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298회
보스톤코리아  2011-05-16, 14:54:11 
서로 너무도 다른 사람이 한 지붕 아래에서 한 이불 속에서 함께 산다는 것이 어쩌면 무리인지도 모른다. 곁에 친구 부부들을 만나거나 교회나 절의 친구 부부들을 만나 나누는 얘기들 속에는 참으로 변화무쌍(變化無雙)한 얘기들이 가득하다. 서로 좋을 때는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젊은 아이들처럼 지내다가 무엇인가 화를 돋울 때는 남남은 저리 가고 원수처럼 대하는 부부도 가끔 보게 된다. 뭘 그리 먼 데서만 볼 일인가. 바로 우리 부부의 얘기도 있지 않은가. 긴 인생 여정에서 만나는 극과 극 사이에서 오가는 부부간의 삶이란 영화 속 주인공이 따로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얘기를 시작하자면 우리 얘기부터 하기로 하자. 우리 집 남자는 무뚝뚝한 성격의 소유자다. 가끔은 그 무뚝뚝함이 내게 편안할 때도 있다. 그 이유는 여느 모임에서 다른 여자들에게 먼저 얘기를 거는 일이 없으니 아내인 내게는 이처럼 좋은 남편이 또 있을까. 하긴, 그 속을 또 누가 알까. 다른 여자에게 먼저 말을 걸고 싶었는데 극성스런 아내의 눈치를 살피느라 중요한 시간을 놓쳐버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여하튼 이제는 우리 집 남자의 장점이 되어 빼도 박도 못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무뚝뚝한 남자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집에서는 생각보다 자상한 남자이기도 하다.

젊은 주부들에게 가끔 얘기를 나누면 해주는 얘기가 있다. 결혼 생활 22년째를 맞는 선배로서 해줄 수 있는 얘기는 아이를 무척이나 사랑할 수 있는 남편이라면 최고의 남편이라고 말이다. 물론 아내를 사랑하는 것이야 말할 것도 없을 테지만, 자신의 아이를 끔찍이 사랑하는 아빠는 밖에 나가 허튼 생각을 할 사이가 없다는 것이다. 가족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이다. 자신의 분신인 아이에 대한 사랑이 그 어떤 환경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하고 흔들림 없는 마음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물론 아내이고 엄마인 여자의 입장도 마찬가지란 생각이다.

부부간의 사이가 매일 좋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두 사람이 아이로 말미암아 행복이 가득 쌓이다가도 그 아이 문제로 싸움이 되고 미움으로 며칠을 보낼 때가 있다. 이것이 사람 사는 일이라며 서로를 위로하고 위안으로 삼기도 하지만, 못내 석연치 않아 며칠을 속을 끓이기도 한다. 결국, 제자리 걸음이긴 마찬가지지만, 세월이 한참 흘러 아이들이 훌쩍 자랄 때쯤에야 서로의 깊은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이렇듯 우리네 삶이란 사랑과 미움 사이에서 사랑을 확인하는가 싶다. 그 흔하디흔한 말로 '애증'에 대한 변론이라도 하듯이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을 흘리며.

여하튼 부부들의 모습은 참으로 각양각색으로 있다. 아내가 무뚝뚝한 대신에 남편이 자상하고 말이 많은 부부가 있는가 하면 아내를 꿈적 못하게 묶어놓아 밖에서는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하는 부부도 있다. 그런 반면 교양스러운 부부들은 그 교양의 가치를 위해 더욱 밖에서 서로의 교양에 신경 써야 하는 부부도 있는가 하면, 부부 사이에 무슨 교양이 필요 있느냐며 함부로 막 대하는 부부도 있다. 바라보건대 두 부부의 중간쯤이면 참으로 보기 좋은 부부의 모습일 거라고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우리 부부는 지금 어디쯤에서 머물고 있는 것일까 하고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가까운 지인들이나 친구들을 만나면 별별 부부들이 다 있다. 속속들이 다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바깥으로 보이는 모습의 색깔과 모양은 참으로 다양하다. 밖에서 보는 것만이 다가 아닌 것이 또한 다른 부부의 모습이 아니던가. 그래서 남의 부부 싸움에 끼어들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가 있지 않던가. 하지만, 가끔은 다른 부부들의 모습이 우리 부부의 거울이 되어주기도 한다. 다른 부부의 좋은 모습은 배우며 닮으려고 노력하고 보기에 껄끄러운 모습은 내 모습을 비춰보아 일찍이 지워버리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왕이면 삶이 즐겁고 행복한 것이 좋지 않겠는가.

부부의 인연이란 어찌 보면 하늘이 지어준 짝일지도 모른다. 내가 좋아 만났고 서로 선택해 살고 있지만, 그것마저도 내 마음만이 아닌 하늘과 땅 사이에서의 하늘이 지어준 인연이지 않을까 싶다. 서로의 부족함을 알기에 안쓰럽고 그래서 채워주고 싶어지는 마음이 바로 인연인 게다. 나의 부족함을 알면서도 탓하지 않고 기다려주고 감싸 안아주는 그 사랑이 고맙지 않은가. 서로의 부족함을 탓으로 돌리자면 얼마나 많은 미움이 부부 사이에 쌓였겠는가. 하지만, 상대방의 탓보다는 나 자신의 부족함을 먼저 들여다보고 깨달을 수 있는 마음이길 오늘도 기도하는 아침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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