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 예고’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 사망
보스톤코리아  2013-08-05, 11:32:43 
26일 오후 서울 마포대교에서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가 투신하기 직전 모습을 목격한 한 시민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사진
26일 오후 서울 마포대교에서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가 투신하기 직전 모습을 목격한 한 시민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사진
(보스톤 = 보스톤 코리아) 오현숙 기자 = 지난 7월 26일 한강에서 뛰어내린 성재기(46) 남성연대 대표가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사회 전반에 후폭풍이 거세다. 인터넷에는 추모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지만 일각에서 성 대표를 죽음으로 몰고간 원인을 여성부로 돌리면서 ‘여성부 폐지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투신 3일만에 시신 발견
성 대표는 지난 25일 남성연대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남성연대 부채 해결을 위해 1억 원만 빌려달라. 한강에서 뛰어내리겠다”는 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켰다. 평소 성재기 대표를 비판하던 인사들은 “(성재기 대표의 요구를)받아주면 안된다”는 글을 올렸고 성 대표는 이에 강하게 맞서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결국 성 대표는 26일 자신의 트위터에 “정말 부끄러운 짓입니다. 죄송합니다. 평생 반성하겠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마포대교 난간에서 뛰어 내리기 직전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성 대표의 시신은 29일 오후 서울 서강대교 남단에서 발견됐다.

‘자살할 생각 아니었다’
성 대표의 죽음과 관련 남성연대는 30일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사과문을 올렸다. 남성연대는 "성재기 대표가 결국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만류하지 못한 남성연대의 직원들은 국민들 앞에 고개를 숙입니다"라고 발표했다.

 이어 "성재기 대표는 절대 자살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준비가 부족했고 너무나 위험한 도전이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비난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성재기 대표와 남성연대가 생명을 경시하고 아무렇게나 목숨을 내던지려 했던 것은 아니라는 점만은 분명히 밝힙니다"라고 덧붙였다.

남성연대는 성 대표의 한강 투신에 대해 준비가 부족했고 위험한 도전이었던 것은 맞지만 성 대표가 자살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성 대표는 단순히 돈 1억 원을 얻기 위해 투신을 한 것이 아니었다"며, "단순한 남녀 싸움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양성평등을 위한 이슈를 만들고자 했다"는 것.

 성 대표가 한강 투신을 한 이유에 대해 "진정한 양성평등 이슈를 대중에 널리 알리기엔 남성연대의 현실이 너무나 열악했고 사회적 관심도 부족했다"며 "이를 타계하기 위해 성 대표는 스스로 이를 뛰어넘기 위한 기획을 고민했고, 결과적으론 그 기획이 너무나 극단적인 선택이 되어 비극적 결말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남성연대는 성 대표의 과거 방송출연 영상, 글, 원고 등을 정리해 남성연대 홈페이지에 게재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성부 폐지 논란
성 대표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페이스북과 트위터에는 추모글이 넘쳐났다.
한 추모글의 작성자는 성 대표를 '대한민국 남성인권운동가'라고 지칭하며 "남자는 태어날 때부터 강자고 여자는 약자라는 이분법적 논리가 잘못됐다"라는 성 대표의 어록을 실었다. 그런데 이 추모글 밑으로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는 댓글들이 끊임없이 달린 것.

 이들은 성 대표 죽음의 책임을 '여성가족부'에게 돌리면서 '여성가족부'와 달리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한 '남성연대'와 고 성 대표에게 동정론을 제기했다. 

 정부 지원을 많이 받지만 제대로 '일'하지 않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남녀평등부'를 세우라는 주장도 보였다. 성 대표의 남성연대 활동과 여성가족부의 활동을 비교하며 성 대표의 활동을 '업적'이라고 평가하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접한 여성 커뮤니티들은 '엉뚱한 불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여성가족부'와 '성재기의 죽음'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고, 그에 따라 '여성가족부 책임론'과 '폐지론'은 어불성설이라는 반박을 펼쳤다.

보수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이용자들은 성 대표에 대한 추모글을 올리는 한편 여성부 폐지를 주요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올리자며 동참을 호소하기도 했다.

시신 발견 당일 여성부는 오후 한 때 네티즌들의 접속이 폭주해 홈페이지가 마비됐다. 이 과정에서 어나니머스가 여성부 홈페이지를 마비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자살 방조 아니다
경찰이 시신으로 발견된 성 대표의 투신을 지켜본 동료 등에 대해 자살 방조 혐의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법리검토 결과 성 대표가 마포대교에서 투신할 당시 현장에서 지켜본 사무처장 한승오(35)씨 등 3명과 지지자 박모(28)씨 등 4명에 대해 자살방조 혐의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관계자는 "애초 한씨 등에 대해 자살방조 혐의를 적용하는 것을 검토했지만 성 대표가 자살할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일종의 퍼포먼스를 준비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성 대표가 사고사한 것으로 보고 사실상 수사를 종료했다. 성 대표는 안전한 자세를 검색하고 인명구조 자격증을 소지한 박씨를 현장에 배치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을 의도가 없었기 때문에 방조 혐의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단체 살리려던 극단적 퍼포먼스
민주당 서울시당이 29일 성 대표의 사망소식에 애도의 뜻을 표했다. 
민주당 서울시당 허영일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시민단체의 대표로서 재정난에 시달리면서 많은 고민을 했을 고충이 이해가 간다. 그래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허 대변인은 "좋지 않은 인연이었지만 사람의 생명은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다. 생각의 차이는 있었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모든 사람의 생각은 소중하다. 성재기 대표의 명복을 빈다"며 애도를 표했다.

성 대표 시신 발견 소식이 전해지자 미디어워치 변희재 대표와 진중권 동양대학교 교수가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의 투신에 대해 입을 열었다.

변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성재기 대표는 자살을 한 게 아닙니다. 열악한 단체를 살리기 위해 극단적인 퍼포먼스를 하다 사고를 당한 겁니다. 그 방법엔 동의하지 않으나 무책임하게 목숨을 내버린 것은 아닙니다"라고 적었다.

진 교수는 성 대표가 투신에 앞서 후임을 지명한 것과 관련, “죽음의 위험을 모르지 않았음을 의미한다”며 “성재기씨 개인의 개인적 자살과 남성단체의 공적 모금행사가 뒤섞인 퍼포먼스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본다”고 적었다. 이어 “동조하고 방조한 사람들은 성재기 개인의 생명보다는 좀 다른 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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