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르고의 영어잡설 24] 선교사와 미사일
보스톤코리아  2018-08-06, 10:39:42 
꽤 오래 전 한국에서는 박칼린 음악감독과 더불어 <넬라 판타지아>란 곡이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한국인 아버지와 리투아니아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국적 미모의 박칼린 감독의 매력이란 씨줄이 영화 <미션>의 주제가였던 <넬라 판타지아>를 부르는 합창단 드라마라는 날줄과 잘 얽히면서 한 시대를 풍미한 박칼린 신드롬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가사의 내용도 모르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를 따라 부르곤 했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Amy Grant가 연주한 Gabriels Oboe 연주곡을 좋아한다. 곡이 주는 감미로움과 평화로움을 글로 표현할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Nella Fantasia>가 OST로 삽입된 영화 <Mission>은 음악 못지않게 우리에게 울림과 감동을 주는 명작이다. 39회 칸느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비롯해서 59회 아카데미 촬영상 등을 휩쓴 이 영화는 18세기 남미로 보내진 한 선교사의 실화를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졌다. 선교사 가브리엘이 원주민인 과라니 족에게 기독교를 전파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30여 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 마디로 역대급의 빼어난 작품일 뿐 아니라 로버트 드 니로, 제레미 아이언스, 리암 닐슨까지 엄청난 출연진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즐거움도 안겨준다. 

선교를 왜 mission이라 할까? 왜 선교학교를 mission school이라 하고, 선교사를 missionary라 할까? 선교사는 말 그대로 포교를 목적으로 보내진 사람이다. ‘보내진’ 사람이기 때문에 missionary라 한다. mission이란 단어는 ‘보내다’란 라틴어 동사 mittere에서 왔다. 무언가를 전달해서(trans-) 보내는(-mit) 것은 transmit이고, 다시(re-) 보내는(-mit) 것은 remit이다. 자동차의 엔진에서 동력을 바퀴로 전달하는 가장 중요한 부품을 transmission이라 한다. 대학이나 어떤 기관에 들여보내지도록 하는 것이 admit, admission이다. 빛이나 가스 등을 밖으로 내보내는 것은 emit이고, 무언가를 제출하기 위해 문틈 아래로 들여보내는 것이 submit이다. 

미사일은 무언가를 보내는 장치이므로 missile이라 한다. 미사일은 그 자체가 폭탄이 아니라 폭탄이나 우주선을 보내는 장치임에도 우리가 미사일을 무기로 인식하는 이유는 대개 미사일이 폭탄을 보내는 데 쓰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또 하나의 음운규칙, 즉 /t/가 /s/, 철자로는 -ss-로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무성음이 무성음으로 바뀌는 것이다. 예를 들면, admit ~ admission, transmit ~ transmission, permit ~ permission이 된다. 이에 반해, 유성음인 /d/는 /ʤ/, 철자로는 -s-로 바뀐다. 예를 들면 conclude ~ conclusion, include ~ inclusion, exclude ~ exclusion과 같다. 이를 구개음화라 하는데 우리말에서도 ‘굳이’가 [구지]로 발음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평안도말에서는 구개음화가 없기 때문에 아버지를 [아바디], 오이지를 [오이디]라 한다.

방금 admit가 admission이 된다고 했다. 왜 마지막 발음 /t/가 /s/로 바뀌는 걸까? 이건 우리 입의 구조 때문이다. /t/와 /s/는 같은 곳에서 발음되는데 입을 살짝 벌리면 /s/가 되고 완전히 닫으면 /t/가 된다. 어린아이들은 입을 살짝 열어서 내는 소리인 /s/를 발음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완전히 닫힌 소리 /t/로 바꾸는 경향이 있다. 어른들은 이걸 보고 혀 짧은 소리라 하기도 한다. 놀이방 다니는 정도의 아이들이 ‘선생님’을 ‘떤탠니’, ‘고맙습니다’를 ‘고마뜬다’ 라고 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우리말에서만 그런 건 아니다. 베트남 한자음에서는 /s/가 /t/로 바뀌어 ‘기숙사’는 ‘기툭사’, 숫자 ‘삼’은 ‘땀’, 심장은 ‘팀장’이 된다. 영어에서 admit가 admission이 되는 것은 /t/가 전설모음 /i/ 앞에서 /s/로 바뀌는 범언어적 현상의 일부이다. 구개음화라 하는 이 현상은 러시아어에서 특히 강하다. 폴란드어, 러시아어에서 무슨 무슨 ‘-찌’라고 하는 음이 자주 들리는 것이 바로 구개음화 때문이다. 


올댓보스톤 교육컨설턴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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