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이여 안녕!
보스톤코리아  2012-11-19, 11:53:30 
탈무드라는 책에 남자의 생애를 7단계로 구분 한다고 한다.
인생의 첫 단계인 한 살은 임금님 - 아이가 태어나면 임금님이라도 되는 듯 모두 아기를 떠받들며 비위를 맞춰준다. 두 살은 돼지 - 진창이고 어디고 마구 뛰어 다닌다. 열 살은 어린 양 - 양처럼 천진난만하게 웃고 까불며 논다. 그러다 열여덟 살이 되면 자기의 힘을 보여 주고 싶어 하고 어른이 되어 결혼하면 당나귀 - 가정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터벅터벅 걸어가야 하니까. 그 다음 중년은 개 - 가족 부양을 위해 필요하다면 누구에게든 호의를 보여야 하기 때문이며 마지막으로 노년은 원숭이 - 늙으면 행동이 다시 어린애 같아지는데, 어렸을 때와 달리 이때는 아무도 관심을 기울여 주지 않기 때문이란다.

인생이란 무대에 임금님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했다가 삶의 의무를 다 하고 나면 무관심 속에 쓸쓸히 사라지는 것이 사람의 한평생이라는 해석의 교훈일 것이다.
근래에 와서 자주 인용하는 성경 말씀은 “천하에 범사가 기한이 있고 모든 목적이 이룰 때가 있다”는 전도서 3장에 나오는 모든 것이 때와 끝이 있다는 것이다.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으면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사랑 할 때가 있다면 미워할 때가 있다”는 그 말씀.
그동안 “내년에는, 내년에는” 하던 것이 7년이 훌쩍 지나 버린 이제야 그 때가 왔는지 이번에는 하나님께서 보내 주실 모양이다.

1985년 6월에 아이들에게 좀 더 나은 교육을 시키려면 교육의 도시라는 보스턴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는 집사람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워싱턴에서의 좋은 삶을 뒤로하고 아는 사람 한 명도 없는 오지와도 같은 이곳에 정착하여 열심히 그리고 보람 있는 삶을 살았던 것 같다.
두 명의 아이들은 이곳에서의 삶에 대한 우리 부부의 기대에 잘 부응하여 주어, 이제 자신들의 필드에서 열심히 노력하여 나름대로 삶에 안정과 믿음 안에서 잘 살아가고 있으며 다행히도 귀소본능 인지 모두 워싱턴 지역에 정착하여 살며 우리더러 빨리 오라고 하니... 게다가 이제는 손자가 다섯이나 되니 빨리 오라는 아이들의 성화보다도 그 손자들과의 사랑의 만남이 그리워서라도 빨리 “보스톤이여 안녕”하고픈 데도 하나님의 뜻이 계셔서 인가 선뜻 가지 못하고 이제야 가게 되었으니 11월 16일이 보스턴에서의 마지막 밤이 될 듯하다. 이 날은 본인에게는 62회를 맞는 생일이기도 하여 평생에 최고로 좋은 생일 선물이기를 기원하여 본다.

나의 삶에 길목에서 늘 하나님께서 그 길을 인도하여 주셨으니 가라고 하시는 이 길에도 내 등 뒤에서 함께 하시며 인도하여 주실 것이라는 믿음에 확신을 하기에 기쁨으로 Retire의 길을 가보려고 한다.
"Retire" 라고 하는 말에 의미를 두 부부가 주고받으며 생각을 나누었건만 어떻게 우리들의 마음을 알았는지“미국 은퇴자 협회(AARP)"에서 가입하라는 편지가 쉴 새 없이 와, 그만 덜컥 가입하고 말았더니 이제는 미리미리 싸게 장례 준비를 하라는 편지들이 밀려오니 혈당, 콜레스테롤, 혈압 등 몸속의 나쁜 것들은 모두 기세등등하게 경쟁하듯 올라만 가는데 더 부채질을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약간 불쾌하기는 하다.
그렇지만 이제와 생각하니 그 지나온 모든 것들이 하나님의 은혜이었음을 깨닫는다.

하나님께서는 이 세상에 사는 우리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공짜로 주셨으니 공기와 햇빛과 빗물일 것이다. 이것 중 한 가지만 없다면 우리들은 살아갈 수가 없으며, 만약 그것들을 돈을 주고 사야 한다면 요즈음처럼 경제공황이 오면 아마도 가난한 사람들은 모두 죽어야 할 것이다. 그런 고마우신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또 하나의 귀중한 선물을 공짜로 주셨으니 시간(Time)이다. 다만 시간은 햇빛이나 공기, 빗물과 같이 모두가 공유하도록 하지 않으시고 개인별로 그 분량을 다르게 허락하셨기에 돈 많은 빌 게이츠도 홈리스에게 시간을 살 수는 없다.

성경에 예수님은 인간의 몸으로 고작 33세를 살으셨으며, 구약의 므드셀라는 969년, 방주를 만들어 홍수를 피한 노아는 950년 그러나 이스라엘의 성군인 다윗은 70년 밖에 못 살았으며, 모세는 120년을 살았지만 “인생의 연수가 70 이요 강건하면 80 이라도 (그나마) 신속하게 날아간다”고하였는데 그동안 하루가 25시간 인 양 너무도 바쁘게 뛰어만 왔다.

몇 해 전까지 이곳에서 함께 교제를 나누다 워싱턴지역으로 은퇴를 하신 후, 우리 부부에게 언제 오냐고 늘 재촉하시는 장로님께서 “내가 쓰는 것만이 내 것”이라고 하시며 시간도 잘 활용하여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하신다. 그러니 공짜로 주어진 오늘의 시간에 감사하며 기쁘게 살아가려고 한다. 오늘이 지나면 내일이 오고 내일에는 오늘이 지나간 어제가 되니까 그러기에 오늘이 최고의 날이며 축복의 날이고 아름다운 날일 것이다.

이제, 전혀 가보지도 해보지도 못하였던 길을 가고자하니 휴우 한숨소리 내쉬면서도 어린 아이처럼 무엇인가 즐거운 일이 다가올 것이라는 예쁜 꿈을 갖는다. 이런 기대감은 검은 커피 속에서 녹아지는 설탕과 크림처럼 달콤하고 따뜻하기만 하다.

늘 즐겨 묵상하는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시니라”하신 성경의 말씀대로 이제까지 나의 길을 인도하여주신 하나님께서 이번 길에도 함께 하실 줄을 믿으며, 그동안의 보스톤 생활에서 잊지 못할 것은 한 걸음 성숙한 영적 성장으로 이끌어 준“보스턴 장로교회” 그리고 봉사와 섬김의 현장 이었던 “뉴잉글랜드 한인회”, 또한 매 저녁 기대와 흥분을 선사하던 “RED SOX”등은 이곳을 떠나도 마음에 그리움으로 남아 있을 추억이 될 것이나, 무엇보다도 잊지 못할 것은 마음에 벗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였던 "Crystall Spring Golf Club"일 것이다.

그동안 좋은 만남의 시간 속에서 사랑의 교제를 나누었던 모든 분에게 인사를 드립니다. 무엇을 하시든 참 좋으신 하나님의 은총이 늘 충만하시기를 기원 드리며, 많은 사랑의 빚을 지고 여러분들의 곁을 떠나려고 합니다. 다시 뵐 때까지 보스톤이여 안녕!


김성인
전 뉴잉글랜드한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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