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는 그 말 한마디...
보스톤코리아  2012-01-18, 16:08:49 
"얘, 고맙다."
"네가 보내준 크리스마스 선물은 잘 받았구나."
"어떻게 그렇게 몸에 딱 맞는 것을 골랐니?"
"아버님도 그리고 너의 맏동서도 시아주버니도 아주 좋아한다."
시어머님께서는 삶에서 지혜로우시고 특별히 두 며느리 자식에게 사랑과 배려의 마음을 나눠주시는 분이다. 며느리의 대답이 끼어들 틈 없이 '고맙다'는 말씀을 미리 하시는 시어머님의 그 배려의 마음에 늘 부끄럽기 그지없다. 지금은 몇 년 동안 한국에서 사시는데 고향인 한국이 좋으시다며 미국에는 가끔 다녀가시고 싶으신가 보다.

지금은 아니 계시는 내 친정 엄마와의 이생에서의 인연보다 이제는 시어머님과의 이 세상의 인연이 더욱 길어졌다. 가족이란 이렇게 서로 부족한 것을 보듬어 주고 살펴 주고 아끼며 사는가 싶다. 두 며느리가 있어도 그 어느 며느리 얘기(흉)를 한쪽에 전달하지 않으시는 지혜로운 어머님을 뵈면서 많이 배운다. 그래서일까. 우리 동서지간에는 서로 의지를 하는 편이다. 물론 두 형제가 우애가 깊은 이유도 있을 테지만, 두 며느리도 사이좋게 지내는 편이다. 서로 부족한 것을 탓하지 않고 묵묵히 마음으로 안아주고 토닥여주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그렇게 지내니 아이들도 사촌들끼리 만나면 얼마나 반가워하는지 모른다.

이 넓은 미국 땅에서 형제들도 자주 만나지 않고 지내면 멀어지는데 사촌들이야 오죽하랴. 또한, 어른들의 관계가 서먹서먹해지면 자연스럽게 아이들도 덩달아 어른들 흉내를 내게 된다. 그 골이 깊어지면 서로에게 아픔과 상처가 남아 그 때는 이미 늦어져 서로의 사랑을 나누기는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렇게 피를 나눈 가까운 형제와 사촌들 그리고 가족들이 멀어지기 전에 서로 노력을 해야 할 일이다. 그 몫은 부모의 책임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살면서 서로 부족함이 있을지라도 그것을 마음에만 담아두지 말고 서로의 생각(불만)을 내어놓고 의견을 함께 나누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지 않고 섭섭한 마음을 가슴에 담은 채 많은 시간이 지나고 오랜 세월이 흐르면 다시는 돌이키기 어려운 관계가 되는 것이다. 그것은 형제·자매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부모와 자식 간이나 친구와 이웃 간에도 마찬가지란 생각이다. 자식간의 불편한 문제가 생겼을 때에도 부모의 지혜로움으로 그 어느 자식에게 서운함이 생기지 않도록 화해를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그 어떤 관계에서도 화합을 도울 수 있는 지혜로운 마음과 손길이 필요한 것이다. 결혼 후 20여 년을 시어머님을 뵈면서 느낀 것은 가족들에게 화합을 돕는 지혜로운 분으로 내 마음에 남아 있다는 것이다. 나도 시어머님처럼 그렇게 살기를 소망하면서.

언제나 며느리 자식에게 불편하지 않도록 사랑과 배려를 아끼지 않으시는 시어머님은 두 며느리 자식에게도 존경받는 분이시다. 20여 년 동안 두 며느리가 곁에서 시어머니의 삶의 실천을 몸소 보고 배웠으니 산교육이 된 것이다. 가끔 남편이 생각 없이 툭 던진 말 한마디에 섭섭한 마음이 들 때도 시어머님의 그 따뜻한 사랑과 정성의 마음을 생각하며 나 스스로 녹일 때가 있었다. 20여 년의 시댁 가족들과의 인연 그 세월의 갈피마다 남아 있는 시어머님의 사랑이 오늘따라 더욱 그리운 날이다. 두 며느리 자식에게 베풀어주신 그 사랑을 우리가 어떻게 잊을까. 손자·손녀들에게 나눠주시는 그 따뜻한 사랑을 무엇으로 다 보답할 수 있을까.

시어머님께 곰살스럽게 잘해 드리지 못해 송구한 마음이 든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행동은 왜 그리도 곰살스럽지 못한지 말이다. 다행이도 우리 형님(맏동서)도 나와 비슷한 성격이라 서로 부딪치는 일이 없는가 싶다. 서로 한 시어머님을 두고 시샘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마음이 있어 20여 년을 잘 지내며 사는가 싶다. 두 며느리가 서로 좋은 관계로 지낼 수 있는 것은 두 며느리 사이에 지혜로운 시어머님이 계시기 때문이다. 지금도 여전히 멀리 있는 막내 며느리를 챙기시는 그 사랑을 보고 가깝게 지내는 곁의 친구들과 언니들이 많이 부러워한다. 며느리 자식에게 이렇게 잘하시는 시어머님이 이 세상에 몇이나 계시겠는가 하고 말이다.

지난 주에는 지병이 있는 아들(남편)이 건강 검진을 위해 며칠 병원에 입원을 했었다. 한국에 계시는 시어머님으로부터 아들의 건강이 염려스러워 안타까움으로 온 전화를 받았다.
"얘, 네가 고생이 많구나." 하시는 시어머님의 목소리를 들으며 가슴이 아린다.
아들의 안부가 더욱 궁금하실 텐데도 며느리 자식에게 안부를 먼저 물어주시는 그 따뜻한 사랑과 배려에 또 감동한다.
"얘는 좀 어떠니? 병원에서 괜찮다고 그러지?"
"얘, 고맙다." 하시는 시어머님의 깊은 사랑이 담긴 그 말 한마디에 가슴이 찡해온다. 며느리 자식의 부족함을 탓하지 않으시고 사랑으로 늘 덮어주시는 그 따뜻한 사랑이 고마워 눈물이 고인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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