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불가역不可逆 유감有感
보스톤코리아  2016-02-01, 11:41:02 
  눈대신 비가 온다. 겨울비는 고맙기는 한데 청승맞다. 우울하지도, 밝지도 않는 그저 밍밍한 한주가 다시 갔다. 패트리엇은 슈퍼볼에 갈 수 있을까?

  일본 사람들 말은 묘하게 잘 만들어 낸다. 몇년전 일본왕이 했던 말이 유감스럽다. 통석痛惜의 염念했던가. 외교적 수사인가?  단지 애석할 뿐이라는 말로 들렸던 거다. 일본에서 항시 통용되는 말인지 그건 모르겠만, 모호하기가 이를데 없다. 내가 한자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건가? 아니면 일본식 한자표기가 우리와 다른건가. 

  비가역非可逆반응이란 말이 있다. 이 용어는 화학에서 자주 등장한다. ‘정반응만 일어나며 한 번 반응이 일어나면 돌이킬 수 없는 반응’(네이버 사전). 쉽게 이야기 하자면, 한번 반응이 일어나면 원상태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거다.  개솔린이 산소와 만나 타버리고 나면 이산화 탄소와 물이 된다. 역으로 이산화 탄소와 물을 섞는다 해도 개솔린이 만들어 지지 않는다. 이런걸 비가역 반응이라 말한다. 거자필반去者必返 이라 한말이 거자불반去者不返이 되어야 하는 거다. 설명이 길었는데, 반드시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먹고 살아가는데 모른다 해도 전혀 지장없는 말인게다. 과학자들은 말을 어렵게 한다. 

  내가 과문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비가역이란 말은 들었어도, 불가역不可逆이란 말은 초문이다. 이 말은 일본 안배安倍총리가 던진 모양이다. 한일간 이뤄진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합의에서  더 이상 군소리 말라는 말로 들린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 갈 수없다는 뜻일게다. 뭘 바라는 가는 알겠는데, 말은 잘못 선택한듯 싶다. 일반물리나 과학개설이라도 읽었는지 모르겠다. 어려서 부터 조상덕으로 금수저를 물고 나와 정치판에서 살아온 이일테니 기대 하지도 않는다. 게다가 한국을 모르기는 아직도 모르는 모양이다. 비가역이란 말도 일본과학자들이 만들어 낸 말일텐데, 한국인의 은근과 끈기를 아직도 모르는가. 일본 수상에게 한마디. 안배총리님. 이 말뜻을 알고나 쓰시지요.  귀국의 과학자들이 만든 비불가역은 어느 세월에서도 통하지 않습니다.

  부처님의 뜻이야 그럴리 없을테지만, 가져다 붙인다. “歷千劫而不古 亘萬歲而長今” (역천겁이불고 항만세이장금). ‘천겁을 지나도 옛날이 아니요, 만세를 뻗는다 해도 항상 오늘’이라는 해석이다. 세월이 흐른다 해도 사실은 사실이고, 죄값은 치뤄야 하는 바. 찾아와야 할건 아직도 많고, 사죄 받아야 할것이 쌓여 있으며, 보상받아야 할건 천겁이 지나도 받아야 한다. 죄 짓고는 못사는 세상을 위해서 인게다. 

  고등학교때 배웠을 게다. 조윤제 선생의 ‘은근과 끈기’ 중 한 대목이다. 무궁화 꽃에 대한 이야기 이다. 

‘누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하였던가. 무궁화는 십 일이 아니라 몇 달을 두고 하루같이 줄곧 왕성하게 핀다. 이로 보아 무궁화는 은근한 동시에 끈기 있는 꽃이다.’

  우리는 은근과 끈기의 민족이라 하지 않았던가. 일본이 갚아야 할 빚은 아직도 무지 많다. 그러니 야곰야곰 끈기있게, 되돌려 받을 것이다. 임진년 왜구들의 침범으로 일어난 임진왜란의 배상을 청구해야 할지도 모른다. 일본 왕실에 숨겨진 고려와 조선의 귀한 책자와 보물들도 모두 돌려 받아야 한다. 이건 비가역이며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기 때문이다. 

  강强해야 사죄도 받는다. 이건 천겁이 지나도 변함없는 사실일게다. 이게 비가역非可逆이다. 

‘만일 보상금을 요구해 오면 목숨 값으로 요구하는 보상금을 다 물어야 한다.’ (출애굽기 21:30, 공동번역)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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