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nioritis: 미국의 고3병
보스톤코리아  2015-03-09, 11:28:17 
한국의 고등학교 3학년들, 즉, 대학 입시생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어마어마하다. 심리적 압박감이 원인이지만 두통이나 소화 불량, 위염, 심지어 시험 중에 구토까지 여러 증상이 나타나고, 이 때문에 컨디션이 무너지는 경우가 흔하다. 미국에서의 졸업반 학생들, 즉, 12학년 시니어들에게도 고3병이 있다. 그 원인과 증상이 반대긴 하지만 말이다. 미국의 고3병--Senioritis는 말 그대로 '졸업 전 증후군'이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졸업 6개월 전인 연초에 이미 입시가 끝난다. (2월이나 3월까지 원서를 받아주는 학교들도 있지만 많은 학교들의 정시 원서 마감은 1월 1일이다.) 그 후, 합격, 불합격이 발표되는 4월까지는 신경만 예민해져 있을 뿐, 허탈감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소수의 학생들은 이미 조기 지원에서 좋은 결과가 나와서 진학할 대학이 정해져 있는 경우도 있다. 어차피 결정난 진로, 나머지 학기 동안 열심히 해야 할 동기가 없다. 대학 입시가 끝나고, 특히 합격 발표가 나는 4월 이후부터 학문에 흥미를 잃고 졸업만을 바라보게 되는 현상이 바로 Senioritis다. 

문제는, 입시가 끝나고 휴식을 누릴만하다고 스스로 정당화하는 학생들의 마음가짐이다. 열심히 공부하고, 방과 후 활동도 12학년 쯤에는 리더십 역할을 맡아서 시간을 쏟고, 대학 입학 지원 과정 중에 최선을 다하던 학생일수록 갑자기 변하는 경우도 있다. 알 수 없는 허무함에 빠져서 수업이나 과제, 내신 관리, 과외 활동 등이 모두 변변찮아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일수록 방심하면 안 된다. 학생들이 열어보게 되는 입학 허가 통지서에 "Congratulations!" 이란 부분만 보이게 되지만 "…your admission is contingent upon your continued strong academic performance… (당신의 입학은 졸업 전까지 꾸준한 학업 능력의 증명에 달려 있습니다)" 라는 조항을 잊으면 안 된다. 기본적으로 미국 대학교의 입학 허가 통지는 모두 '조건부'이다. 즉, 형식상이 아니라 학생이 지금까지 보여줬던 노력과 성과를 끝까지 증명하지 못한다면 충분히 입학이 취소될 수도 있는 것이다.

NACAC (National Association of College Admission Counseling: 미 대학 진학 상담 협회)의 발표 자료의 따르면 원서에 거짓말을 하거나 시험 점수나 기록의 위조 때문에 합격이 취소되는 경우는 총 사례 중에 약 30% 에 정도에 그친다고 한다. 학생이 합격 발표 후에 정학이나 퇴학을 당하는 등 큰 징계를 받아서 입학 허가가 취소되는 경우도 35% 정도 뿐이다. 대학교 합격이 취소되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Final grade, 즉, 12학년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보내는 성적 때문이다. 대학 입학 사정관들, 특히 명문대일록 학생의 졸업할 때 내신 점수까지도 관심 있게 지켜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대학 입학 허가를 받고 졸업을 앞둔 12학년 학생들이 약간은 풀어진다는 점은 대학교들도 이미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제출한 내신 점수가 입학 허가를 내준 대학교에서 받아 드릴 수 없는 수준이라서 합격 취소 통지를 내줘야 했던 경우는 총 사례 중에 65%나 된다.
 
필자는 합격 발표를 기다리는 불안감 때문이든, 이미 진로가 정해졌다는 안도감 때문이든 학습 동기나 의욕을 상실한 채 꽤 오랜 기간 동안 방황하는 학생들을 많이 봐왔다. 대학 입시라는 커다란 동기가 사라졌기 때문에 의욕도 사라지고 당연히 과제를 게을리 하거나 기한을 맞추지 못해 성적이 떨어진다. 대다수의 졸업반 학생들은 크던 작던 어떤 방식으로 Senioritis 증상들을 겪는다. APA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미 정신의학 협회)에서는 Senioritis를 학습 장애, 더 나아가서는 행동 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정신 장애의 일종으로 구분하는 만큼 가볍게 다뤄서는 안될 것이다. 대입 준비의 중압감, 합격에 대한 불안감, 성공에 대한 부담감, 같이 졸업을 앞둔 동기들과의 경쟁심,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등 여러 책임감이 겹쳐서 무의식 중에 표출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고3병을 이겨내기 위해선 하루 빨리 허무함을 이겨내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거나, 처음부터 일상을 벗어나지 않도록 계획에 맞춰 실천을 하는 의지가 필요하다. 과제나 시험 공부를 포함해 매일 할 일을 정리하고 실천하는 습관을 들이면 대학에 진학해서, 나아가 사회 생활에서 큰 도움이 된다. 심리적 압박감, 혹은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스스로 돌아보고 부모나 선, 후배, 학교 상담 선생님과 솔직한 대화를 통해서 구체적인 원인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봉사 활동이나 교내, 외 과외 활동 등 공부나 시험 준비로 받는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창구가 있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대학 합격 통지를 받고 나서 나태해지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상에서 벗어나지 않게, 스스로 지금까지 했던 노력을 뒤돌아보며 아쉬운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오승준 원장님의 컬럼은 종료됩니다.

오승준 (Albert 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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