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지 못하는 미련, 이 미련함에 대하여...'
양미아의 심리치료 현장에서
보스톤코리아  2019-08-26, 10:26:30 
여름방학 시작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새 학년의 시작을 코 앞에 두고 있다. 새로운 시작이 주는 두려움과 신나던 여름과의 작별이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한다. 좋은 것이던 싫은 것이던 작별을 접하게 되면 누구든지, 슬픈 마음이 든다.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 없이 이별을 겪어야만 한다.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야하는 이별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안타깝게도, 이별의 시간 앞에서 관계에 더욱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가 않다. 좋은 이별을 하면 나빴던 관계도 호연이 되고, 나쁜 이별을 하면 좋았던 관계도 악연이 되는 이치가 있는데도 말이다. 악연이 주는 아주 큰 후유증이 많이 있지만 그 중, 가장 큰 후유증은 미련을 남겨주는 것이다. 보내야만 하는데 보내지 못하는 마음, 버려야 하는데 버리지 못하는 마음, 미련의 찌꺼지를 말한다. 미련이 주는 미련함처럼 미련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미련한 마음을 버리지를 못한다. 차라리 뇌 수술을 해서 이 아픔 마음의 기억들을 다 제거했으면 좋겠다. 잊으려 하면 할수록 더 잊기가 힘이든다. 가만히 있어도 아프고, 잊으려 해도 아프고,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하루하루 숨쉬며 세월이 약이라 믿고 살아가는 일이다.
  
수쟌은 40대 후반의 갱년기를 겪으면서 왠지 삶이 공허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두 아이의 엄마, 정직하고 성실한 남편, 자신은 학교 선생님의 커리어도 갖고 열심히 살아왔던 결과로 그 나름대로 안정된 생활을 하며 살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허전하고 비어있는 느낌이 들면서 사는 게 별로 재미가 없고 단조로왔다. 그러던 중,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옛 남친을 찾았다. 살아오면서, 항상 마음안에 두고 그리워했던 옛 남친이였다. 풋풋하고 신선했던 그와의 기억들은 자신의 삶이 단조롭고 버거울 때 몰래 꺼내보던 자신의 비밀스런 은닉처였다. 처음 페이스북 메신저로 연락을 할 때는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두려웠지만  옛 남친은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반갑게 반응을 보였다. 그와의 회우는 자신이 다시 젊은 그 시절로 돌아가는 느낌과 함께 감격스러웠다. 비슷한 나이의 수쟌과 옛 남친은 갱년기의 자신의 공허함을 털어 놓으면서 대화를 하는 횟수가 불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서로 젊은 시절의 연인으로 변하면서 야릇한 감정이 들기 시작했다. 이 감정은 수쟌의 밋밋했던 삶의 패턴을 바꾸어 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은밀하고 짜릿한 감정이 더욱 강해지면서 마음의 갈등이 커지기 시작되었다. 학교 선생님으로 도덕성을 지키고 살아왔던 자신의 가치와 남편을 속이고 도덕성을 파괴하는 자신의 ‘감정 불륜’으로 고통스러웠다. 그러다가 결국, 그녀의 감정불륜을 남편에게 들키고 말았다. 이 엄청난 사건 앞에서 수쟌은 숨을 쉬기조차 힘이 들었다. 더욱 기가 막혔던 것은 그 사실을 안 옛 남친이 자신과의 관계를 단칼에 잘라버렸다는 사실이였다. 남은 것은 자신 뿐이였다. 방황하는 남편은 각 방을 쓰며 대화를 단절했고, 영문을 모르는 아이들은 눈치를 보았다. 그 누구보다 모범적인 삶을 살아온 수쟌은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감정불륜을 이야기 할 수 없었다. 필자의 치료를 요청했다.

테라피를 통해, 수쟌의 남편은 그녀를 용서하고 관계회복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던 중, 수쟌은 커플테라피외에 자신을 치료하고 싶다고 했다. 테라피 치료 중, 그녀는 정말 할수 만 있다면 자신의 뇌를 잘라버려 옛 남친과의 모든 기억을 제거하고 싶다고 했다. 옛 남친과의 두번째 이별을 통해, 자신이 평생을 고이 간직하며 몰래 꺼내보던 그 기억마저 자신이 만든 환상이였음을 알게되었고, 너무 힘이 든다고 말을 했다. 그 옛날, 자신이 옛 남친을 떠난이유가 그의 냉정함과 무관심, 이기심이 였음을 이야기 했다. 그리고 25년이 지난 후, 그로인해 버리지 못하는 상처를 부둥켜 안고 살아오다가  자기발로 그를 다시 찾았고, 겨우 아문 옛 상처기에 다시 비수를 꽂은 자신의 미련함을 도저히 용서 할 수가 없다고 몸부림쳤다. 

그렇다면 왜 수쟌은 자신의 미련한 행동을 반복했을까? 그녀를 이해하기 위해 정신분석학자인 ‘라캉’의 주이상스(Jouissance)를 설명해보도록 한다. 우선, 라캉은 인간의 심리를 상상계(the Imaginary Order), 상징계(the Symbolic Order), 실재계(the Real Order) 등 3개 차원으로 나누었다. ‘상상계’는 생후 6개월부터 18개월 사이의 아기에게 일어나는 일이다. 소위 심리학에서 말하는 거울 단계이다. 이 시기를 라캉은 상상계라고 명명했다. ‘상징계’는 제 3자인 아버지의 출현과 함께 엄마와 아기의 이자적 관계에서 삼각관계를 경험한다. 이 시기는 언어발달과 함께 문화속으로 진입하는 현실의 세계로 들어간다. 현실세계는 언어로 되어 있기때문에 언어가 곧 상징이 된다. 사회란 언어의 세계이고, 모든 것이 언어로 기반이 된다. 도덕성, 규칙, 가정교육, 학문 모든 것은 언어를 통해서 이루워진다. 아이는 언어를 통해 주체가 되고 언어를 통해 어른이 된다. 그러면서 자신의 욕망과 감정을 나타내게 된다. 욕망은 실재계와 연관이 있다. ‘실재계’는 라캉의 실재(the Real)는 현실(the reality)이 아니다. 사실, 현실은 상상계와 상징계를 말한다. 상징계가 언어적 세계라면 실재계는 언어를 초월한다 실재계는 주체외부에 있는 불안의 대상이다. 실재는 그것을 건드리면 치명적인 죽음의 한계이다. 따라서, 텅 비어있는 공허이다. 라캉은 그것을 대문자 사물 'the Thing'으로 표기했다. 그런데 실재, 그러니까 사물은 욕망의 대상이다. 라캉의 'the Thing'은 영원히 만족을 줄 수 없는 욕망의 대상이다. 이 불가능한 욕망을 주이상스(Jouissance)라는 말로 구체화시킨다.

주이상스는 쾌락 원칙의 선을 넘은 치명적인 쾌락이다. 그냥 쉽게 얻어지는 밋밋한 쾌락이 아니라 극심한 고통을 통과 한 후 그 너머 세계에서 맛보는 절대적 쾌락이다. 주이상스는 우리 주체의 내부에 있는 것도 아니고, 주체 밖에 있는 사물, 'the Thing'이다. 절대적 성적 쾌락 또는 채워질 수 없는 욕망의 대상 사물, 'the Thing' 이다. 수쟌은 옛 남친과의 은밀한 관계를 통해 아슬아슬한 주이상스의 향락에 빠져들어갔다. 라캉은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수쟌의 타자의 욕망 ‘the Thing’은 무엇이었을까? 지면 상, 다음 칼럼을 통해 수쟌의 버리지 못하는 미련을 마무리 짓기로 한다. 


양 미아  Licensed Psychotherapist

Private Practice: 124 Havard St. Brookline, MA 02446
74 Elm St. Worcester, MA 01609,
508-728-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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