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100배 더 즐기기 2
보스톤코리아  2012-09-24, 11:56:36 
초등학교 시절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소풍을 갔던 기억이 난다. 들뜬 마음으로 미술관에 도착하자마자 전시장 내에서는 반드시 조용히 해야한다는 담임선생님의 지시가 이어졌다. 우리 반은 최대한 숨죽여 전시장을 주 욱 한 바퀴 돌았는데 입이 근질근질해 줄을 같이 선 친구와 소근거리기라도 하면 어김없이 날아오던 선생님의 따가운 눈총을 잊을 수가 없다. 학부시절 예술사 수업도 생각난다. 작품에 대한 비평문을 써내는 과제였는데 유명 비평가의 글과 교수님의 수업내용을 숙지하고 최대한 그 방향과 멀어지지 않는 선에서 글을 써냈고 좋은 학점도 받았었다.

나는 약 2년 전 부터Museum of Fine Arts, Boston에서 인턴을 거쳐 정식 뮤지엄 강사로 일하며 학생그룹들을 위한 뮤지엄투어와 갤러리 활동을 개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 일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적응해야 했던 점은 첫째로 갤러리는 “조용히” 작품을 바라보기만 하는 공간이 아닌 다양한 이야기와 해석을 함께 찾아나가는 토론의 공간이라는 점, 둘째로는 교육가로서 작품에 대한 ‘정답’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과 대화를 통해서 작품에 대한 관객의 다양한 의견을 이끌어내는 것이었는데 당연하게도 들리는 이 두 가지가 당시 내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여하튼, 뮤지엄 교육경험을 통해 얻은 다양한 토론법과 갤러리 활동을 기회가 된다면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를 빌어 소개할 수 있게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이번 주 컬럼에서는 아이들과 작품을 감상할 때 작품과의 소통을 돕는 쉽고 효과적인 대화법을 소개한다. 시각적 사고 전략 (Visual Thinking Strategy- VTS) 은 인지 심리학자 애비게일 하우슨(Abigail Housen)과 뉴욕 뮤지엄 오브 모던 아트(Museum of Modern Art)의 교육부 디렉터 필립 예나와인(Philip Yenawine) 에의해 처음 개발된 것 으로 내가 속해 있는 Museum of Fine Arts 를 비롯 미국 내 많은 대형 뮤지엄 교육 프로그램에서 채택되어진 교육법 내지는 작품감상법이다. VTS는 토론을 통해서 언어 능력과 작품 해석능력을 향상시키고 관객 스스로 작품의 의미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격려한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듣거나, 자신의 생각과 그를 뒷받침하는 해석을 나누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통해서 예술작품을 더 깊이 바라볼 수 있게 돕는다.

지난 주 컬럼에서 특정 갤러리를 선택해 시간을 두고 감상할 것을 권하였다. 일단 관람하고 싶은 전시장이 정해지면 그에 한 발짝 더 나아가 시간을 들여 토론하고 싶은 작품을 한, 두 점 정도 골라 보자. MFA웹사이트에 콜렉션 탭으로 들어가면 주요 문화나 장르별로 콜렉션 하이라이트를 감상할 수 있다. 그 중 한 두 점 정도를 미리 선정해도 좋고 갤러리에서 직접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골라도 좋다. 기초적 단계에서 토론하기 좋은 작품은 추상 작품보다는 다양하게 해석이 가능한 사실적인 작품을 권한다.

 
“이 그림에서 무엇이 보이니?” (What do you see?)
“이 그림에서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이 그림은 무슨 내용일까?”
(What’s going on in this picture?)

위의 질문들은 단순하게 들릴 수 있지만 풍부한 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는 VTS의 핵심 질문들이다. 작품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 관찰력, 통찰력을 엿 볼 수 있는 열린 질문들인 것이다. 위 의 질문에 유아기 아이들에게는 즉각적이고 단순한 대답을 예상할 수 있고 (보트요, 어부요) 언어적으로 풍부한 아이라면 주관적 해석을 곁들인 견해를 들을 수도 있다.(어부가 보이고, 배에는 큰 물고기가 보여요. 아마도 어부가 가족과 함께 먹으려고 잡은 물고기 일 꺼에요. 집에 돌아가려고 하는 중 태풍을 만났어요.) 성인이라면 관념적, 상징적 혹은 시적 표현도 기대 할 수 있다. (집어 삼킬 듯 출렁이는 바다 위 어부의 모습은 인생의 불확실성을, 어부가 바라보는 짙은 안개 속 한 척의 배는 희망을 상징한다.)

만약 어린이에게서 단답형 대답을 들었다면, 좀 더 구체적인 질문을 던져 볼 수 있다. 만약 어부가 보여요라는 대답을 했다면, 어부는 몇 살 정도 됐을까? (40살이요.) 무엇을 보고 그렇게 생각했니? (수염이 아주 많아요.) 그 어부가 무엇을 하고 있니?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어요) 무엇을 쳐다보고 있니?( 아! 멀리 보이는 배를 바라보고 있어요. ) 등의 질문을 유도해 볼 수 있다. 이 때 중요한 점은 아이들의 모든 대답을 하나의 정리된 문장으로 반복준다는 것 이다(Paraphrasing). 위의 단답형 대답들을 예로 들자면, 네 말은 40세 정도로 보이는 수염이 아주 많은 어부가 멀리 지평선 위에 보이는 배를 바라보고 있다는 말이구나하고 조리있는 문장으로 완성해 줄 수 있다.

만약 해석적 사고가 들어간 대답이 나왔다면 (집에 돌아가려고 하는데 태풍을 만났어요) “왜 그렇게 생각하니 (What do you see makes you say that?)?” 혹은 “그림의 어떤 부분을 통해서 그런생각을 하게 됐니?” 라고 다시 질문을 해서 작품 해석능력을 언어적으로 유도해 낼 수 있다. ( 왜냐하면 바다에는 커다란 파도가 일렁이고 있고 또 하늘에는 뿌연 안개랑 먹구름이 가득하니까요.). 그림의 내용을 전경, 후경, 배경에 이르기 까지 또 무었이 보이니 (what else do you see?)라고 묻거나 위의 질문과정을 반복하여 면밀히 관찰한다.
그 밖에도 함께 재료나 제작 방법을 유추해 본다거나 그림이 영화의 한 장면이라 가정하고 작품 전 후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것도 재미있는 대화를 유도해 낼 것이다.


문화/예술 컬럼니스트 장동희
Museum of Fine Arts, Boston 강사
보스톤 아트 스튜디오 (Boston Art Studio) 원장
167 Corey Road, Suite 205, Boston, MA, 02135.
Ph) 857-756-2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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