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도(花郞徒)와 성(性) 그리고 태권도(跆拳道) 184
화랑세기花郞世紀, 6세 풍월주風月主 세종世宗(13)
보스톤코리아  2017-06-26, 10:49:54 
17세의 나이로 요절한 사다함의 장례는 천주사天柱寺에서 많은 화랑도들의 애도속에서 치루어졌다. 한편 천주사는 삼국유사에도 등장한다. 기이편에서 내제석궁內帝釋宮을 천주사라고도 하며 진평왕 때 세워졌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1930년대에 필사한 현존하는 화랑세기가 위서가 아니라면 천주사는 이미 진흥왕 때에 세워진 절이다. 과연 신라인이 쓴 신라의 기록과 600여년 후 고려인이 1281년에 쓴 신라의 기록은 어떠한 차이점이 있을까?

장례식을 마치고 궁으로 돌아온 미실, 그녀는 옛 연인 사다함을 다시 만났다. 물론 꿈속이었다. 미실의 꿈에 나타난 사다함은 부부가 되지 못했음을 아쉬워하며 다시 미실의 배를 빌어 환생하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미실은 때가 되어 아들을 낳았다. 그가 하종공이다. 그런데 하종의 외모가 사다함을 빼어 닮았다. 그래서 세상사람들은 미실이 입궁하기 전에 이미 사다함의 아이를 임신하였다는 말들이 분분하였다. 하지만 하종이 사다함의 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 미실이 지소태후의 사도왕후 폐위계략을 이모인 사도에게 알려준(누설한) 죄로 출궁되어서 잠시 연인 사다함과 함께한 기간이 있었지만, 사다함은 곧 대가야 정벌(561년 9월)에 출전하였다. 그리고 승전고를 울리면 돌아왔을 때는(동년) 이미 미실은 세종의 정처가 되어 있었다. 또한 사다함이 출전할 때는 15,6세였고 사망시는 17세였다. 그러기에 하종이 사다함의 아들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어지는 화랑세기의 기록을 보면,

[천주사에서 사다함의 명복을 빌었다. 그날 밤 과연 미실이 꿈을 꾸었는데, 사다함공이 품에 들어오며 말하기를 "나와 네가 부부가 되기를 원했으니, 너의 배를 빌어 태어날 것이다" 했다. 이에 미실이 세종공에게 아뢰었다. 세종공 또한 이상하게 여겼다. 바로 임신이 되어 하종공夏宗公을 낳았다. 하종공은 모습이 사다함과 심히 비슷했다. 그러므로 세상에서는 혹 사다함과 정을 통할 때에 이미 임신을 하고서 입궁하여 낳은 아들이라 하나, 그렇지 않다.]

사다함의 유언으로 지소태후와 이화랑은 세종이 비록 유약하였지만 화랑도의 우두머리로 허락하였고 세종은 많은 낭도들의 환대속에서 6세 풍월주로 취임하였다. 부인 미실의 특출한 내조의 힘으로 세종은 많은 낭도들을 새로이 모집하였고, 그들이 닦은 심신수련과 인격도야는 그 어느때 보다 못지않게 임전의 태세를 갖추고 있었으며, 유약하게만 보였던 세종도 어느덧 용맹한 화랑도정신으로 무장되어 있었다. 

한편 이 무렵 동륜태자가 장성하여 혼기에 들었다. 동륜태자는 진흥왕과 정비 사도황후의 장남이다. 지소태후는 자신의 딸 만호공주와 손자인 동륜태자를 결혼시켜서 성골의 골품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진골정통으로 인맥姻脈을 이으려고 하였다(지소는 대원신통인 진흥왕의 비 사도왕후를 폐하고 자신의 딸 숙명공주를 진흥왕의 왕비로 삼으려고도 하였다. 그들은 이부동복의 남매이다. 이 사건은 미실이 이모인 사도왕후에게 먼저 고하면서 실패로 돌아갔다). 만호공주는 지소태후가 이화랑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이다. 만호는 동륜태자와의 사이에서 장남 백정(제26대 진평왕), 차남 백반(진정갈문왕)과 삼남 국반(진안갈문왕)을 낳았다. 그리고 동륜은 왕위에 오르기도 전에 아버지 진흥왕의 후궁인 보명궁주의 치마폭을 풀려고 월담을 하다가 개에게 물려서 요절하였다. 그 후 만호는 숙흘종과의 사이에서 만명공주를 낳았다(만명공주는 추존대왕인 흥무대왕 김유신과 제29대 태종무열왕 김춘추의 정비인 문명왕후 문희의 어머니이다). 그리고 만호의 차녀 만룡낭주는 정숙태자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정숙태자는 진흥왕과 숙명공주의 아들이다. 다분히 난삽하고 혼란스러운 혼인관계처럼 보이지만 이것이 바로 신국 신라의 성골을 유지하기 위한 혼인풍습이었다. 하지만 예외도 있었다. 만명공주는 진평왕과 이부동복 남매로서 성골이었지만 김서현(진골)과 야합을 하였다. 그리고 김서현이 만노군 태수로 부임하려는데 만명공주가 함께가려고 하였다. 이에 아버지 숙흘종이 야합의 사실을 알고 둘의 결합을 반대하면서 만명공주를 별채에 감금하고 보초를 세웠다. 그런데 얼마 후 별채에 벼락이 쳐서 보초가 기절했다. 이 틈을 타서 김서현과 함께 만노군으로 갔다. 그리고 신라의 영걸, 삼국사기 50권 중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김유신이 태어난다. 때는 595년, 만명부인이 어느날 밤에 어린 아이가 황금 갑옷을 입고 구름을 타고 집안으로 들어 오는 꿈을 꾸고 임신한 후 20개월 만에 낳은 아이가 바로 김유신이다.

참고문헌: 삼국사기, 삼국유사, 삼국사절요, 화랑세기 – 신라인 그들의 이야기(김대문 저, 이종욱 역주해, 소나무), 화랑세기 – 또 하나의 신라(김태식, 김영사)


박선우 (박선우태권도장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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