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여선교회 수련회를 마치고...
신영의 세상 스케치 708회
보스톤코리아  2019-08-26, 10:28:48 
지난 8월 2일과 3일 북부보스톤연합감리교회 정유상 목사(부목사)의 인도로 <2019 여선교회 수련회>가 '음식과 치유'라는 일상의 주제로 있었다. 여선교회 수련회가 벌써 올해 9회를 맞았다. 조용하지만 힘이 있는 말씀으로 같은 여성으로서 가슴을 열고 풀어낼 수 있는 시간이니 만큼 더욱 감사한 시간이다. 여선교회 회원들이 40여 명 정도 모여 첫날은 네 그룹으로 나눠 서로의 의견을 듣고 발표할 수 있는 자리였다. 주제 만큼이나 생활에서 익숙하고 편안한 일상의 얘길거라고 생각했는데, 소그룹으로 나눠어 서로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그렇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여선교회 수련회>가 올해로 9회째를 맞았지만, 처음부터 8회까지 뉴햄프셔 소재 한미청소년프로그램(KAYP /회장:진태원)에서 장소를 늘 제공해 주었었다. 이번에는 교회에서 수련회를 하게 되었는데, 서로 장단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여선교회 회원들이 모이고 담당 정 목사님과 제인 전도사님 그리고 음악가정 정대훈 권사님과 강성미 집사님의 두 따님 윤정 양과 윤지 양의 찬양이 시작되었다. 찬양에 맞춰 손뼉을 치고 눈을 마주하며 즐겁고 감사한 시간이 이어졌다. 그리고 시편 23편의 말씀으로 수련회는 시작이 되었다.

첫째날 소그룹 나눔에서 물음은,
"음식으로 깊은 감동을 받은 적이 있나요? 언제였나요"란 질문을 주고받게 되었다. 나눔 속에서 참으로 깊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무엇보다도 '여자'라는 공통분모가 있어 그랬을까. 아니면 엄마가 되어 어머니를 더욱 그리워한 것은 아닐까 싶었다. 마음속에 오래 묵은 이야기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즐거웠던 기억이라기보다는 많이 힘들었던 때, 혼자 외로웠던 기억을 끄집어내고 있음을 집작했고 나 역시도 그랬다. 참으로 알 수 없는 배꼽 저 밑바닥에서의 그리움이랄까. 그동안 별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의 꿈틀거림을 만나게 되었다.
서로 주고받으며 감동 받았던 이야기들을 나눠본다면 어릴 적 어머니가 해주셨던 그리운 맛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감동 받은 이야기는 아기를 낳았을 때 가깝게 지내던 친구나 교회 분들이 미역국을 끓여다 준 것이 그렇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고 이야기를 했다. 또한, 어느 분은 아이를 기다리다 몇 번을 유산하게 되었는데 그때 교회의 속장이던 분의 전복죽이 그렇게 마음에 남아있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런저런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듣다보니 서로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기 아닌 바로 내 이야기가 되어 가슴이 뭉클해졌다.

또한 두 번째 물음은,
"당신의 힐링 푸드는 무엇인가요? 몸과 마음, 영혼의 허기짐까지 달래주는 것 같은 음식이 있다면 그 음식을 소개해 주세요. 그리고 그 음식과 관련된 스토리도 함께 나누어봅니다."
이 시간도 서로의 이야기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정말 너무도 평범한 일상에서의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이야기 속으로 들어갈수록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고 먹고 나누던 음식이 때로는 기쁨이고 때로는 슬픔이다가 그것이 행복의 색깔과 모양으로 된 것이 바로 힐링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 그렇구나! 하고 말이다.

소그룹 나눔을 마치고 그룹별 <힐링푸드> 준비하는 시간이 다해갈 때쯤 환상적인 모닥불 점화가 모두를 기쁨과 환희의 자리로 안내했다. 그리고 모닥불 중심으로 둘러앉아 그룹별, 개인별 만들었던 음식과 그에 따른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 이야기 속에는 감동과 감사가 넘쳐흘렀다. 참으로 귀한 시간이었다. 시간이 깊어갈수록 이야기와 함께 모닥불에 올려놓은 옥수수도 익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의 삶 가운데서 '주님이 나를 위해 베푸신 식탁'에 대한 감사와 쉬이 잊어버리고 잃어버린 일상에서 감사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둘째날 새벽기도가 있었다. 새벽기도를 마친 후 최진용(담임목사) 목사님과 정유상(부목사) 목사님과 함께 우리는 교회 옆 묘지를 산책하게 되었다. 삶과 죽음 사이에 있는 우리의 지금을 잠시라도 기억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박 장로님 묘지를 찾아보게 되었다. 모두가 함께 기도하고 기념촬영도 했다. 그 분의 생전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수련회가 마무리될 때쯤 성만찬이 있었다. '주님이 나를 위해 베푸신 식탁'이 더욱 깊이 마음에 남는 순간이었다. 늘 동행해주시는 그분을 기억하며.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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