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과 음악가 : 세시봉과 이글스
보스톤코리아  2011-04-25, 13:57:12 
17,18세기 이탈리아 베네치아, 오스트리아 빈, 독일 본, 프랑스 파리에서 비발디, 헨델, 바흐, 하이든, 모짜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쇼팽, 슈만, 리스트, 바그너, 브람스 등 귀에 익숙한 음악가들이 활동하고 있을 무렵, 영국은 이렇다 할 만한 음악가를 배출하지 못합니다.

사실 영국은 오랫동안 전쟁과 정치적 변동에 시달리다 보니 음악 따위에 미처 신경 쓸 겨를도 없었구요. 겨우 헨리 퍼셀(1659-1695)과 에드워드 엘가(1857-1934)가 음악사에 기록될 만한 순수 영국인 작곡가이지요. 물론 이 시기 영국 음악계가 완전히 공백상태는 아니었고 헨델, 하이든, 멘델스존등이 런던으로 건너가 영국신사 기호에 맞는 음악을 만듭니다. 특히 1710년, 런던에서는 미적분과 만유인력을 발표한 뉴턴에게 모든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지만 영국으로 귀화한 헨델은 ‘메시아’, ‘수상음악’ 등을 발표하며 영국인의 음악적 갈증을 해소시킵니다.

하지만 20세기 들어서면서 반전이 시작됩니다. 비틀스가 영국이란 것 하나만으로 게임이 끝난 셈이지요. 대중음악의 황금기 1960년대는 비틀스가 세계를 열광시켰고, 1970년대 역시 영국 출신 엘턴 존, 에릭 클랩턴, 폴 메카트니 등이 세계의 중심, 미국을 쥐고 흔들던 시절로 이어집니다. 이들 음악에 젖어는 있었지만 내심 미국인들이 자국 음악가를 기대하고 있을 때, 1971년 미국음악의 자존심 이글스가 아메리칸 드림을 노래한 ‘호텔 캘리포니아로 대박치면서 “영국에 비틀스가 있다면 미국에는 이글스가 있다!”라고 자랑합니다.

사실 18세기 미국도 ‘금발의 제니’, ’켄터키 옛집’, ’오, 수잔나’의 포스터(1826-1864)를 제외하곤 우리에게 알려진 음악가가 없습니다. ‘미국인이면 증기기관차나 만들 일이지 음악은 무슨 음악’ 이런 식이었다지요. 우여곡절 끝에 뉴욕음악원이 세웠졌지만 미국인 대신 체코의 드보르작이 초대 원장(1892-1895)이 됩니다. 하지만 미국 역시 최고의 스타밴드, 이글스의 등장으로 현대음악의 선두 역할을 합니다.

나이 60대 초반의 이글스(글렌 프레이, 돈 헨리, 조 월시, 티모시 B. 슈미트 )가 30년 이상 함께 호흡한 로드 매니저, 투어 매니저, 홍보 담당을 데리고 2011년 3월15일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데뷔 40년만(1971년 결성)에 첫 내한 공연을 했습니다. 1회 공연 수입이 ‘레이디 가가’ 보다 많을 만큼 관객의 감수성을 깊이 파고드는, 녹슬지 않은 공연이었다군요. 이글스의 위대함은 음악자체의 감미로움 뿐 아니라 30년 이상 함께 동고동락한 스탭과의 하모니라지요.

최근 우리나라 복고열풍은 당연 세시봉 몫입니다. 이글스와 비슷한 나이,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에 출현하여 아름답고 감동적인 추억의 노래를 통해 디지털과 문명의 냄새가 아닌 순수하고 순박한 가사말로 향수를 불러 일으킨 세시봉 형님들.

세시봉(C’est si bon)은 1954년 서울 서린동에 문을 연 음악감상실로 그 당시 포크 문화를 대변하고 젊은이들의 해방구 역할을 합니다.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이장희 등이 이를 통해 데뷔했고 DJ겸 MC 는 이상벽이 맡았다지요.

모두 데뷔 30년, 한 세대가 흘렀지만 여전히 관객의 무릎을 치게 하는 능력은 고작 1,2년 하고 그 경지에 이른 것이 아니겠지요. 몇 십년이 지나도 Hotel California를 연주할 때는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다고 하니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기타 연주도 그냥 나오는게 아니겠지요. 나도 이들처럼 나이 들고 싶어지는군요. 저와 같은 시대를 살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해남종합병원 내과(조슬린당뇨센터, 하버드의대 연수 중) 양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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