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어머님께 드리는 편지
보스톤코리아  2011-10-22, 13:43:37 
김연아 선수를 직접 봤습니다. 대단했습니다. 이브닝위드챔피언 쇼의 사회자인 폴 윌리도 김연아의 참가 결정이 믿기지 않았다고 소개할 정도였습니다. 하버드 측의 극진한 대접, 미국관중들의 열렬한 환호도 내 일인 양 어깨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미국에서 소수인 한인 자녀들이 자신의 뿌리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은 부모들에게 더 없이 중요한 일입니다. 세계적인 스타 김연아가 미국에서 이처럼 많은 관심과 환호를 받는 일이 아이들은 물론 부모들에게도 행복이 되는 이유입니다. 한국에선 피겨 대표선수라면 한인자녀들에겐 자랑거리 대표선수입니다. 그런 김연아가 보스톤에 온다니 바로 표가 동나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입장권 구매를 위해 일부 학부모들은 기꺼이 웃 돈을 주기도 했습니다.

하버드 학생들은 하버드 한국사람 다 모였다고 했고, 보스톤 한인들은 평상시 못 보던 사람까지 김연아로 인해 만났다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보스톤에서 5시간 떨어진 뉴저지에서도 이곳을 찾아왔고, 2시간 떨어진 한 교회에서는 전세버스를 세내서 몰려왔습니다. 학생들이 주최하는 대회에 이렇게 사람이 몰리니 진행이 늦어지는 것도 어쩌면 당연합니다.

참가 선수들의 열정적인 무대가 얼음판을 점령하자 기다림의 지루함도 걷혔습니다. 점프하다 엉덩방아를 찧어도 아낌없는 함성과 격려의 박수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70세를 넘긴 소련출신 올림픽 금메달 부부의 우아한 공연도 부러울 만큼 좋았습니다. 자녀들을 데려온 부모들의 얼굴에 만족한 웃음꽃이 번졌습니다. 마침내 김연아의 무대였습니다. 1시간 이상 공연장 밖 기다림, 2시간 가량 쇼의 기다림 끝자락이었습니다.

아뿔싸, 김연아 선수의 공연 시간은 왜 그리 짧은지. 순식간에 지나가버렸습니다. 우뢰 같은 환호는 터졌지만 마지막 무대에 걸 맞는 무언가가 없었습니다. 안타깝지만 피겨선수로서의 무대에 대한 열정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기교로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선수의 가슴에서 관객의 가슴으로 이어지는 보이지 않는 끈입니다. 왜 그것이 보이지 않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워싱턴 일정을 끝내고 보스톤으로 직행한 후 피곤했으려니 하고 둘째 날 공연을 다시 갔습니다. 첫째 날은 공연보다 서둘러 둘째 날은 공연 2시간 전에 갔습니다. 1밀리미터 두께의 종이도 꿰뚫어 보지 못하는 인간의 시각이지만 보이는 것은 보게 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따님 김연아 선수의 문제점이 보였습니다.

공연 직전 모든 선수들이 마지막 무대를 위해 함께 연습하는데 김연아 선수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전날도 10여분간 간단한 개인 연습으로 무대를 준비했었습니다. 모든 선수들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같이 연습해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선수들이 밝게 웃으면서 연습하는 것에 꽤나 즐거워 보였습니다.

둘째 날 선수들의 열정은 더욱 거셌습니다. 한 커플은 첫째 날 멋지게 성공했던 점프를 실패하자 사회자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요청, 점프를 시도했습니다. 두 번째도 실패했지만 그들이 보여준 열정이 관중들의 가슴에서 불화로처럼 타올랐습니다.

그러나 김연아 선수의 둘째 날의 공연은 첫째 날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지난 5월에 거론됐던 발목부상이 여전했는지 점프 연기를 생략한 채 밋밋한 구성에 그쳤습니다. 사회자의 요청에 마지 못해 무대에 한 번 더 나서는 모습이 완연해 보였습니다. 첫 미국 동부지역 공연이었습니다. 김연아에게는 늘 있는 관중들이겠지만 관중들에게는 김연아가 처음이었던 사람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공연은 그렇다 치겠습니다. 공연 후 많은 팬들이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김연아 선수의 사인 한 장, 따뜻한 인사 그리고 커다란 웃음. 김연아를 우상으로 여기는 아이에게는 인생에 더 없는 큰 선물이었을 것입니다. 김연아 선수는 도망치기에 급급했습니다. 머리칼을 늘어뜨려 얼굴을 가리고 도망치듯 빠져나갈 이유가 무엇인지 자못 궁금합니다.

불과 며칠 전 힐러리 국무장관과 찍은 사진을 자신의 사이트에 올렸던 김연아입니다. 김연아가 힐러리 장관과 사진을 같이 찍고 싶어하는 마음이 바로 김연아를 좋아하는 팬들의 마음입니다.

1996년 여벌의 스케이트가 없어서 스케이트를 그만둘까 고민했다는 김연아. 국민학생 시절 어른들이 하던 체력 훈련을 견뎌냈다던 김연아. 혼신의 연기로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던 김연아. 그런 김연아는 과다한 칭찬에 얼음처럼 굳어버린 것일까요.

현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하버드의 자선행사에 참여한 것은 처음입니다. 학생들이 주최하는 행사다 보니 더구나 김연아의 이름값에 걸 맞는 금전적 대우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먼 미국 보스톤까지 날아 온 김연아의 아름다운 선택에는 갈채를 보냅니다.

이번 자선 쇼를 김연아 이력서에 붙이는 목록의 하나로 생각하고 쉽게 왔다가는 것으로 치부하지는 않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기성세대에게는 김연아가 보스톤에 와도 그만, 안 와도 그만입니다. 김연아가 자랑거리인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은 공연은 상처로 남습니다. 아름다운 선택이 아이들의 자랑거리와 꿈을 앗아가는 최악의 선택으로 추락하는 순간입니다.

왜 스스로의 이미지를 만들고 거기에 맞지 않는다고 실망하느냐고 책망하시면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엉덩방아를 찧어도 끝까지 연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김연아를 기대하며 펜을 들었습니다. 이번 한 번은 실수라고 생각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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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목록    [의견수 : 6]
TNJ
2011.10.28, 00:13:19
공감합니다.
전 김연아를 비롯한 모든 스케이트 선수들을 '운동선수'로 봐왔고 운동선수가 얼마나 힘든 일이고 금메달을 따기까지 피나는 고통을 견뎌낸 김연아 선수를 우상으로 생각했습니다. 이날 처음으로 운동선수가 무대에서 춤이나 추는 '댄서'로 전락할 수 있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댄서가 운동선수보다 못하다는 뜻은 없으니 혹시 댄서분들 기분나쁘게 받아들이시지 마시길). 김연아 선수 그날은 김연아 댄서 였습니다. 점프 한번만이라도 했었으면...안타깝네요.
IP : 108.xxx.15.174
Sophia
2011.10.26, 00:02:56
We were disappointed with Yuna Kim and how the event ran. The event was poorly run by the Harvard students. We ended up waiting outside for more than half an hour after 2pm, the actual performance time. They didn't even let us in to get seated! I had never been to an event where you can't even get seated even after the show start time. The show started almost an hour later. We had bought special sponsor tickets to see Yuna Kim and the whole cast following the show, but we ended up waiting for more than half an hour outside, on top of the show ending an hour late due to the delayed start. We saw a few people having to leave the line to get to another commitment. Once we were finally allowed in the field house to get a picture taken with the entire cast with Yuna Kim and Oksana Baiyul in the front, we were greatly disappointed with Yuna Kim. I greeted Yuna with 'Hi' in Korean, and she barely acknowledged me with not even the slightest smile. She mumbled hi in Korean as if she's doing it out of duty, not even really looking in my direction. I had wanted to thank her for coming, but I didn't want to say anything after her stoic manner. She really didn't look like she wanted to be there, and my friends all mentioned how she looked like she didn't want to have anything to do with her fans. Right after the photo session with Yuna and the cast, my friend wanted to say that he happens to wear the same black and white Converse that Yuna was wearing right then and there, but she looked at him as if to say 'Stay Away.' On the other hand, my husband who was sitting next to Oksana Baiyul, reported that she was such a friendly, gracious lady. They chatted briefly during the photo session and Oksana looked happy to meet her fans and was responsive.

The 'cocktail reception' that the Harvard students ran was not managed well at all. It was a let-down. Not only did we wait a long time outside in a chilly weather to meet the cast, but we were given 'leftover' cold pizza (If we were lucky to have any, that is), a small cereal bowl of M&M's and one bartender manning a table with a couple of bottles of an alcoholic beverage and some bottled water by the time we were let in and we were ONE OF THE FIRST PEOPLE allowed to enter the reception!! In fact, I got the half slice of cold pizza and my friend didn't even get to eat any! What is even worse was that when we were near the door to be let into the field house for the reception, one of the Harvard student volunteers was eating a slice of pizza IN FRONT OF US while she was running the reception and everyone who bought the sponsor tickets was just waiting to get in, hungry and tired of waiting. That explained why by the time we got in, pretty much all the pizza was gone (Just a few slices of cold pizza left!). How sad. A 'cocktail reception' that was advertised in our mailing was misleading.

One more thing to add- right after the picture with the cast was taken, I had to retrieve my coat and my purse that I had set on the rug next to a coffee table. The Harvard student (the light-brown haired girl wearing the skinny jeans) who was managing the flow of the photo session barked at me. She literally yelled at me for heading to the right instead of my left. She should have told me not to place my things there in the first place if she didn't want me to head that direction. I didn't move much- It was only a few inches from where I was anyway. I noticed other people leaving their stuff there, not just me, so I did the same thing. She could have still told me not to do that, but not YELLING at me in mean way like I'm a lowly maid! Nobody deserved to be treated like that. I found her so rude and I'm not a type who gets critical of people in general. That speaks volume on how disappointing the afternoon was from the disorganized and inconsiderate Harvard students (and one rude Harvard student) to lackadaisical Yuna Kim who looked irritated and bored to be there that Sunday. Though I'm still proud of Yuna Kim for her hard work, her accomplishment, and inevitably representing Korea, I agree with Mr. Chang on her. I hope she just had a bad day because we're all allowed to have it once in awhile. But I hope she doesn't act like this for most of her performances. The fans will be greatly disappointed if she acts the same way she did at the Evening of Champions. It's too bad many people are already affected by her apathetic behavior that weekend. But I hope for the best and I'll let it slide this time. Admittedly, I sometimes do have those kind of days after all.
IP : 96.xxx.2.60
mom
2011.10.23, 08:50:37
종종 최고의자리에 오른이들에게 나올수있는얘기군요 우리대한민국의 자랑스런 딸이기때문에 다른나라사람들이 모라기전에 살짝 사랑의채찍도 필요한듯...너무 사랑하기에...영원히 사랑받길 바라는 마음에서
IP : 122.xxx.123.42
Daviddaniel
2011.10.22, 23:00:15
저는 그 때 공연을 보지는 않았는데요. 미국인들은 환호하고 칭찬하는데, 같은 한국인 끼리는 왜 허물을 덮어주지 못하고 자꾸 끄집어 내지요? 김연아님도 이런 한인들의 모습에 아마 부담이 되어 그렇게 되었는지도 모르지요. 자꾸 이래야 된다 저래야 된다, 이러지 마시고 이유가 있었나부다 생각하시고, 그냥 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IP : 208.xxx.36.166
호호호;)
2011.10.22, 22:39:09
그러게요, 이력서에 이름올리려고 온 것 같았습니다... 솔직히 지루하지만 마지막까지 기다려서 김연아 선수를 보려고 했는데 끝나고 나서 기분이 멍 - 하더라고요... 집에 오는 길 내내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IP : 98.xxx.11.211
BelmontMA
2011.10.22, 19:02:27
공감합니다. 부상 때문이라면 간단한 양해의 말이라도 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IP : 173.xxx.215.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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