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곳, 그곳에 나는 가고싶다(6) |
보스톤코리아 2006-11-15, 02:15:17 |
▲ 절벽을 깎아 만든 수도 동굴. 라마들은 이곳에서 불경을 읽고 명상한다.
특수지역 트레킹 전문 산악인 윤낙승 절벽에 위태롭게 깎아 만든 굴과 일보러 가는 비탈길은 절로 감탄이 난다. 일생을 이 굴속에서 불경을 읽고 명상하며 살고 있는 라마와는 아깝게도 언어가 통하지 않아 의사소통을 할 수 없어 아쉬웠다. 그러나 그의 삶을 통해서 그의 마음을 읽을 수 밖에는 없었다. 티벳의 그랜드캐년이라 할 수 있는 Tsamda 길은 찻길이라고는 볼 수 없는 막 만들어진 험한 고갯길이다. 고개 높이가 5,240m 정도여서 인지 조금 눈이 날린다. 9세기부터 16세기까지 있었던 구거왕국은 지리상으로 라닥(Ladakh)에 가까운 탓에 모든 건축물 벽화는 남쪽에서 험한 산길을 넘어온 목재와 구거왕의 초청으로 넘어온 인도 승려들과 장인들의 도움으로 실현되었다는데 이는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잔존 벽화에 남아있다. 인도의 고아(Goa)에 와 있던 포투갈의 교단 신부들이 소문을 듣고 라닥을 거쳐 히말리야 산을 넘어오다가 한 십분간 눈 속에서 눈을 뜰 수 없는 병이 생겨 돌아갔다가 다시 넘어와 구거왕의 허가를 받고 최초의 교회를 세웠는데 인근 라다크와 티벳 라마들이 들고 일어나 구거왕국은 결국 패망하고 말았던 어처구니 없는 역사가 있다. 왕국의 벽화는 많이 훼손되었는데 1920년경에 독일의 고르빈다 부부가 당시의 허술했던 관리를 틈타 들어와서 찍어둔 사진이 가장 완전한 원래의 모습이라고 한다. 겨울궁전이 올라 앉은 Tsaparang(짜파랑)은 가파른 탓에 굴을 통해 올라가야 한다. 온 산덩어리가 개미굴처럼 4통 팔방으로 무수히 뚫려있고 급경사로 만든 굴은 층계도 풍화작용으로 없어져 탐색하러 다니기에 힘이 들었다. 20세의 팔팔한 가이드는 얼마쯤 따라 들어오더니 슬그머니 뒤로 다시 기어 나간다. 너무 비탈지고 캄캄해서 위험하다는 것이다. 겁이 더 났지만 이 희한하고 복잡한 굴속을 한구석이라도 다 기어다녀 보지 않고는 돌아가서 후회할 것 같아 흥분한 마음으로 위아래 사방으로 뚫린 굴을 욕심을 내서 돌아치고 나오니 온몸이 상처투성이다. 아픈 것을 못 느끼도록 내 정신이 아니었던가 보다. 더구나 얇은 옷으로 장비도 없이 무리를 했던 것 같다. 그 아래 골짜기에는 수십 절벽에 짧고 얕은 자연 굴이 많은데 대개는 기어 올라갈 수 없이 높게 뚫렸다. 내가 겨우 올라가 들여다 본 굴에선 아직도 덜 썩은 시체가 지독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이곳은 다른 티벳과는 너무나 고립되어 있어서 중국이건 티벳이건 어느 곳 사람도 찾아오기에 힘든 곳이라 그런지 이상한 풍경과 풍습이 결국은 어느 정도 남아있는데 그 중 별난 것이 "고려장"풍습이다. 늙어서 기력이 너무 없어져서 누워있을 정도되면 이런 절벽에 있는 굴속에다가 노인을 모셔놓고 오는데 사다리 같은 도구는 있어야 할 것이다. 혼자 남은 노인은 결국은 몽롱한 상태에서 맥없이 그 자리에 쓰러져 숨을 거두고 독수리 같은 새들이 날아와 깨끗이 살을 정리한다고 한다. 이 지역은 앞서 말한 고르먼다의 기행문 (1920년대)덕분에 고고학자들과 모험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여 인도와 파키스탄을 통해서 어쩌다 넘어왔다 간 적이 있었는데 중국의 국경 폐쇄로 완전히 끊겼다가 수년전부터 티벳 자체구의 별도 허가증을 받고 갈 수 있게 되었다. 안내자들은 이들 관광객들을 데리고 간다고는 하지만 자주 일어나는 도로 유실 때문에 중간에 돌아가는 게 다반사이고 겨우 극소수만이 갈 수 있는 행운을 갖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유적지가 그나마 현상이라도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유는 이곳의 지질 때문이다. 발길이 너무 많으면 얼마 안 가서 다 허물어질 정도로 가까스로 연명하고 있다고 본다. 뉴질랜드에서 온 여자등산객 하나와 스페인에서 온 사진작가 한 명이 여기 있는 동안에 본 이방인(異邦人)들이다. 이 지역이 아직도 UNESCO의 World Heritage sites에 기록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그들과 나는 공감했다. 머지 않아 중국정부에서 여기에 비행장이나 Helicopter 착륙시설을 만들어 놓는 날부터는 급속히 황폐되고 쓰레기로 더러워지고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설 것이 뻔할 것이기에 안타까운 마음이다. 사실 현재 240여 킬로 떨어진 알리라는 도시에 비행장 건설이 구체화되어 북경에서 불구자라도 올 수 있게 될 날이 곧 올 것 같다. 칼날같이 깬 돌로 덮인 험한 고갯길을 넘어오면서 타이어가 터졌고 추운 산골짜기에 주저 앉았다. 이젠 더 남는 타이어도 없고 터진 타이어를 고치려면 그 험한 길로 70km 가야 하는데 왕복 최소 4시간을 기다려야 한단다. 우리 짐을 싣고 오던 트럭이 타이어를 고치러 떠났는데 기약이 없다. 무엇이든 시간 내에 되는 게 없다는 걸 안다. 다행히 우리가 요 며칠 데리고 다닌 군인(軍人)덕분에 근처의 중국군부대안에서 기다리면서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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