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미루나무
보스톤코리아  2017-07-31, 11:57:12 
   미루나무, 포플러, 미류나무. 모두 같은 나무를 일컫는다. 신작로新作路 양켠에 줄지어 섰던 그 나무다. 포플라라는 이름도 좋고, 미루나무도 싱그럽다. 너무 흔했기에 그런가. 그 나무가 그 나무인줄 알지 못했다. 최인훈 소설 광장에 나오는 글 대목이다. 잎이 무성한 포플러 나무는 길가에 나란할 적에, 빗자루 꺼꾸로 세워 놓은듯 보인다. 

‘길가에 늘어선 포플러는, 거꾸로 꽂아 놓은, 훨훨 타는 빗자루였다. 그것들은 정말 훨훨 타고 있는 듯이 보였다.’  

  1977년 여름 판문점. 포플러 나무는 도끼만행 사건 중심에 있었다. 사건 당시, 나는 한국 육군 졸병이었다.   비상이 걸렸다. 군장을 차리고, 군화도 벗지 못한채 대기에 들어갔다. 늦은 저녁시간 중대장이 내무반에 들어섰다. 촉수 높지 않은 백열등을 그의 뒤켠에 뒀다. 눌러쓴 철모에 가린 눈은 어두워 보이지 않았다. 무거운듯 명령만 짧게 하달됐다. 목소리는 높지 않았는데 끝맺는 말은 서늘했다. 유사有事시엔 군인이 가장 안전하다. 그 말에 병사의 다리는 슬그머니 풀려서주저 앉을뻔 했다. 전쟁이 임박臨迫했음을 쉽게 알아차린 거다. 머리가 하얗게 비어갔다. 몇달후 휴가 나갔을 적에, 친구들이 전해준 말이다. 사회에선 큰 동요動搖가 없었다. 후방 길가의 미루나무 잎은 무심히 여름바람에 설렁 흔들렸을 뿐이었다.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 그루 서 있었지
여름이었어
나, 그 나무 아래 누워 강물 소리를 멀리 들었지
(김용택, 나무 중에서)

  지난 5월에 발간된 타임지 이다.  문재인 대통령 인터뷰 기사중 한 대목이다. 판문점 도끼 만행사건 때이다. 문대통령도 한국군 병사였다. 그는 문제의 미루나무를 잘라내는데 투입되었다. 문재인 병사도 무서웠을 것인가? 아마 그랬을 것이다. 세월이 한참 지나서 대통령이 했다는 말. ‘그때 북측에서 나무절단 작업을 방해했다면, 전쟁이 일어났을 거다.’ 기사를 읽으며 묘한 감정이 일어났다. 동료의식이라 해야 할까. 

  한동안 말이 쉬운듯 어려워서 논란이 되었다. 북침北侵인가? 남침南侵인가? 한자로 표기할 적에 헷갈리는 건 사실이다. 아이들에게 가르치는데 어려움이 많은 모양이다. 미루나무인가? 포플러 나무인가? 아니면 미류나무인가? 차라리 빗자루 나무라 할까보다. 판문점에 잘린 그 나무 밑동에도 새 가지가 뻗어나왔을 거다. 

  소설 광장의 주인공 이명준도 미리 알았을겐가. 한반도에선 전쟁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걸 말이다. 북쪽에서 대륙간 탄도미사일 (ICBM)을 쏘아 올렸다.

 그 나무를 베어 없애라 그러나 그 뿌리의 그루터기는 땅에 남겨 두고 (다니엘, 4:23)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1. 이건 군사비밀에 속하는지 그건 모르겠다. 수십년이 흘렀으니 별 큰일은 아니리라 믿는다.
2. Time, 5.1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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