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잔치 열렸네, 어르신들 신바람
보스톤코리아  2012-12-07, 23:32:41 
홍성도 씨의 익살스런 만담에 어린아이들처럼 좋아하는 노인들
홍성도 씨의 익살스런 만담에 어린아이들처럼 좋아하는 노인들
노인들도 강남스타일 열광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김현천 기자 = 휘날리는 눈발 속에도 북부보스톤 한인연합감리교회 주차창은 빼곡히 차들이 들어서 있었다. 친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홀 안을 가득 메운 노인들이 족히 100여 명은 됐다.

지난 1일 토요일 오후 6시 북부보스톤한인연합감리교회에서는 연말을 맞아 보스톤 지역 노인들을 위해 경로 잔치를 벌였다. 국제 결혼 가정선교회와 북부보스톤한인연합감리교회 노인사역부, 그리고 상록회가 협력하여 오랜만에 따뜻한 음식과 선물, 그리고 다양한 공연을 마련한 것.

고운 나들이 복으로 차려 입은 노인들은 흐믓한 미소를 머금은 채 어린아이마냥 들떠 있었다.

친교실 주방 안은 부녀 사역부원들과 국제결혼가정선교회 봉사자들이 마련한 음식들을 차려 내 놓느라 분주하다. 잔치에 나들이 나온 노인들의 고운 차림만큼이나 고운 한복을 차려 입은 봉사자들. 뭐가 그리 신나는지 연신 입가에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푸짐한 음식과 덕담이 오고 간 후 깜짝 쇼로 공연이 시작됐다. 선글라스에 양복 차림으로 등장한 정영진 군은 말춤을 추며 “헤이~~섹시 레이디”를 외쳤고 노인들은 앞다퉈 고개를 내밀며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이어지는 공연은 이날의 사회자 홍성도 씨가 바톤을 이어 받아 ‘만담’을 풀어댔다. “여기는 천안역…”해도 오랜만에 들어보는 만담이라 분위기 파악에 느린 노인들이 어리둥절해하자, 홍성도 씨는 “이쯤에선 한번 웃어줘야지~”라며 재치 있게 좌중을 웃음으로 몰아갔다. 갈수록 무르익는 만담은 연신 웃음바다를 이뤘고, 주름진 얼굴들은 만개한 꽃처럼 활짝 펴졌다.

만담이 한창 무르익을 무렵 다음 순서를 대기하는 공연자들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흥겨운 곡으로 분위기를 띄워보려 ‘남행열차’를 준비한 정자인 씨는 “다른 때 못지 않게 오늘은 떨린다”며 너스레를 떨어 댔다. 하지만 노래방 기계 반주와 함께 “비 내리는 호남선~”에 흥을 실었고, 뽕짝 따라 경로잔치는 무르익었다.

박수를 쳐대며 어깨를 들썩이는 노인들 틈에 봉사자들도 활짝 웃으며 덩실대는데, 이쯤에선 누구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춤 한번 신바람나게 춰볼 법도 하건만, 보스톤 노인들은 점잖았다.

한편, 이날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한 홍성도 씨는 최고령의 노인 분을 모시고 토크쇼 형식으로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으며 자작해 온 ‘노인십계명’을 읊어주며 노인들의 정신 건강을 챙겼다. 또한 마음은 젊게 살도록 당부했다.

고운 차림으로 행사에 참석한 김남장 씨는 “외로운 이민자 노인들을 배려해 이런 좋은 날을 마련해 주니 얼마나 고마운 지 모르겠다”며 흐믓함을 표했다.

북부보스톤한인연합감리교회 교회의 노인사역부 최순영 부장은 “자식이 따로 있겠냐. 우리 부모님께 따신 밥 한그릇 못해 드리는데, 대신 이분들께 해드릴 수 있는 것이 감사하다. 그분들께서 기뻐하시니 우리가 더 행복하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 준비에 율동과 더불어 사물놀이 공연까지 하느라 분주했던 유영심 국제선 전회장은 “보스톤 지역에 외로운 노인들이 많다. 떠나 있는 자식들을 기다리는 것이 그분들의 삶”이라며 “7년 전 그런 분들을 위로하고자 처음 경로잔치를 개최했다. 올해가 세 번째인데, 그때보다 더 많은 분들이 모인 것 같다. 자주 이런 기회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행사에 도움을 준 한인업체가 있다며 노인들을 공경하는 데는 누구나 한마음이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영심 국제선 전회장은 앞으로 경로잔치를 자주 개최하고 싶다는 바램을 표하며 상록회 행사에는 회원이 아닌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으며 차량 라이드가 필요한 경우 최순영(978-835-9168) 노인사역부장이나 유영심(978-994-5490) 국제선 노인사역부장에게 연락하면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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