끼를 챙겨야 하고 아빠의 움직임을 살피며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물론, 아빠도 쉽지 않은 하루를 살고 있다.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화려한 빛깔의 꽃보다 푸르른 관엽식물을 더 좋아하는 나는 산속 깊은 곳에서 숨 고르기를 좋아한다. 그 순간은 나도 한 자연의 한 부분임을 더욱더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춘수 님의 '꽃' 시편을 참으로 좋아한다. 존재의 본질과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시편이다. 그렇다, 그것이 들꽃이든, 들풀이든, 사람이든, 그 어떤 것이라 할지라도 존재의 의미를 부여했을 때의 인식의 변화는 참으로 거대하다.

우리 인간은 너무도 나약한 존재가 아니던가. 이번 코로나19로 더욱이 피부로 느끼고 현실로 드러나지 않던가.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기에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이다. 서로의 만남이 줄어들고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많은 이들이 그에 상응하는 환경적 변화에 우울해지고 표현하지 못하는 것들에 조금씩 조금씩 젖어가게 된다. 이런 것들에서 벗어나고 빠져나올 수 있는 그 무엇이 필요하다.

혹여, 집 앞뜰이나 뒤뜰에 작은 텃밭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흙을 일구는 일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다 함께 움직여야 하는 까닭이다. 삽이나 호미를 가지고 땅을 파다 보면 울퉁불퉁 돌멩이도 있고 엉키고 설킨 나무뿌리도 있어 생각처럼 쉽지 않은 작업이다. 설령, 텃밭 공간이 없다면 넉넉한 사이즈의 화분을 하나둘 사서 그곳을 작은 텃밭으로 만들어도 좋을 일이다.

텃밭에 고추와 상추 그리고 오이와 호박을 심고 가장자리에는 토마토와 방울토마토를 심었다. 심어놓고 잘 자라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른 아침 이 녀석들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아침 안부를 묻고 한 번씩 눈을 마주치며 어제보다 키가 조금은 자란 듯싶어 행복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햇볕이 들기 전에 물을 주며 찾아올 햇살을 기다리도록 말다. 요즘 '치유 텃밭'에서 누리는 나의 행복이고 감사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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